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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콜렉팅

한국세무사회 주관 세무회계 2급 합격

by hyperblue 2016. 5. 1.

정확히 2달 후인 7월 1일이 되면 취업한지, 그리고 지금의 회사에 입사한지 정확히 2년이 되는 날이다. 군대로 따지면 지금 말년 병장이겠지만, 회사에서의 내 상대적 위치는 아직 이병, 일병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작년 9월에 현재의 근무지인 울산에 발령이 났고 벌써 8개월을 꽉 채운 시간동안 울산사람으로서의 생활을 해나가고 있는데, '자기개발'이라는 어휘는 더이상 나와는 상관없는듯한 생활을 계속해왔다. 회사에서는 계속 자기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업무와 자기개발을 병행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 것이다.


어쨌거나 본사보다는 낮은 일상적 업무강도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던 어느 날,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입사 전에 재경관리사, IFRS관리사는 손쉽게 땄는데, 다른 회계/세무 자격증이 없을까 찾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한국세무사회에서 주관하는 '세무회계' 시험이다.


물론 세무 쪽 시험의 끝판왕은 회계사/세무사 시험이지만, 감히 거기까지는 도전할 수 없었고, 그나마 이 세무회계 2급 시험이 나의 목적과 일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3급은 뭔가 너무 초급자 냄새가 났으며, 1급은 좀 찾아보니 세무사 2차시험과 난이도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 'ALL 주관식' 시험이었다. 남은 것은 뭔가 intermediate 냄새가 솔솔 풍기는 2급 시험뿐. 예전에 회계사 1차 시험 준비하듯이 다시 공부하면 되겠거니 싶어서 시험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설렁설렁 공부를 시작했다.


다시금 만나게 된 무식한 두께의 세법개론 책. 마치 '수학의 정석' 공부할 때 '집합과 명제'를 공부하는 느낌으로 법인세 첫부분부터 차근차근 공부해나갔는데 생각처럼 집중도 안되고, 다시 암기 및 이해할 것들이 산더미여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시험은 3주도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공부해서는 족히 몇개월은 걸려야 노란 책을 1회독할 것 같아서 일단 기출문제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인터넷 방방곡곡을 헤매야 기출문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한국세무사회 자격시험 홈페이지에 약 5회분의 지난 기출 문제가 올라와있었다. 그리고 그 기출문제들을 인쇄해서 직접 봤는데 아래의 두가지 사항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했다.


1. 상대적으로 회계사 1차 시험보다 난이도가 매우 낮다. 


- 몇년 전에 응시했던 재경관리사의 세무회계 파트가 회계사 1차시험 기준으로 7~80%정도 체감 난이도를 보여줬다고 기억하기에 세무회계 2급도 그 정도일 거라 지레짐작하고 공부를 시작했었는데, 세무회계 기출문제 몇 회분을 훑어본 결과, 회계사 시험을 들이대면 보다 더 미안할 수준의 난이도였다. 시험준비를 시작하며 열심히 세무조정 카테고리 별 한도와 공식을 달달 외우며 계산문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런 계산문제는 거의 출제되지도 않았고, 출제되었더라도 세법개론 책 예제보다 한참 낮은 난이도였다. 몇주일 동안 수험목적에 맞지 않는 공부를, 소위 '삽질'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2. 문제 수가 너무 적다.(문항 당 배점이 높다)


- '생각보다 쉬우니 다행이다'란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찾아온 두번째 멘붕은, 너무 적은 문항수와 그로인한 높은 문항당 배점이었다. 객관식 50문제(문항 당 3점), 주관식 10문제(문항당 5점)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주관식이 복병이었다. 주관식에서 몇개만 나가도 점수가 훅훅 빠졌다. 세법공부를 놓은지 3년이 넘은 나에겐 큰 장애물이었다. 아무리 체감 난이도가 낮다고 한들, 법인세, 소득세, 부가세, 조특법을 모두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암기를 어설프게 하면 바로 과락으로 직결될 수 있었다.


위 두가지 사항 때문에 더 이상 '노란 책'인 두꺼운 세법개론을 후벼파는 것은 수험목적상 목적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3년도 훌쩍 넘는 수험공부의 공백때문에 어떤 것이 수험목적상 중요한 것이고 지엽적인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웠으므로, 그냥 세무회계 2급 수험서를 사서 공부하기로 했다.


최신 개정사항이 반영된 수험서를 찾다가 Hit 세무회계 2급(2016)을 구입하여 남은 2주 정도의 기간동안 주말에도 울산의 구립도서관에서 하루종일 공부하며 정말 오랜만에 '피똥쌌다'. 회계사/세무사 시험을 최근에 준비했거나 하는 이들에게는 코웃음 칠 난이도의 시험이었지만, 마지막 수험공부의 기억이 2013년 초였던 나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특히 주관식 시험에 대한 압박과 그것을 대비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굳어진 머리로 지저분한 조특법 세부사항의 숫자들과 여타 가산세 등을 깜지처럼 적고 외우려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포기하고 제꼈다.


시험 당일, 그래도 긴장하면서 막판에 스퍼트를 올려서 공부했던 탓인지 거의 20분만에 시험지를 다 풀었는데 도저히 찍어서도 칸을 채울 수 없는 주관식 문제에서 좌절했다. 그리고 결국 주관식에서의 박살은 그대로 지난 목요일에 발표된 최종점수로 직결되었다.





세법 2부는 국기법, 소득세법, 조특법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주관식을 많이 틀렸다. 객관적으로 어렵다고 할 순 없어도, 제대로 암기하지 않으면 빈 칸을 채울 수 없는 부분이었다.

어쨌거나 별 것 아닌 시험이지만 다행히도 합격했다. 혹시라도 떨어졌으면 자존심에 기스 좀 크게 날 뻔 했는데, 그게 싫어서 짧은시간이나마 퇴근 후와 주말에 독하게 준비했던 보람이 있었다. 거의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공부한다는 것은 확실히 쉽지 않았다.


이 시험은 난이도로만 따지면 합격했다고 자랑하거나 좋아할 시험은 절대 아니었지만, 나에겐 회사원이 된 후 처음으로 무언가를 공부해서 따낸 것이었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2년간 거의 반복적인 일상업무만 하며 하루하루 조금씩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오랜만에 느끼는 '수험기간의 서스펜스'를 짧고 굵게 느끼기에 충분했다.


혹시라도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이 시험을 준비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1. 한국세무사회 자격시험 사이트(http://license.kacpta.or.kr)에서 기출문제를 내려받아서 문제유형 및 체감 난이도 파악


2. 전용(?) 수험서를 통해 목적적합한 시험대비


위 두가지를 기억하고 준비한다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합격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회계사/세무사 수험생 혹은 수험생활을 접은지 얼마 안된 사람들이라면 그냥 시험장 들어가서 발로 풀어도 붙을 수 있을 난이도이니 그들은 예외.


막상 앞으로는 어떤 시험을 목표로 공부하고, 준비해야할지 감이 안온다. 

회사 다니면서 적당히 업무와 병행하면서 도전해볼만한 회계/세무 시험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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