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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4 02:04 - hyperblue

이렇게 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새벽 2시, 많은 이들이 잠든 시간임에도 잠들지 못하는 한 영혼이 뜬금없이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2015년 5월 4일, 만 28세가 지나서 맞는 여름의 문턱. 얼굴은 관리가 잘 되지 않아 29세에 걸맞게 늙었으며, 몸도 마음도 나태해졌다.

회사에서는 꾸역꾸역 주어진 일을 해내고 있고, 종종 깨지기도 하고 칭찬도 받으며 회사인으로서의 삶이 몸에 익은 요즘이다.

 

아무 생각없이 블로그에 들어왔다가 군시절 및 수험생 카테고리 전체 글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어버렸다. 지난 날의 여러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군대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여러 감정들, 그리고 함께 했던 사람들. 그리고 수험생활을 끝내자고 결정하며 나라잃은 것 마냥 꺼이꺼이 눈물로 수험서를 적셨던 그 때.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나에 비해 무엇이 달라진걸까.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을 내맡기는 '에네르게이아적 삶'을 살겠노라 엊그제도 다짐했지만, 나를 눈부시게 비추는 '현재'라는 스팟라이트가 만들어낸 그림자 속에는 확실히 과거의 내가 있다.

 

어렸을 적에 탐독했던 위인전 속 인물처럼 위대한 삶을 살고 있지도 않거니와 고시에 합격하여 입신양명을 하지도 않았다. '내가 원치 않았다'고 이야기 하고 싶지만, '할 수 없었던 게 아니냐'란 혹자의 반박을 나는 자신있게 받아칠 수 있는가.

 

그렇게 잘 난 집안도, 배경도 없지만 무엇때문에 그렇게 태평한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재테크 좀 해보겠다고 주식에 미친 주갤럼처럼 사회초년생의 코스를 밟는 것 보면 난 참 예상에 벗어나지 않는 평범함 속에 있다.

 

누군가가 평범한 삶을 두려워 말라고 했던가. 지난 시절 주위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는 마음 속의 미안함이 가끔 이 평범한 일상을 비집고 들어올 때가 많다.

그 '미안함'을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보상해주리라 다짐했지만, 아직 사회진출 1년도 안된 나에겐 그저 중심에 나만 있는듯 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평범하게 사는 것'이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다. 당장은 큰 걱정없이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으며, 돌아와서 쉴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이 참 평범하면서도 누군가에겐 부러운 삶일 수도 있겠다.

 

꿀같은 연휴 새벽에 키보드를 두들기는 지금,

난 참 복에 겨운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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