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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의무경찰, 2008~2010

추운 봄날, 경찰병원에서의 반가운 조우 :)

by hyperblue 2010. 3. 22.

오늘 오전에는 소대후임과 오랜만에 경찰병원으로 병원외출을 갔다. 근데 이럴수가..동기들을 3명이나 차례로 우연히 만났다.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노원경찰서 방범순찰대에서 군생활중인 동기. 보자마자, "형!"이러면서 내게 왔다. 우와, 원래 얼굴이 귀염상이였는데 하나도 안변했다. 거의 입대하고 훈련소와 서울청 신병교육대에서 한 내무실을 쓴 이후 처음으로 만났다. 이제 제대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잘 지냈어?"

이 한 마디로 약 2년간 못 전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이 녀석은 나랑 다르게 부대기수가 좀 꼬여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노원..우리 경찰서 방순대와 함께 서울의 최고 망고방순대로 손꼽히는데, 녀석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하네. 후일을 기약하며, 연락되는 동기들끼리 한번 모여보자고 하며 웃으며 헤어졌다.

우리 기수는 전국의 의경 차기수(바로 윗기수)와 7주나 차이나기 때문에 지금 현재 부대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고참이 없다. 일종의 '전국의경왕고(?)'이다. 뭐, 중대만 달라도 서로 '아저씨'라고 부르니 다른 중대 소속끼리 서로 짬밥을 논하는 것 자체가 웃기긴 하지만, 이런 위치가 기분 나쁘진 않다. 물론........왕고 백년, 만년하느니 얼른 제대하는게 낫긴 하지만 말이다.

헤어지자마자 계단을 내려가는데 또 한 명이 "어!"소리를 하며 다가왔다. 역시나 또 반가운 동기. 서울청 호루라기 연극단에서 군생활 하는 녀석인데 훈련소 때 부터 얘기도 많이 하고, 심지어 작년에는 우리 대학교 축제인, '아카라카'에서 우연히 만나기도 했다. 난 그 때 정기외박중이었는데, 노천극장 무대위에서 리허설 중인 사람들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이 있어서 가까이 가서 보니 이 녀석이었더랬다. 그 때의 반가움을 그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으리- 가벼운 포옹과 함께 녀석은 날 대기실로 데려가서 호루라기 단원인 조승우, 류수영 등을 눈앞에서 잠시나마 소개시켜줬었다. 그 후로는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가끔 연락했는데, 이렇게 또 만날 줄이야- 신기하다, 신기해. 서로의 건강한 말년을 빌어주면서, 후에 제대휴가 때 대구에서 보자고 약속하며 헤어졌다.

경찰병원 1층 로비. 문을 나서려는데 또 한명의 반가운 얼굴이 앞으로 다가온다. 금천경찰서 방순대에 있는 동기이다. 입대 전에 인터넷에서 함께 훈련소 입소 걱정을 하던 사이(?)였는데, 그게 이렇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작년에는 용산참사현장인 남일당빌딩에서 근무교대를 하며 잠시 얘기를 나눴었다. 그 땐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한창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결국 왕고가 된 녀석은 춘추잠바 위의 분대장 녹견장을 뽐내며 반갑게 인사했다. 그간의 이야기를 짧게 하며 제대 후의 삶(?)을 서로 공유했다. 제대하자마자 바로 경찰시험을 준비하겠다는데, 부디 잘 됐으면 좋겠다.

경찰병원에는 일반 민간인(?)환자와 함께 수 많은 전의경들이 득시글거린다. 어떻게든 짬밥자랑 하려고 온갖 치장 다 한 동료들을 보면 귀엽기도 하고, 정겹다. 우리기수는 서울에 동기가 100명 정도 있는데, 우연히 경찰병원에서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100명이라는 숫자로만 봤을 때 그렇게 사람수가 많은 기수는 아니다. 이런저런 사고로 입원해있거나 다친 동기들을 보면 가슴이 아플 때도 많다.

이제 전역을 한 달여 앞둔 3월 말인데, 누가 꽃피는 춘삼월이라고 했던가-

지금 시커먼 하늘에선 함박눈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 작년 이맘 때 비는 왔어도 눈은 안왔던 것 같다. 정말 한반도에 엄청난 기상이변이 시작된게 아닌가 싶다. 원래는 벚꽃이 다 지면 그 꽃잎을 자근자근 밟으며 부대 문을 나서길 꿈꿨는데, 날씨가 계속 이런 식이라면 제대할 즈음에나 벚꽃이 흩날리지 않을까 엉뚱한 걱정을 해본다.

전국 여기저기에 퍼져있는 의무경찰 909기(행정기수 950기) 동기들아! 한 달만 참고 고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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