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예씁니다!'를 아시나요?(전의경 언어백서)6. '예씁니다!'를 아시나요?(전의경 언어백서)
Posted at 2010/02/17 20:56 | Posted in 의경, 의무경찰/의경 블루스[의경블루스 - 6] '예씁니다!'를 아시나요?(전의경 언어백서)
어느 조직에나 그들사이에서만 쓰이는 언어가 있다. 그 정도는 조직이 폐쇄적일수록 더 하며, 이 사회에서 가장 폐쇄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군대는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를 가지고 있다. 외박이나 휴가를 나가서 다른 군대에서 군복무중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서로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생긴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언어생활 부분이다.
크게 봤을 때, 육해공군과 전의경조직으로 독특한 언어생활이 나뉘어 질 것이고, 세부적으로는 각 부대마다의 언어차이로 나뉘어질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것은 전의경부대에서 쓰이는 언어이다. 물론, 내가 속한 중대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다 똑같진 않겠지만 보편적으로 전의경들 사이에서는 다 통하는 것들을 위주로 기술해보겠다.
전의경은 경찰조직의 일부이기 때문에 용어중에 경찰무전음어가 상당히 많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부대생활에 사용하지만 알고보면 무전음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거기서 따온 것이 많아서 무전음어와 관련된 부분은 아래의 소개에서 제외하겠다. 무전음어는 대외비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외부에 발설하면 안된다. 사실, 이런 무전음어를 빼고나면 '우리만의 언어'랄 것도 별로 없는듯 하다. 나같은 경우 음어가 입에 붙어버린 나머지 '민간인의 언어'와 혼동해서 외박중에 얼떨결에 사용하다가 이해하지 못한 상대방의 반문을 받은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것도 역시 입에 붙은 무전음어가 원인인 것이 대부분.
어쨌든, 생각나는대로 우리들의 용어를 끄적여볼련다. 이 중에는 전군공통의 용어도 있을 것인데, 내가 그런 것까지 찾아가며 분류할 필요는 없는듯. 자대전입 후 쓰게 된, 내가 느끼기에 '신기한' 용어들 위주로 써볼련다.
아, 그리고 전의경부대는 일반 군대와는 다른 독특한 보직, 기수체계를 갖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보직은 자신의 '주특기'를 이르는 것이 아니다. 이 부분 역시 전의경들의 언어생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바로 전 포스팅([의경 블루스] - 5. 내무실 기수(보직)체계.)에서 전의경 보직체계를 다루었기 때문에 이 포스팅에서는 생략한다.
1. 예씁니다!
- 내가 처음에 자대배치를 받고 동기와 함께 소대 내무실에 짐짝처럼 던져졌을 때였다. 어느 고참이 "여기와서 앉아봐."라고 말했고, 난 신병답게 우렁찬 목소리로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근데 그러자 갑자기 우리에게 무관심한듯했던 대부분의 고참들 입에서 쌍욕 수십개가 속사포처럼 나에게로 작렬했다. 내가 당황하자 나를 관리하는 고참이 그제서야 말해줬다.
"여기서는 모든 긍정대답(=Yes)은 '예씁니다'야. 알았어?"
"예씁니다!"
그 후로 하루에 수십, 수백번씩 말하면서 이 정체모를 표현은 내입에 붙어버렸다.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YES입니다.(예쓰입니다-_-)'의 준말일까..왜 이런 말을 쓰지....조금 더 생활하다보니 이것은 단순히 '예, 알겠습니다'와 '예, 그렇습니다'의 준말이란 것을 알았다. 둘다 빨리 발음하다보면 어느덧 '예씁니다'가 되는 것이다. 좀 신기한 것은 굳이 빨리 말해서 상대방에게 그렇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정식표현처럼 굳어져서 모두가 쓰고 있다는 점이다. 굉장히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생각해보면 참 편하다. 군에 있던 사람은 알겠지만, 가끔 상급자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예, 알겠습니다.'라고 해야할지, '예, 그렇습니다'라고 해야할지 종종 헷갈릴 때가 있다. 이 두 표현은 모두 긍정의 표현이지만 확실히 쓰임이 다르다. 이럴 때, 우리들의 표현 '예씁니다'는 진가를 발휘한다. 지휘요원(흔히 말하는 간부)들은 우리의 이런 표현에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외부인들에게는 신기한 용어이다. 전의경을 잘 모르는 경찰직원들은 가끔 '예씁니다'란 말에 "지금 뭐라고 했냐?"라고 간혹 묻기도 한다.
