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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콜렉팅

Telc ZD(독일어 시험) B1 합격 후기

by hyperblue 2013. 12. 30.

나름 외국어고등학교에서 독일어를 전공했으나 졸업한지가 어언 만8년이 다 되어가니 머리에서 거의 다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한 애증의 언어, 독일어. 정말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도 열심히 공부했고, 당시에 성과도 좋아서 미래에 독어와 관련된 전공 선택과 직업까지 고려하기도 했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게 되면서 손쉬운 학점취득용으로 독일어 교양과목을 2개 이수했지만, 그 수준은 고등학교 때 심화학습한 수준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인지라 그닥 도움은 안됐다. 군대와 회계사 수험생활이란 공백기간 동안 철저하게 더 잊혀졌으나 지난 여름방학 때 고등학교 친구가 "취업용으로 같이 독어 자격증이나 따볼래?"란 제안을 했고, 종로에 있는 독일어 학원인 BSK에 수줍게(?) 발을 들이게 되었다.


'왕년에 한 가닥 했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워밍업을 한답시고 기초독해반에 들어갔는데, 확실히 예전에 배웠던 감각이 남아있어서인지 시간이 지날 수록 문맹에서 조금씩이나마 벗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힘들었던 부분은 바로 어휘였다. 고등학교 때 주당 8시간이 넘는 독어 과목을 이수했지만, 그 때는 어휘수준이 고등학교 수준 독일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심화학습이었다. 하지만, 독일어 시험인 ZD(Zertifikat Deutsch, 영어 : German Certificate)의 어휘는 고등학교 수준보다는 훨씬 높았다. 매번 듣도보도 못한 새로운 어휘가 쏟아지자 참 당황스러웠다.


어쨌든, 기초 독해 반 한 달 과정을 수료한 후(8月), 학교 개강과 동시에 ZD 실전반(9月)을 수강하게 되었고, 전혀 시험에 대한 기초정보 없이 시험대비반에 들어갔더니 소위 말하는 '멘붕'이 왔다. 가장 머리 아팠던 것은 이 시험은 영어시험인 토익과는 다르게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4가지 영역을 모두 측정하는 시험이란 것이었다. 정관사 격변화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마당에 갑자기 회화를 해야 하고, 아무리 들어도 따라가기 힘든 청해를 하고, 편지를 써야한다는 사실은 중간에 포기하는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이런 와중에도 ZD실전반의 장은실 선생님께서는 내 능력이 합격에는 충분하다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격려를 아낌없이 해주셨고, 학교 중간고사 준비때문에 10월 한 달을 쉬고 11월에 마지막으로 실전반을 더 수강하여 11월 30일에 피하고 싶었던 시험을 응시하게 됐다.


결과는... 합격! 감히 sehr gut(very good)은 기대도 안했고, gut(good)을 획득하여 뿌듯했다. 총 3개월 동안 학원 수업을 듣고 원하는 성과를 얻은 것인데, 아직 내 어설픈 독어감각(?)이 완전히 녹슬지는 않았나보다.



내가 응시한 시험은 Goethe-Institut가 아닌 Telc사가 주관하는 시험인데, 난이도도 비슷하고 독일어권 국가에 나가면 큰 차이없이 공신력이 인정받는 시험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 국한하면 'Telc? 그게 뭐야?'라고 묻는 사람이 많지만, 독일연방 내에서는 거의 동등한 지위로 인정받는 시험이라고 해서 조금 안심하게 되었다.


비록 내가 언제 독일어권 국가에 갈 수 있을지, 혹은 독일어를 조금이나마 구경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될지는 미정이지만, 어느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세계에 대한 시야와 이해를 한층 넓힐 수 있는 귀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막상 이렇게 점수를 따게 되니 앞으로도 틈틈히 독어를 공부하여 더 어려운 시험에도 응시하고 싶다는 포부가 생겼다. 어딘가에 취직하더라도 꼭 독어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


요즘 외고 후배 친구들은 이 시험을 기본으로 응시하는게 일반적이라고 하던데, 내가 학교 다닐 때에는 단 한 명도 일부러 따려는 친구들이 없었던지라 새삼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게 바뀌었다는 게 느껴진다.


끝으로 다시 한번 열심히 가르쳐 주신 종로BSK의 장은실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B2 레벨 시험준비 또한 장선생님을 통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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