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iscellaneous/수험생, 2010~2012

원리는 중요해, 출가(出家)준비중, 당산철교

by hyperblue 2010. 6. 16.
분명히 대학교 2학년 때, 한 학기내내 들었던 과목인데.....내가 당시에 공부에 손을 많이 떼고 살았던 것 같다.

누구나 무시하기마련인 회계원리. 말그대로 원리과목이기 때문에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근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듯 하다. 요즘 깨작깨작거리며 많이 느낀다. 이 단순하고 원초적인(?) 과목을 보며 입대 전에 공부할 땐 못느꼈던 깨달음도 가끔 느낀다.

갈 길은 멀고, 내가 한 달간 해낸 것은 아직 걸음마도 시작못한 아기 수준. 오호호호, 결국 한 달동안 놀기도 꽤 열심히 놀았다.

방을 구했다. 자그마한 원룸. 하숙을 들어갈까 어쩔까 하다가 결국 홀로서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전역 후에 학교도서관으로 노트북과 이거저거 넣고 등산용 백팩을 군장 들쳐멘 군인마냥 들고 하루 평균 세시간을 서서 걸어다니며 통학을 하니 너무 힘들었다. 부모님께, "아으 너무 힘듭니다."라고 꼬장 아닌 꼬장을 부렸고, 공부와 관련해서는 모든걸 베푸시는 부모님께서는 길고 긴 대화의 시간 끝에 나의 출가(?)를 결정하셨다.

7월 초에 난 신촌주민이 된다. 대학입학 때 부터 꿈꿔왔던 일이긴 한데, 막상 현실이 되니 좀 막막하다. 돈 들어갈 곳도 한두군데가 아니고, 이모저모로 신경 쓸 부분이 많아질듯. 아...요리를 제대로 못하는게 괜히 슬프다. 군대에 있을 때 '취사반에 들어오지 않을래?'라고 날 유혹하던 고참의 제안을 승낙했더라면....

한강 고수부지, 당산철교.


친구와 당산역 코앞에 있는 한강에 가서 캔맥주를 마셨다. 날이 엄청 더웠는데 강바람은 시원했다. 바다도 아닌 한강을 보면서 가슴이 뚫리는 난 대체 뭐하면서 세상을 산거지? 그래도 잠시나마 좋았다. 역시 당산역에서 합정역을 향해 가는 2호선 지하철 안에서 바라보는 한강과 이렇게 보는 한강은 사뭇 다르다. 이래서 사람의 오감이 중요한듯. 똑같은 사물도 감각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시원한 캔맥주, 그리고 땀을 식혀주는 한강의 강바람. 이따금씩 답답한 삶속에서 가슴을 열게 해주는 소중한 조합임에 틀림없으리라ㅡ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