입에 착착 감기기에 나는 첫외박 나가서도 김밥마는 김X천국 아주머니의 "김밥 두줄줄까?"란 질문에 "예씁니다."라고 대답했다가 혼자 어이없었던 적도 있다.
※ 표현예시)
ⓐ "막내야, TV채널 좀 돌려봐라"
"예씁니다!"
아마 촛불집회로 전의경들과 친숙(?)해진 일반인들은 '이것들이 대체 짐승같이 뭐라고 지껄이는건가'싶은게 많았을텐데, 그 중에 대표적인 짧은 표현이 바로 "예쓰!"다.
그 외에 괴성과 함께 짐승처럼 내지르는 고정표현과 그 상황은 아래와 같다.
"대열정비!" - 시위대와 대치 중에 흐트러진 대열을 가다듬을 때.
"장비내려!" - 방패를 들고있던 적극적인 진압자세를 멈추고, 진압장구를 내린채 한 템포 쉴 때.
"목소리 크게!" - "대열정비!"와 사용목적이 흡사. 대열을 가다듬고, 사기를 올릴 때.
"○보 앞으로!" - 진압대열을 갖추고 시위대와 대치하는 상태에서 ○보(步)씩 앞으로 전진할 때.
"하이바 착용!" - 시위상황이 격해져서 손에 들고있던 방석모(防石帽)를 착용할 때.
"중대, 철망 내려!" - 시위대와 붙기 일보직전에 하이바의 철망을 완전히 내려서 적극적 진압에 들어갈 때.
이 밖에도 중대별로 자기들만의 표현이 있고, 위에 언급한 것들은 대부분의 중대가 공통적으로 훈련이나 실제 시위진압상황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혹자는 전의경부대의 이 '괴성'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여 '전경들이 "방패찍어!"라고, "밟아버려!"라고 외친다'며 왜곡하기도 하는데, 그 어느 부대도 절대 이러한 공격적 표현을 정형화해서 쓰진 않는다.
2. 미싱
- '미싱'...언뜻 듣기에는 의류수선과 관련된 표현같지만 전의경들에게는 보통 악몽처럼 떠오르는 기억이 바로 이 '미싱'의 기억이다. '미싱'이란 광의(廣意)로는 '대청소'를 뜻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칫솔과 구두솔류의 도구로 치약, 퐁퐁, 세제 등이 뿌려진 바닥이나 벽, 기타 사물을 미친듯이 닦아서 깨끗하게 광내는 것'을 뜻한다. 정말 원시적이고, 원초적이며 무식한 군대식 청소이다. 미싱은 제대로 할 경우 솔을 잡고 바닥을 돌리는 손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야하며 온몸에서 미친듯이 땀이 나야 정상이다. 경찰버스 내부, 내무실, 취사반의 바닥, 벽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높은 사람이 부대에 방문한다든가 하면 부대전체에는 '미싱의 향연'이 시작된다. 보통 누군가가 '빵꾸'(추후 설명)를 냈을 때, 그에 대한 벌로 중대나 소대의 고참대원이 하급대원들에게 미싱을 '꽂기'(추후 설명)도 한다.
※ 표현예시)
ⓐ "내일 서장님이 방문하실지도 모른다니깐 내무실이랑 취사반, 복도, 계단 다 깨끗이 미싱해라."
ⓑ "너네들 아까 상황나가서 말도 안되는 빵꾸냈으니깐 알아서 부대의 모든 곳 죄다 별명시(별도의 명이 있을 때)까지 매일 미싱해."
ⓒ "이 새끼들 X같이 하는데 내무실에서 숨도 못쉬게 미싱이나 시킬까?"
