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블루스 - 4] 전의경중대 '기율경'의 힘과 역할.

우리중대 기율완장.

우리나라에는 '완장'과 관련된 말이 참 많다. 보통은 비꼬는게 대부분이다. "한국사람은 완장을 좋아한다.", "한국사람은 완장 채워주면 변한다." 등등. 이런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완장혐오자'도 많은게 사실이다. 정치평론가, 사회평론가들도 '완장으로 대표되는 권력에 민감한 한국사람들의 대표적인 특성'이라며 이 부분을 꼬집는다.

완장은 어떤 집단의 리더급 역할이나 권한을 가진자에게 보통 주어진다. 전임자의 권력과 권한 등이 전적으로 후임자에게 이전된다는 것을 완장의 인수인계가 상징적으로 의미하기도 한다. 완장에는 간단한 단어가 크게 적혀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장, 선도, 회장' 등 그 완장 자체로 권력과 힘을 상징한다.

옛날옛적 모중대 기율경.

그 완장의 힘을 몸소 체험할 수 있고, 부대원 관리에 십분 활용하는 곳이 바로 전의경 중대이다. 어떻게 보면 참 구시대적이다. 새마을운동 때나 가능할 것 같은 일이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군조직의 경우에는 이런 것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전의경의 경우 전국의 거의 모든 중대에 '기율경'이라는 보직이 있다. 보통 중대의 왕고급인 수경 계급이 맡기 때문에 '기율수경'이라고도 부르며 왼쪽 팔에는 '기율' 혹은 한자로 '紀律'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완장을 차고 다닌다.

기율경은 간단히 말해서 질서유지 임무를 수행하는 고참대원이다. 중대마다 한 명이 존재하며 그 중대에서 지휘관을 제외하고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참고로 국방부 소속 군대의 경우 간부와 병사로 분류하지만, 경찰조직은 순경부터 시작하는 직업경찰을 '직원', 전의경을 '대원'이라고 분류한다. 기율경은 고로 '대원들의 왕'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 기율경의 역할이 무엇이냐. '기율'이라는 말이 넌지시 짐작할 수 있게 해주듯이 중대의 기율을 세우는 역할을 한다. 이 추상적인 표현을 등뒤에 업고 기율경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특히. 직원인 지휘관을 대신한다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서 중대전체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 고로 그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기강이 해이하다고 느껴질 경우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원들의 기율을 잡는게 기율경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우리 중대 같은 경우는 전반기 당직근무를 하는 것이 원칙이며, 평소에는 2시간 간격으로 중대의 각 장소에 순찰을 돌며 특이사항을 점검한다. 또한, 일석점호나 일조점호를 지휘관이 정식으로 취하기 전에 먼저 각 내무실에 들어가서 인원점검(예비점호)을 하고, 이 시간에 자신의 권력을 이용한 갖가지 일을 할 수 있다. 기율경이 성격이 더럽거나, 기율경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중대에 벌어질 경우 예비점호시간은 중대원 모두에게 군생활 중 가장 지옥과 같은 시간으로 변모한다.

이런 기율경과 비슷한 보직으로는 '중대무전병'이 있다. 보통 출동을 나갔을 때 중대를 대표하여 상급지휘기관의 무전을 듣고, 그 무전을 소속중대의 각 대원들에게 다시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중대무전병은 경찰무전음어에 능통해야하며 시내에 갖가지 출동이 잦은 시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에 중대무전병이 무전을 잘못이해하는 등의 실수를 할 경우 수많은 중대가 함께 움직이는 진압작전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중대무전병은 여러개의 무전기를 동시에 들으면서 한시도 긴장을 놓으면 안되는 중요한 보직이다.

요즘엔, '중대무전병 = 기율경'

간단하게 말하면 '내무실에 있을 때는 기율경이 왕, 출동을 나가면 중대무전병이 왕'이라고 정리할 수 있는데, 전의경 인원을 차츰 감축하면서 각 중대의 정원 또한 감소하고 있어서 웬만한 중대의 경우 기율경과 중대무전병을 한 명이 겸직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기율경 = 중대무전병' 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내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전의경들중에 무전기가 무전조끼에 여러개 꽂혀있고, 왼쪽 팔에 기율완장을 차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 중대의 기율 & 중대무전병이다.

아래 사진은 후임의 생일파티 후, 기념사진을 찍은 우리 소대. 외박, 휴가자가 많아서 사람이 좀 적다.

