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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0/04/23 08:29 | Posted in 의경, 의무경찰/의경 블루스[의경블루스 - 11] 괴로운 시선
의경은 사회속에서 근무하는 군인이다보니 여러가지 장점과 단점이 있다. 늘 민간인을 마주 하며 그들의 일상을 지켜본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큰 장점이겠지만, 이게 가장 큰 아픔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차라리 눈을 감았으면 싶지만, 짬밥이 안되면 안된다고 눈에 힘주고 정면을 주시해야하는(소위 '앞을 뚫다'라고 표현) 쫄병도, 짬이 차서 사람구경 하느라, 이쁜 여자들 구경하느라 눈을 마구 돌리는 고참도 이런 봉변의 예외가 될 수 없다.
긴 말 필요없다. 아래의 사진이 근무중의 그 짜증과 고통을 잘 말해준다.
이 사진은 서울 전의경중대가 늘상가서 '뻗치기 근무'(각잡고 장시간 서있는 근무를 지칭)를 하는 근무지 중의 하나인 경복궁 동문쪽, 동십자각 사거리에서 거점근무중인 의경들과 앞에서 있는 힘껏 염장질을 하는 한 커플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 이 근무지는 외국인 관광객이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거나 길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서, '아, 내가 대한민국의 국위선양과 경찰 이미지 제고에 일조하고 있구나.'란 뿌듯한 마음을 종종 갖게 만드는 곳이지만, 눈에 콩깍지가 씌여서 자신들 외에는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커플들의 염장질이 극에 달하는 분노의 근무지이기도 하다.
그래, 우리를 남자로, 사람으로 안보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불쌍한 군바리 처지 생각해서라도 눈앞에서, 코앞에서 저런 짓은 좀 자제하는게 최소한의 양식을 갖춘 인간의 도리가 아닌가. 정녕 저들은, 아니 저 남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군미필자인가. 혹은, 불쌍한 현역들에게 자비심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예비역인가. 왜 그 많은 으슥한 곳, 아늑하고 쾌적한 모텔방 놔두고 하필 늠름한 자세로 근무중인 경력이 떡하니 각잡고 서있는 저 곳인가. 가끔 저런 분들을 보면 단봉뽑고 달려가서 마구 혼내주고 싶은, 무전기로 예비대 경력을 하차시켜서 고착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해소불가능한 욕구'일뿐. 누구 말마따나 '현실은 시궁창'이다.
이 사진의 커플 또한 마찬가지이다. 저 행동은 경력을 자극하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시위대의 행동이라고 판단된다. 정말 경력을 개의치 않고 순수하게 사랑에 빠져 저러고 있었던 것이라면.....그래도 이런 물불 안가리는 심리전은 너무한다. 차라리 경력에게 욕을 하라. 이건 정말 잔인한 고문이다.
그리고 근무중에 갖게되는 전의경의 시선에 대해 매우 잘 묘사한 그림 한 컷이 있다.
정말 이러하다. 난 교복입은 중고등학생들만 봐도, '쟤들은 언제쯤 군대갈까? 어디로 갈까? 복무기간은 얼마나 단축될까?' 이런 생각을 계속 한다. 가끔 지나가는 육군 개구리복 복장의 현역아저씨들을 보면서도 계급장 짝대기 수를 세어보며 '아직 앞이 안보이는 짬밥이구나', '나랑 비슷하구나'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아는 한, 대한민국 남자는 전역자, 현역, 미필자(입대예정자), 공익, 면제자로 이루어져있을 뿐이다.
얼마 후에 전역하고도 내 눈이 이럴까, 요즘 좀 무섭다. 말년이 되어도 전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놈의 군바리티.............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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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긴 왔구나.봄이 오긴 왔구나.
Posted at 2010/03/06 17:24 | Posted in Miscellanies/의무경찰, 2008~2010봄이 오긴 왔나보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 아직 벚꽃이 휘날리진 않지만, 느낌만은 곧 여기저기에서 흐드러지게 필 것 같다.