ⓓ "넌 입냄새가 너무하다. 아예 구강미싱을 해버려." -_-;
3. 빵꾸
- '빵꾸'는 내가 알기론 전군공통용어이다. 가벼운 실수, 중대한 실수 모두 '빵꾸'라고 이른다.
※ 표현예시)
ⓐ "저 자식은 중대 최고의 빵꾸머신이야."
ⓑ "너네들 자꾸 상황나가서 쪽팔리게 다른 중대 다 보는데 빵꾸낼래?"
4. 꽂다
- '꽂다'라는 표현은 전의경들에겐(혹은 우리 중대만) 뜻이 좀 다르게 쓰인다. '사역'(추후설명)이나 '미싱'을 시키는 것을 보통 '꽂는다'라고 표현한다. 반댓말은 '풀어준다'이다.
※ 표현예시)
ⓐ "너네 자꾸 X같이 하는데 내가 한번 제대로 꽂아줄까?"
ⓑ "아..저번에 ○○○님이 미싱 꽂은거 언제쯤에나 풀어줄려나.....휴.."
5. 사역(使役)
- 전의경에게 '사역'은 사전의 본뜻과 거의 같지만, 타군과 달리 이 단어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이 사용한다. '남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사전 뜻대로, '본 임무 외에 하는 잡무'를 뜻한다. 보통 사물뒤에 '사역'이란 단어를 붙여서 표현한다. 예를 들어, '식기사역'(식사 후 모든 식기를 닦고, 취사반을 정리하는 일). 보통 부가설명없이 '사역'이라고 하면 우리 중대에서는 '식기사역'을 뜻한다.
※ 표현예시)
ⓐ "소대별로 사역병 세명씩 행정반 앞으로 모여!"
ⓑ "식기사역때문에 주부습진 생겼어ㅅㅂ"
ⓒ "빵꾸냈으니깐 닥치고 사역(부가설명 없으므로 '식기사역'을 의미)이나 들어가.(추후설명)"
6. 들어가다
- '들어가다'란 표현은 우리 부대만의 것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해본다. 보통 "들어가."란 명령어형으로 굳어져있고 그 외의 어형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들어가."란 명령어는 빵꾸 등의 것을 이유로 벌로써 "취사반에 들어가서 식기사역을 하라"는 것을 뜻한다.
※ 표현예시)
ⓐ "긴말 필요없고, 별명시까지 알아서 들어가."
ⓑ "들어가."
7. 꿀빨다
- 이 표현도 아마 전군공통표현인듯. '편히 쉰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남들과 달리 운좋게 근무열외하거나 상대적으로 쉬운 근무를 하는 이에게 많이 쓰는 표현.
※ 표현예시)
ⓐ "이 새끼 오늘 내무실에 누워서 미친듯이 꿀만 빠네."
ⓑ "나도 그동안 뺑이 많이 쳤는데(고생 많이 했는데), 간만에 꿀이나 쪽쪽 빨아볼까."
8. 망고
- 이것도 전군공통표현이 아닐까. '꿀빨다'와 비슷한 맥락의 단어이다. 우리부대에서는 보통 매우 쉬운 근무나 그 근무를 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보통 '개'라는 저급한 접두어를 사용해서 그 정도를 표현한다.
※ 표현예시)
ⓐ "우와, 오늘 근무 진짜 개망고야. 맨날 오늘만 같아라.."
9. 풀어주다
- 이것은 위에 언급한 '꽂다'의 반댓말이다. 사역이나 미싱'꽂은' 것을 그만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 표현예시)
ⓐ "그동안 사역, 미싱 다 하느라 힘들었지? 이제 풀어줄테니깐 그런 빵꾸 좀 내지마라, 제발."
