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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neography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 제주도 가족여행 사진정리(15.06.14~16)

아직 본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던 지난 6월, 취업도 했겠다 가족에게 뭔가 직장인으로서의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고 가족여행을 제안했다. 입사 1년차라 쥐뿔도 없는 연차휴가를 이틀 써서 '경비를 모두 대겠노라'고 선언했다. 사실, 입사 후 제대로 된 물질적 효도를 하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렸었다.


13년만에 가보는 제주도라며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으시는 어머니. 내가 외고에 합격하여 가족 모두가 기분을 내고자 제주도를 다녀온게 2002년이다. 그간 사는게 힘들고 바쁘다는 구실로 이후에는 제대로 된 가족여행을 가보지 못했다고 하셨다. 그간의 부모님의 노고에 조금이나마 감사드린다는 의미로 좁 급하게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서 이미 4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너무나 좋았기에 잊을 수가 없다. 덥지도, 춥지도 않았고 걱정했던 비도 오지 않았다. 게다가 메르스 여파로 인해 제주도를 점령했다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보이지 않아서 참 한적한 한 때를 보냈더랬다.


렌터카를 예약했고, 숙소는 그룹사 버프를 받아서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리조트를 예약했다. 입사 후 처음 이용하는 계열사 혜택에 조금은 설렜는데, 결론적으로 같은 그룹이기에 따라오는 엄청난 혜택은 따로 없었다. 이제 내 나이도 20대후반이겠다 운전도 내가 하려고 했는데, 아버지께서는 못미더우신지 일정 내내 당신께서 직접 운전하셨다. 이유는 '너는 아직 운전을 많이 해보지 않았으니 위험하다.'. 근데, 여기서 갑자기 떠오른 의문점은 '대체 나는 어디서 운전경력을 쌓을 수 있나?'였다. 차도 따로 없는 내가 운전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문데... 이건 마치 신입사원은 뽑지 않고 경력사원만 뽑으려고 해서 경력을 쌓을 길일 없는 요즘의 취업시장과 비슷하다.


어쨌거나 중간중간에 기록하고자 남겨놓은 사진들을 몇장 첨부한다. 폰카의 한계가 느껴지지만, 귀찮아서 모바일 배려를 위한 개별 사진용량 2M내외로 화질 열화(?)만 했다. 여타 후보정은 따로 하지 않았다.


사진은 모두 아이폰6플러스의 기본 카메라로 촬영됐다.


- 1일차 (2015.06.14.일요일)


(1) 김녕해수욕장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렌터카를 인수한 후 길을 나섰다. 아버지께서는 어디로 가야할지 몰으셨고, 가까운 해수욕장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무작정 네비게이션을 검색했다. 그랬더니 나온 곳이 김녕해수욕장. 특별한 계획없이 우연히 향했지만 가히 2박3일 여행에서 오간 곳 중 최고였다고 말할 수 있던 곳이었다. 맑디 맑은 바닷물과 수평선까지 이어지는 에메랄드 빛깔 그라데이션은 이 곳이 정녕 대한민국이 맞는지 헷갈리게 했을 정도.





(2) 수월봉


김녕해수욕장에서 물에 발담그고 한 두시간 재미있게 논 후에 향한 곳은 수월봉. 해수욕장과는 다르게 관광객도 별로 없고, 조용해서 좋았다. 운치 있게 서있는 기상대와 주변 경관도 인상적이었다.





외지인이라서 그러한지 어설픈 기억때문에 바로 윗사진 왼쪽에 보이는 것이 성산일출봉인줄 잠시 착각했다.



(3) 대포주상절리


탄성이 절로 나오는 멋진 경관. 여러 나라에서 찾을 관광객들 때문인지 다른 관광지들보다 여러모로 더 신경을 쓴 것 같았다.










- 2일차 (2015.06.15.월요일)


(1) 성산일출봉


오전 이른 시간에 찾은 성산일출봉. 이 곳에 가니 부모님의 신혼여행 이야기가 줄줄 나온다. 구두를 신고 이 곳을 힘겹게 등반했다는 젊은 시절 어머니의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정겹다. 85년엔 둘이었는데, 2015년엔 4명이서 같은 곳을 돌아다녔다. 30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다시 찾은 성산일출봉에서 두 분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2) 섭지코지


예전에 핫했던 드라마 '올인'의 촬영장이었다는 섭지코지. 시원한 파돗소리 앞에 정신이 멍해졌다.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접한 귀여운 말 앞에서 아빠미소가 절로 나왔다.






(3) 비자림


빼곡하게 들어찬 비자나무들이 내뿜는 향긋한 향에 취해서 연신 격하게 들숨, 날숨을 반복하던 곳. 인공적인 방향제가 아닌 천연방향제로 가득한 곳인지라 숲 밖으로 나올 때 아쉬움이 가득했다.






- 3일차 (2015.06.16.화요일)


(1) 만장굴


2박3일 제주도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만장굴 관람. 굴에 들어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외투를 찾았을 정도로 온도가 낮았다. 고등학교 때 보던 지구과학책 속 삽화들이 눈 앞에 펼쳐져있었다.







(2) 제주도를 떠나다


오전에 만장굴을 쾌속으로 관람 후 서울행 비행기를 타기위해 급히 제주공항으로 향했다. 늘 똑같았던 일상에서 벗어나서 가족들과 함께 여유를 만끽했던 2박3일. '다음에는 함께 해외로 가자'는 약속을 하며 일정은 마무리됐다. 당장 다음날부터 또 반복될 회사에서의 일상 앞에 축 늘어지던 건 어쩔 수 없었다.


'일상에서 떠나 의미를 찾기 위해 의미없는 일상을 참아내는 것'이 아닐까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