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지수와 유가가 간밤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우는 기어코 16000을 깨고 내려왔으며, WTI또한 심리적 지지선이라고 미디어에서 말하는 30불을 깨고 내려왔다. 소위 말하는 '풋맨'들은 '인버스에 몰빵하라, 풋을 사라'며 온갖 인터넷 투자 커뮤니티마다 저마다의 축배를 들고 있으며, 중소 언론사들은 'IMF는 장난이었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더 무서운 금융위기가 찾아올 것이다.'란 자극적이고 암울한 헤드라인으로 경제면을 도배하며 자신들의 글을 대중에 팔아대고 있다.


사람들은 코스피를 '박스피', 혹은 '개스피'라며 자조적으로 이야기한다. 몇년째 3000은 꿈의 지수인채로 비실거리고 있다. 2000이 넘어가면 '박스 상단에 도달했다'며 개인의 펀드환매를 비롯한 기관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주춤하는 모습이다.


지난 금요일에 다우지수 대반등에 힘입어 갭상승 출발했던 코스피는 중국 장의 하락을 시작으로 갭상승 분을 모두 메우면서 오히려 길다란 음봉으로 끝나버렸다. 선물지수 또한 간밤의 야간장에 다우지수 폭락에 발맞추어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미국 장의 영향이 크지만, 이 분위기라면 우리 시장은 월요일 초에 갭하락으로 시작해 기어코 1700을 구경하러 가려고 시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돈먹고 돈먹기'로서 '메쟈(major)'들의 돈을 무기로 한 힘겨루기가 이루어지는 전쟁터이다. 메쟈들이 최신식 무기와 무한대에 가까운 총알로 서로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격렬한 전투를 벌이는 그 곳에 개인투자자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딱총과 총알 몇발을 가지고 한복판에 뛰어드는 이들이 대다수인 모양새.


과연, 지금 서브프라임, 리먼사태 때와 같은 무시무시한 세계경제의 재앙이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글로벌 경제 위기라고 온갖 미디어에 도배가 되는 와중에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것은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이다. 이로 인한 강달러는 유가하락 압력을 더 하고 있으며, 미국의 셰일가스를 죽이기 위해 '감산은 없다'며 '배째라'식 대응을 지속하는 오펙은 누군가가 항복하기 전까지 계속 버틸 모양이다. 게다가 조만간 이란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시장에 쏟아져 나올 이란 생산분 원유는 당분간 유가가 예전 수준으로 가는 것은 많이 힘들어보인다는 예상에 힘을 실어준다.


'우리나라는 저유가로 인한 대표적 수혜국가'라며 저유가의 축복을 떠들던 국내 언론은 어느새 논조를 싹 바꾸어 저유가로 인해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조선, 중공업, 플랜트 회사 상황을 연일 다루며 우리 경제에 대단한 위기가 올 것이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다'라는 말이 딱 생각나는 요즘이다. 


개인투자자가 대부분을 구성한다는 중국증시는 연일 말도 안되는 하락폭을 기록하며 땅굴을 파고 있다. 여기에는 증시 운영에 미숙한 중국의 관계당국과 급격히 악화된 투심때문에 너도나도 일단 던지고 보는 개인투자자들의 분위기가 한 몫 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 금요일 2900을 깨고 내려가는 상하이 지수를 보며 다들 2015년 8월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물론, 요근래에 외국인의 선물매도량이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은 우리 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이에 편승하기 위해 개인들의 하락장 베팅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대다수의 예상과 시장이 비슷하게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차트만 봐도 머리를 틀어서 2000을 다시 찍으러 가는 것은 당분간 힘들어보이지만, 1700 혹은 그 아래로 계속 땅굴 파내려가면서 나라가 망할 징조는 아니라는 것. 외국인의 끝날줄 모르는 현물매도는 단순히 우리 시장만이 아닌 글로벌 신흥마켓 대부분에서 보이는 모습이다.


극도의 변동성이 시장을 휘감은 지금, 과감한 베팅은 큰 손실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기관과 외국인이라는 거인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선물시장에서 피튀기는 싸움을 지속하고 있고, 개인투자자는 단타 혹은 급등하는 테마주 공략이 아니고서야 현물시장에서 이익을 내기 힘든 장이다. 함부로 바닥을 예단해서 현물 매수, 혹은 콜에 베팅하는 것도, '대세 하락'을 노래하며 풋에 몰빵하는 것도 지금은 모두 위험하지 않나 싶다. 가끔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잃지 않고 지키는 방법아닐까.


결국 시장은 인간의 탐욕을 먹고, 개미투자자들이 저마다 흘린 피를 모아서 마시면서 자란다. TV에서는 '커피값보다, 클럽 입장료보다 저렴한 주식 종목수가 XXX개!'라며 2~30대를 타겟으로 주식시장에 들어올 것을 유혹하는 광고가 연일 쏟아진다. 결국 개미들이 신규진입해야 메쟈가 뺏어먹을 파이가 커지며, 매매체결을 통한 브로커리지 피 수익도 늘어나는 것이기에.


약세장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시장주체들의 지나치게 악화된 투심으로 인해 과매도 국면에 진입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늘상 이야기하는 실물경제의 위기는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이지만, 얼마전 단기 고점이었던 2000초반대에서 1800, 1700으로 내려갈만한 무시무시한 실물경제의 변화는 그렇게 체감할 정도로 눈에 띄지는 않는다.


다가오는 월요일 아침, 코스피는 분명히 갭하락으로 우울한 음봉탕을 만들면서 출발하겠지만, 모두가 풋을 노래할 때 단기 숏포지션 세력의 차익실현이 시작된다면 다음주중에 다시 반등을 시도하지 않을까 싶다.


high risk high return- 내가 후자의 주인공이 될 것이란 자신감보다는, 이미 쇼핑한 종목들이 있다면 hts, mts 끄고 모르고 지내는 무관심이 답일 것 같다.

섣불리 메쟈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오기를 부리지 말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시세에 겸손하게 다가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

개미는 메쟈가 차려주는 밥상에서 떨어지는 쌀 한 톨을 얻어 먹으려고 해야지, 분수에 안맞게 욕심을 부리면 부엌에서 수저 다 빼앗기고 내쫓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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