10. 깨스(깨쓰)
- 이것은 전의경의 대표용어. 먼 옛날옛적부터 전의경조직속에서 그 명맥을 이어내려왔으며, 외부인에게는 전의경조직의 잡군기, 가혹행위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타군에서도 종종 사용되는 표현이지만, 뜻이 다르다고 알고 있다. 전의경들에게는 '~의 완전한 금지'를 뜻한다. 보통 특정단어 뒤에 붙여서 사용한다. 예를 들어, "XX깨스를 걸다.".'컴퓨터깨스', 'TV깨스', '전자기기깨스'등의 노멀한 것 부터 '물깨스', '화장실깨스' 등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생리적인 깨스'도 있다. 물론, 요즘은 많은 곳이 민주화(?)되어 뒤쪽에 언급한 '생리적인 깨스'는 거의 없다. 외부에 많이 알려진 대표적인 전의경 가혹행위.
※ 표현예시)
ⓐ "이것들이 다 미쳤네. 지금부터 올(all)깨스다."
ⓑ "분위기가 이런데..우리는 뭐 알아서 닥치고 깨스타야지, 짬밥도 안되는데 별수있냐."
11. 짬밥(줄여서 '짬')
- 이것 역시 전군공통용어. 군부대에서 먹는, 취사반에서 대량급식용으로 짓는 밥을 '짬밥'이라고 한다. 이 단어는 굉장히 다양한 쓰임이 있는데, 말 그대로 '부대밥'을 뜻하기도 하고, '부대생활일수'를 뜻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후자의 경우가 더 많은듯. 여기서 파생된 표현으로 '짬밥찌끄레기', 줄여서 '짬찌'란 표현이 있다.
※ 표현예시)
ⓐ "이 자식은 짬밥도 안되는게 헛소리하네."
ⓑ "어이구, 이 짬찌가 어디서 까불어."
12. 시정하겠습니다.
- 이것 역시 전군공통용어. 근데 왠지 모르게 이 표현도 이 전의경 조직에선 남용된다. 남용의 주된 이유는, 긍정 표현(YES)은 '예씁니다.', 부정 표현(NO)은 '시정하겠습니다.'로 굳어버린 전의경 부대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어떠한 잘못을 했을 때도 무조건 '시정하겠습니다.'란 표현을 사용한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런 노멀한 표현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대원들, 즉 전의경들 사이에서만, 고참-후임 관계에서 후임들만 사용하는 표현. 이 사실을 모르는 외부인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아래와 같은 대화가 전의경부대에서는 종종 펼쳐진다.
※ 표현예시)
ⓐ "얌마, 너 자꾸 똑같은 빵꾸 계속 낼래?!"
"시정하겠습니다." - 일반적 용법
ⓑ Q. "너 나 싫어?", "이거 더 먹을래?", "죽고 싶냐?", "너 제대가 보이냐?", "내가 그렇게 호구같냐?"...etc.
A. "시정하겠습니다."(No, sir.) - 대표적인 특수 용법
-_-;
13. 찌르다.
- 굉장히 무서운 표현. 이것 역시 일반인과는 다른 특수용법으로 전의경부대에서 통용된다. '찌르다'란 표현은 '가혹행위 및 구타를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를 지휘관 및 상급기관 등에 밀고하는 것'을 뜻한다. 하급대원에 의해 '찔린'대원은 외박정지와 개인군장과 같은 공적제재를 받거나 심한 경우 다른 중대로 '날라가야(표준어 : 날아가야)'한다.
※ 표현예시)
ⓐ "나 도저히 못참겠어. 저자식 중대장한테 찌를래."
14. 날라가다.(표준어 : 날아가다)
- 역시나 무서운 표현. 보통 다른 중대로 전출가는 것을 뜻한다. 다른 중대로 전출간다는 것은 '사고를 쳤다'는 것을 의미하며 전의경 부대의 사고는 곧 '구타 및 가혹행위'이다.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도 타 중대로 전출, 전입하는 경우가 더러 있으며, 전의경들은 표준어인 '날아가다'가 아닌 '날라가다'란 표현을 사용한다.
※ 표현예시)
ⓐ "결국 그 새끼 XX중대로 날라갔대."
ⓑ "오늘 XX중대에서 가혹행위로 찔린 놈 하나 우리 중대로 날라온대."
