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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취준생, 2013~2014

두 개의 학사모 졸업사진, 그리고 21년의 간극

by hyperblue 2014. 6. 5.

지난 5월 초, 캠퍼스에서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며 졸업사진을 찍었다. 더운 날씨에 하루종일 서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수업도 못가고 찍었는데, 오늘에야 그 사진들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학사모 사진을 보자마자 갑자기 떠오른 아주 오래 전의 졸업사진 하나.

21년의 간극.

유치원 졸업사진으로 추정되는 학사모 사진이 문득 생각났다. 그 사진 속에서 마주하는 21년 전 앳된 모습의 나. 지금의 사진 속에는 후덕해진 무거운 몸으로 조금은 늦은 대학교 졸업을 기다리는 아저씨가 하나 있다.


과연 21년전 일곱살의 나는 무슨 꿈을 꾸고 있었을까. 카메라 앞에서 앙증맞은 학사모를 쓰고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경찰, 군인, 대통령, 변호사 등 갖가지 꿈을 학창시절 내내 바꾸었던 나는 지금 평범한 회사원이 되기 위해 학교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어렸을 적 그 꿈들이 희미해진 지금, '한 달, 한 달 적당히 월급받으며 살아야지'란 일종의 체념을 한 내 모습에 가슴이 조금은 무겁다. 새로운 터전에서 다시 꿈을 꾸고, 키워나갈 수 있을까.


30대를 바라보는 사진 속의 아저씨는 웃고 있지만 웃는게 아닌 것 같아 기분이 오묘하다.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학사모 사진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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