우리 소대. 오른쪽의 기동복이 나 :)


그렇다면, 기율경의 장점은 무엇이냐. 일단, 소속 중대원을 대표한다는 측면에서 명예직이며, 갖가지 근무를 열외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중대는 '중대무전병 노고치하 특별외박'을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어서 같은 날 입대한 동기들에 비해서 사실상의 전역을 조금이나마 앞당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방중대의 경우, 중대무전병을 '중대전령' 혹은 '중대지병'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고, 기율완장과 더불어 훈련소에서 볼 수 있는 빨갛고 각진 기율모를 착용하기도 한다. 서울중대는 빨간 기율모를 착용치 않고, 심지어는 기율완장이 없는 중대도 많다. 간혹 이런걸로 "지방은 별것도 없으면서 왜 저렇게 똥폼잡냐"며 이러쿵저러쿵 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래봤자 민간인이 보기엔 다 불쌍한 전경일뿐.

나는 전역이 100일 남았을 때, 이 보직을 물려받게 됐고 현재 만2주 정도됐다. 스스로가 느낄 수 있는 이 짧은 시간동안의 확실한 변화는 성격이 더러워졌다는 것이다. 기율경이 되기 이전에는 별로 신경도 안쓰던 일들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며 험한 언어사용이 더욱 늘었다. 이게 한국사람에게 유난히 영향을 끼친다는 '완장의 힘'인가. 사람들이 비꼬는 그 모습이 내 모습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가끔 씁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게 다 '잘 해보자'고 하는 것. 내게 이 역할이 맡겨진 이상, 난 우리중대원 모두를 함께 끌어안고 앞으로 가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고, 이들 또한 날 믿고 내가 전역할 때 까지 잘 따라와주리라고 믿는다. 구타사고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 없이 선후임간의 위계질서가 바로 선 평화로운 의경 중대를 만드는 것, 이것이 내가 우리 중대의 기율경으로서 갖는 소임이고 목표이다.

학창생활에 하는 반장, 부반장과 경직되고 철저한 위계질서 사회인 군대에서의 기율경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인생에 단 한번 뿐인 군생활 중에 100여명의 사람을 대표하여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아무나 얻지 못하는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난 별것도 아닌걸로 맨날 중대원들을 괴롭히던, 공포의 대상이었던 몇몇 '쓰레기' 전임 기율경들과 다르다고 후임들에게 천명했다. 나의 이러한 '햇볕정책'이 먹힐지 안먹힐지는 앞으로도 계속 두고 볼 일이다.

내가 신병 때 눈도 제대로 못맞추던 그 기율경의 왼팔에 감겨져있던 완장이 지금의 내 팔에 감겨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겪었던 숱한 군생활의 역경과 고난, 시간의 흐름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 1 2010.03.03 17:55 신고

    음어를 이런식으로 남발하는건 보기좋지않은데요...

    • BlogIcon hyperblue 2010.03.03 20:45 신고

      댓글보고 글을 다시 찬찬히 살펴봤는데, 음어를 그리 남발했나요...? 무전병을 일컫는 음어 외에는 별다른 것을 발견하지 못해서 일단 그 부분만 삭제했습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

  • BlogIcon 의경 갈라고 하는데요 2010.03.13 04:27 신고

    제가 고2인데 공부도 쫌 그렇고 졸업하면 바로 군대가려고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근데요 기율경이나 무전병도 직업처럼 계속 그냥 공무원인냥 할수있나요??
    제친구가 그러는데 기율경하려면 경찰대학가야 한다는데 개드립인가요??
    전 군대를 정말 가고 싶습니다. 물론 힘들다는건 알지만 할수있다면 기율경 하고 싶거든요.
    그리고 의경도 복무연장해서 계속 근무하거나 그런거 없나요??
    또 시험치는건 어떤 과목치나요?? 학교처럼 주요 교과목이랑 법관련문제들인가요??
    쫌 가르쳐 주세요.

    • BlogIcon hyperblue 2010.03.13 09:25 신고

      짤막하게 답드리죠.
      다 헛소리, 개드립입니다.

      무전병을 직업으로(?) 삼고 싶으면, 순경시험 합격해서 직원들로 구성된 경찰관기동대(직원기동대)에 들어가면 말그대로 직업으로 가능하겠죠.

      의경생활 하면서 복무연장? 그런거 없습니다.

      일단 순경시험을 치는 것도 군복무를 마쳐야 가능하니깐, 그냥 학교 졸업하고 군입대하면 됩니다.

      시험은 경찰학교에서 책 한권 주는데 그걸로 치는겁니다. 1주일 공부해서 치는건데 지금 알아봐야 아무 소용없는건 알겠죠?