쓰고보니 몇개 없네. 이외에도 무수한 '우리만의 언어'가 있지만, 생각해보니 다 경찰무전음어...무전음어랑 관련없는 것을 더 생각해내서 써보려고해도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구타도 없고, 가혹행위도 거의 없고, 참 좋아진 요즘. 위에 언급한 것도 요즘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때리는 것은 꿈도 못꾸고, 그걸 대체하는 차원에서 위에서 언급한 것들이 가끔 행해졌는데 요즘에는 모든게 '가혹행위'로 취급되어 섣불리 했다가 지휘관에게 걸리거나 하급대원이 '찌르면' 군생활 꼬이기 십상이다.
훗날 전역을 하면 짬밥안될때의 힘들었던 기억도 위의 단어만 떠올리면 '그땐 그랬지'식의 추억이 되어 부대원들과 갖는 술자리의 좋은 안주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순간의 '빵꾸'때문에 계속되는 '사역'과 '미싱", 혹은 '깨스'에 힘들어하고 있을 전국의 전의경 동료들! 시간이 흘러 고참이 되면 모두가 '꿀을 빨 수'있을 터이니 좀만 참고 각자의 중대에서 군생활 잘 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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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맞는 생일도 외롭지 않아!군에서 맞는 생일도 외롭지 않아!
Posted at 2010/02/05 18:44 | Posted in Miscellanies/의무경찰, 2008~2010보통 대부분의 사람은 군에서 2번의 생일을 보내는게 보통이다. 뭐, 휴가나 외박이 겹쳐서 부대 밖에서 보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도 희박하거니와 휴가나 외박중에도 군인은 군인. 나도 작년 생일을 부대에서 보냈고, 군에서 맞는 두번째 생일을 두달여 앞두고 있다. 생일, 이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누군가가 안챙겨주면 괜시리 섭섭하고, 쓸쓸해진다. 특히 남자들끼리 서열놀이하며 살아가는 군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군복무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
우리 중대는 자체적으로 '생일자 휴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생일 당일 하루, 면회를 할 사람은 면회를 하고, 사정이 안되는 사람은 부대에서 맘편히 휴게를 취할 수 있게 배려해주는 것이다. 군생활중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부분이다. 난 작년 생일 때 부모님과 면회를 하며 군에서 맞는 아쉬운 생일을 달랬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서 내가 고참이 되어 후임들의 생일을 챙겨주는, 챙겨주진 못하더라도 먼저 축하해주는 위치가 되었다. 하얗고 값비싼 생크림케이크는 없어도, 군인 최고의 간식인 초코파이로 만든 생일케이크 위에 초를 꽂고 노래를 부르고 축하해준 후 나누어 먹는다. 안챙겨주는 것 보다는 백만배 낫다. 적어도 이 순간만이라도 서글퍼지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소대에서 이상하게 관습(?)처럼 되어버린 것이 노래를 부르며 초코파이위에 꽂힌 생일초를 끈 후, 생일자와 함께 소대단체사진을 찍는 것이다. 벌써 올 해에만 두장이나 찍었다. 우울하다가도 가끔 이런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서로 의지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새삼 실감난다고나 할까.
제 아무리 군인이지만, 함께라면 외롭지 않다. 내 군생활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 :)
이상하게 난 다 오른쪽 앞줄에 있네. 볼 때마다 기분좋아지는 사진들의 예시를 아래에 첨부한다!
병규 생일 때.
승완이 생일 때. 표정이 다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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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0/02/04 17:26 | Posted in Miscellanies/의무경찰, 2008~2010난 조금씩 악마가 되어간다. 내 안에서 자라나는, 꿈틀거리는 그 사악한 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마음고생하고, 스트레스 받아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지나고보면 별것도 아닌 일, 제대하면 다 추억처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들인데..일이 하나둘씩 터질 때마다 내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낄 수 있다.
내가 우스운 걸까. 매일 웃는 모습으로 세상을 살려고 노력하는 내가 바보인 걸까. 난 또 왜 이렇게 신경써야 하는걸까. 내가 할 수 있는, 사태에 상응한 조치는 널려있다. 힘들게 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근데 하기 싫다. 자꾸 트라우마처럼 옛날기억들이 날 괴롭힌다. 그들과 똑같이 함으로써 난 내가 저주하던, 내가 싫어하던 사람들의 모습과 닮아갈 것이다.