애증의 용산. 용산참사와 그 후폭풍이 내게 용산을 악몽의 도시로 만들었다. 막상, 다 정리되니 다시 제 모습을 찾은듯 하다. 이촌역 근처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가족공원. 근무하다가 쉴 때, 가끔 가서 놀러온 가족들과 커플들을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다. 아직도 생각난다. 입대 전에, 누군가랑 똑같은 곳에 놀러가서 눈에 띄는 주변의 전의경을 보며, '여기에도 전의경이 근무하나?'란 궁금증을 가졌었다. 이제는 안다. 근처에서 미8군 시설경비 근무중에 공원에 쉬러 온 대원들이란 것을.
내가 바라보던 사람이 어느 순간 내가 된다는 경험은 참 이상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2008년 8월, 방패를 앞에 두고 경복궁 동문 앞에서 로보트 마냥 멍하니 정면을 뚫고 있던 내게 누군가가 "혹시..어!"하면서 말을 걸었다. 2006년, 1학년 때 같은 수업을 들으며 친해졌던, 나이가 좀 많은 동기였다. "너 군대갔다더니 여기 있구나. 고생 많네."라고 말을 건네는 그가 참 부러웠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왜 하필 이런 바보같은 모습일 때 마주치는 걸까. 그 후로도 많은 지인들을 거리 곳곳에서 우연히 만났다. 의경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당연히 장점이 아닐까 싶다.
1년은 또 눈깜짝할새 흘렀다. 작년 이 맘때는 지금 이 순간이 올까 싶었는데, 이제는 위에 고참이 없다. 모두가 집에 갔다. 언제 집에 가냐고 놀리던 고참들이 아무도 없다. 좀 섭섭하다. 장난 반, 갈굼 반으로 놀리고 괴롭히던 고참들이 없으니 심심하기도 하다.
늘 꿈꿔왔던 중대왕고가 됐지만, 별로 좋은 것도 없다. 그저 집에 가고싶다.
그래도 난 최선을 다 하고 있다. 개인의 자기개발보다는 부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내게 맡겨진 임무가 있는만큼, 이 직분을 후임에게 인수인계하는 그 날까지 난 우리 중대원들과 중대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막상 전역의 그 날이 오면, 남는 것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 흔한 자격증도 고작해야 쉬운 ITQ 하나. 내게 지금 남은 것은 몇날몇일을 떠들어도 끝나지 않을 2년 군생활의 독특하고 잊지못할 추억들과 좋은 사람들 뿐이다. 난 여기에서 이거라도 얻었으면 됐다며 또 자위하고 있다.
오늘은 아침일찍부터 용산 미8군 시설경비를 나갔다가 왔다. 올림픽대로, 등받이를 편히 뒤로 제낀 버스 뒷좌석, 활짝 연 창문 사이로 내 허파를 구멍낼듯이 세차게 밀고들어오는 시원한 강바람, 그리고 강건너 강북의 풍경. 죽을 때 까지 잊지못할 내 군생활의 소중한 한 장면이다. 오늘 반포대교를 건너면서 들은 Red Hot Chili Peppers의 Otherside가 또 내 머릿속에 노래하나와 풍경하나를 짝짓기해주었다.
Red Hot Chili Peppers - Otherside
옆에서 '시간 더럽게 안간다'며 툴툴거리는 동기. 그리고 그가 찍어준 사진 한장. 봄날의 전쟁기념관에서 난 또 영원히 지우지 못할, 지우지 않을 추억 하나를 억지로라도 사진에 박아 넣는다. 내가 이렇게 보낸 오늘은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깐. 남는 것은 오직 기억뿐이니깐. 그리고 그 기억의 재생을 도와주는 사진뿐이니깐.
성큼성큼 다가오는 전역의 그 날을 고대하며ㅡ
100306, @용산 전쟁기념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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