      기율경이고 무전병이고 전의경이 하는건 그냥 군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기율경과 무전병은 중대 왕고급에서 지휘관이 정하는 겁니다.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게 아니죠.아직 잘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이런쪽에 마음비우고 열심히 대학입시준비하세요~

      얼마 안남았으면 모르겠는데 아직 이런문제로 고민할 시기는 아닌듯.

      p.s. 그리고 경찰대 입시성적은 대강 말해서 서울대급입니다. 웬만큼 공부해서는 입학못한다는 말이죠. 경찰대를 졸업하면 졸업과 동시에 경위에 임관합니다. 군복무 또한 전의경중대 소대장으로 마치게 됩니다~

  • BlogIcon 의경 갈라고 하는데요 2010.03.23 22:26 신고

    저기요 또 질문좀 할게요.
    의경동안에 순경시험응시해서 순경되면 그냥 대학 안다녀도 상관없나요??

    • BlogIcon hyperblue 2010.03.23 22:59 신고

      순경채용조건이 '군필자', 즉 군복무를 마친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경이든 공익이든, 군복무를 마쳐야 지원이 가능하죠. 의경일때는 군복무중이기 때문에 순경시험 지원자격 자체가 없습니다. 순경되고 나서 대학다니고 말고는 자기 선택입니다.

    • BlogIcon hyperblue 2010.03.26 18:26 신고

      순경시험에 대해서는 아는 바도 없고, 관심도 없습니다. 저는 순경시험 때문에 의경에 지원한 것이 아니거든요.

      다만, 의경전역자에 한해서 '전의경특채'라는, 시험을 한번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순경에 관심있다면 나중에 의경에 입대하는게 좋죠.

      순경시험과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네이버에 순경시험 관련 카페를 검색하셔서 알아보는게 더 빠릅니다.

  • zz 2011.02.25 19:32 신고

    기율이 순하게생겼네.............

    안무섭게생겼다..ㅋㅋ

    • BlogIcon hyperblue 2011.02.26 12:47 신고

      맞음. 나 순딩이였음.

      그래서 100일동안 우리부대 나가리로 다 만들어놓고 전역...난 솔직히 상황나가서 무전빵꾸 안내고 여러 부대가 함께 있는 큰상황에서 비교당하면서 쪽팔리지 않게 하는게 내 임무라고 생각했음ㅋㅋㅋㅋ

      좀만 더 있으면 그것도 1년여 전이구나...후...

  • 전경2995기 2011.04.27 21:21 신고

    저같은 경우 기수가 꼬여서 막내생활을 상당히 오래했지만 나중에는 그래도 윗고참들하고 직원들한테 열심히 한다고 잘보여서 중대기율자리를 물려받았죠....ㅋㅋㅋㅋ
    기억으론 제가 중대기율할때 중대원들 부대휴무까지 포함해서 only 훈련만 시킨 기억이 있네요 ㅋㅋㅋ
    그때 밑에 애들 저 원망 많이 했을텐데 결과적으로 나중엔 검열이라든지 등등해서 우리 중대가 지방청에서 탑 먹어서 특박으로 많이 빨기도 했죠 ㅎㅎㅎ
    지금 생각하면 추억인데 그게 벌써 전역한지가 5년이 되었네요 ㅋㅋㅋ

    • BlogIcon hyperblue 2011.04.28 21:54 신고

      전경대셨군요...! 5년 전이라면 이런저런 일로 고생 참 많으셨겠습니다^^

      전 나름 천사(?)기율이었는데, 그 덕분에 분위기는 참 좋았지만 급격한 '나가리화'가 된 것 같아 나중엔 좀 후회되기도 하더라구요.

  • 아자맨 2011.09.21 15:43 신고

    지금은 기율경이 없어졌다는 게 사실인지요?

    • BlogIcon hyperblue 2011.09.22 00:30 신고

      제가 듣기론 그렇습니다. 중대무전병이란 보직은 아직 남아있지만 기율경은 사라졌다고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저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어서 확신은 없습니다~

  • 전의경화이팅!! 2018.05.23 14:28 신고

    기율경인데 인상이 굉장히 좋아보여요.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중대무전은 중대무전대로, 기율경은 기율경대로 따로 있는게 뭔가 체계가 잡혀보이고 좋더라고요. 중대무전은 솔직히 좀 힘든 직책이죠. 더구나 중대장이 나이가 좀 있거나 경비업무에 미숙한 분이라면, 중대장이나 마찬가지고요. 그 업무를 마치고, 부대가서는 기율경으로 중대원들을 챙긴다? 피곤합니다.그냥 중대무전 안하고 동기들이랑 그냥 같이 전역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오래된 글이지만 고생하셨습니다.

    • BlogIcon hyperblue 2018.06.02 08:59 신고

      나름 학창시절 이후 하기 힘든 '조직의 대표'라는 직책으로서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주렁주렁 달린 무전기들과 빨간완장이 주는 책임감은 8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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