맘 편히 다 모른척하고, 뒤돌아서서 정신차릴 때 까지 힘들게 괴롭히면 되는데... 애초부터 나같이 물렁한 놈한테 이런 짓 시키는게 지휘관의 실수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평범한 학창시절 반장, 부반장, 대장놀이는 재밌게 했는데, 오히려 군대에서 더 힘들다. 난 민주적인 집단의 민주적인 리더가 되기를 원했지, 이런 사람이 되려고 했던게 아니었다.
애초에 콱막힌 위계조직인 군부대에서 그런 리더가 되기를 꿈꿨던 내가 바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나의 이런 목표가 조직에 해악을 끼치는 것 같아 무섭다. '좋은게 좋은거지'란 내 생각은 확실히 틀렸다.
왜 제대하던 옛고참들이 넌지시, "아래새끼들 잘 해줘봐야 하나도 소용없다."고 하면서 부대를 떠났는지 뼈저리게 느낀다. 정말, 잘 해줘봐야 하나도 소용없다. 물론, 머리가 좀 돌아가는, 인간적인 정을 교감하는 사람들에게는 통하지만, 어떻게 자기이익을 더 찾아먹을까 고민하고, 날 우롱하고, 기만하는 놈들에게는 정말 하나도 소용없다.
사람은 보통 무섭고 성격이 더러운 사람에게는 빌빌거린다. 그런 사람이 맨날 자신들을 괴롭히다가 한번 잘 해주면 '천사'소리를 듣는다. 성격 좋고 착한 사람에게는 그저 모든걸 당연시한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괴롭히거나 화를 내면 '악마'소리를 듣는다. 강자로 보이는 자 앞에선 무릎꿇고, 약자로 느껴지는 자 앞에선 한 없이 업신여기려한다. 이것이 진정한 사람의 본 심리인듯. 마치 사회학적 실험을 하는 양, 모든걸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을 얻고 가려고 했는데, 그 방법이 무조건적인 햇볕정책은 아니란 결론이 도출됐다. 아니, 도출됐다기보단 주변의 상황이 강요했다. 여긴 시키면 하고, 시키지 않으면 안하는, 수동적이고 상명하복의 관계가 중심이 되는 군대인 것이다.
난, 원래부터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이다. 근데 이 곳에서, 이 시점에서, 정말 굉장히 오랜만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순수한 분노를 느낀다. 믿었던 이들에 대한 배신감, 그들을 믿었던 바보같은 나에 대한 자괴감, 나의 '사람보는 눈'에 대한 실망감 등 여러 부정적인 감정을 한꺼번에 느낀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눈앞에 뵈는게 없어진다. 정말 주먹이나 발이 나갈 것 같다. 나의 자기제어력이 조금만 더 약했다면 이미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을듯 싶다. 이게 내 자기제어력이 강하단 말은 아니다.
불신과 분노 안에서 몇일째 살아가고 있다. 난 그래도 나에게 주어진 직분에 충실할 것이다. 정 못하겠으면 그 때가서 깨끗하게 포기하겠다.
난 이미 악마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악마는 내 안에서 오래전부터 함께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난 지금까지는 인지하지 못했던 그 존재의 실체를 느낄 수 있다.
이제야 난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세상은 천사만으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천사가 있기에 악마가 있고, 악마가 있기에 천사가 있다. 검은색은 흰색이 있기에 의미있고, 흰색은 검은색이 있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더이상 두려울 것도 없는 난 스스로의 불안감에, 자괴감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싸우자. 난 훗날 제대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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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받는 어머니의 편지.군대에서 받는 어머니의 편지.
Posted at 2010/01/08 19:51 | Posted in Miscellanies/의무경찰, 2008~2010그런 와중에 손에 잡힌 꼬깃꼬깃한 A4용지. 어머니의 편지였다. 무수히 많은 편지를 내게 쓰셨지만, 이 편지는 지난 2009년 여름에 내게 보낸 과자박스 한켠에 쪽지처럼 접혀져서 있던 것이라서 나의 편지함 한켠에 변변한 편지봉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구겨진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한창 잦은 시위로 몸과 마음 모두 지쳐가고 있던 시점에 받은 과자와 편지라서 받는 순간 마음이 참 짠했더랬다. 바쁘신 가운데 A4용지에 생각나는대로 빨리 쓴 흔적이 역력한 편지. 이런게 자식을 군에 보낸 어머니의, 부모의 사랑일까.
오늘도 아무 생각없이 펼쳤는데 갑자기 멍해졌다. 내일모레 외박나가서 어차피 볼껀데, 그래도 멍해졌다.
내일모레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보고싶은 사람, 어머니.
정말 제대하면 효도하고, 성공해서 이 모든 사랑 조금이나마 돌려드리고 싶다.
사랑해요, 어머니 :)
더운 여름 두번째 맞는구나.
논산훈련소에서의 눈물의 이별(?)이 엊그제 같은데 그래도 1년이 또 지났구나. 그간 많은 애환이 있었으리라 믿는다. 돈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리라...
시위 현장에서 없는 자들의 절박한 생존의 절규도 보고 들었으리라 믿는다.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되길 빈다.
무조건 마음으로나마 돌팔매질 하지 말고 힘겹게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가슴으로 느끼렴.
문득 네 소대원들 생각나서 적지만 과자 보낸다. 같이 나눠먹고 항상 가슴이 따뜻한 선임이 되렴.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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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맞는 첫 생일.군대에서 맞는 첫 생일.
Posted at 2009/04/11 09:40 | Posted in Miscellanies/의무경찰, 2008~2010생각보다 덤덤한 기분. 오늘은...서울시내에 집회가 많은 관계로 아침일찍 중대원 전체가 출동을 나갔다. 나는 '중대자체지침(?)'에 의해 생일자근무열외. 아무도 없는 조용한 내무실에서 이렇게 블로깅을 할 수 있다니..신기하기도 하고, 왠지 모를 느낌이 몸 전체를 휘감는다.
심심해서 예전에 써갈긴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한 페이지씩 펼쳐봤다. 나의 화장실(?)이라고 해도 다를 바 없는 그 곳.
스무해가 넘는 세월동안 뭘 위해 살았나
살기위해 살았나, 죽기 싫어 살았나
요지경세상, 메스꺼운 내 속.
아직까지도 이런 날 거둬줄 위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당신을 기다린다.
내 모든 것을 휘감고 날 지배할 당신을 기다린다.
내 눈을 멀게하고, 내 귀를 먹게 할,
영원히 날 당신의 것으로 만들 그 사람을
난 기다린다.
조용히, 어두운 방구석에 홀로 웅크린채
난 기다린다.
생일축하해. 너를 위해 5분간 피똥싸며 연주했다.
Title : Happy Birthday, Leo
(부제 : 자축song)
기타 1 : 나
기타 2 : 나
기타 3 : 나
07년 다이어리에 있던 레코딩파일은 사라져버렸다. 벌써 2년이 흘러버린 시간. 그동안 숱한 일이 있었고, 숱한 고민속에 살았고, 행복하고 잊지못할 기억도 많았다.
아직도 철은 들지 않았다. 그냥 군대라는 곳에서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일 전날 밤에 선 새벽3시~4시 불침번. 아무런 느낌도 없다. 여느 때와 같은 무덤덤한 기분.
이렇게 모든 것에 무뎌져가는걸까. 삶의 의미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게 아닐까.
그래도 난 행복하다. 이따가 뵐 부모님 얼굴을 떠올리면 저절로 웃음이 :)
날 낳아서 지금까지 애지중지 잘 길러주신 우리 부모님, 그외 많은 가족과 친척, 친구들, 군대의 선후임들 모두에게 내가 이렇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내년 생일은 전역일을 카운트다운하며 더 밝은 모습으로 있을 수 있길..^^
Herzlichen Glueckwunsch zum Geburts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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