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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의무경찰, 2008~201065

Being free is a tragedy Living so free is a tragedy- when you can't see what you need to see, when you can't be what you want to be, when you don't know who you are. 무서워하지 마라. 나는 방패가 되어 너를 지켜주며 매우 큰 상을 너에게 내리리라. (창세기 15, 1) 2010. 5. 11.
단상 #1 민간인처럼 살고 있으니 부대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아직 전역증은 받지 않았지만, 제대휴가중이니 마음은 그냥 민간인이다. 지난 2년의 부대생활이 이렇게 머리에서 쉽게 잊혀지나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이제 11일 밤에 들어가서 전역휴가 귀대신고식을 하고, 부대에 남은 후임들과 옛이야기를 하며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고, 부대에서의 마지막 잠을 잔 후, 다음날 아침 전역신고식을 하고 부대를 완전히 떠날 날만 기다린다. 믿기지 않는다. #2 확실히 2년의 공백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방을 2박3일을 넘게 정리해도 내 맘에 들지 않는다. 없어진 것도 많고, 바꿔야할 것도 많다. 차차 해가야지. 시간을 갖고. 무엇보다 가슴아팠던 것은, 부모님이 2년 전보다 나이들어 보인다는 것. 이게 가장 큰 변.. 2010. 5. 9.
마지막 휴가. 인생의 마지막 휴가라고도 할 수 있으려나. 그냥 젊은 날의 마지막 휴가라고 하고 싶다. 길고긴 군복무의 끝이 보인다. 사실상의 근무를 마치고 제대휴가를 나왔다. 기분은 민간인이다. 예전과 같은 부대복귀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아직 한두번 들어가서 잠을 더 자고 나와야하지만, 말그래도 잠만 자야할 뿐이다. 신도림역을 왔다갔다 했는데, 방범나온 의경들이 보인다. 뭐눈엔 뭐밖에 안보인다고, 어딜가나 눈에 띈다. 독일어학원을 등록했다. 고등학교 때 미친듯이 배운 이 언어에 대한 알 수 없는 애착이라고나 할까. 실상 쓸일은 거의 없지만, 왠지 '나 독어 좀 했어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자격증을 하나 갖고 싶었다. ZD. 열심히 해서 꼭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겠다. 노트북이 생기니 데스크탑에 전혀 손이 가지 않.. 2010. 5. 1.
2012, 열두명의 현자 2012 - 윌리엄 글래드스톤 지음, 이영래 옮김/황소북스 책제목에 혹해서 구입했다. 고대 마야력에 나온 2012년이란 특정 해와 그 의미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드러난다. '맥스'라는 한 인물의 생애를 다루면서 그가 일생을 통해 마주하는 특정한 사람들간의 관계가 주로 다루어지며, 훗날 그들의 운명이 예정되어 있었으며 결국 2012년 12월 21이라는 마야력 마지막 날에 그 의미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줄거리만 보면 어떤 측면에서는 좀 진부하지만, 한 인물의 생애를 다루는 작가의 탄탄한 구성이 돋보였다. 책장을 덮으면서 미래에 대한 작가의 긍정적인 생각을 느꼈다. 하지만, 크게 가슴 한 구석을 울리는 무언가를 느끼게 만든 책은 아니었다. '인류멸망'이라는 자극적인 어휘를 사용한 출판사의 '종말론 마케팅'에 .. 2010. 4. 26.
간담이 서늘했던 이른 아침, 그리고 반전 오늘 서울시내에는 예정된 집회시위가 적은 편. 그래서 어젯밤에 조심스럽게 오늘은 방범근무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역시나 정답. 다들 말하듯이, 짬밥은 괜히 먹는게 아니다. 아침일찍 기상해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행정반 후임이 살짝 안좋은 표정과 다급한 목소리로 달려와서 내무실에 있는 나를 찾았다. "중대무전병을 직접 찾는 경비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빨리 행정반에 가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올게 왔구나.' 왠지 모르게 갑자기 내 블로그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게 올 직통 경비전화와 관련될 만한 것은 그것 밖에 없었다. 근데 다시 생각해봐도 딱히 경찰 보안에 문제가 될만한 포스팅은 없었다. 항상 군생활 관련 내용을 포스팅할 때는 내가 알아서 검열해서.. 2010. 4. 24.
감출 수 없는 실망감, 그리고 허물 수 없는 벽(incl. 의경만세歌) 갑자기 군생활이 늘어났다. 전역일이 늦춰진게 아니라 제대휴가 2박3일이 공중으로 증발했다. 중대무전병에게 주어지는 중대재량 '노고치하 특박'이 사라진 것이다. 서울청의 감찰로 '중대재량 특박을 없애라'는 공문이 떨어져서 없앴다는데, 예정된 제대휴가를 채 일주일도 안남겨두고 맞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할말을 잃었다. 애초부터 없다고 생각하고 근무를 해왔다면 괜찮았겠지만, 예정된 제대휴가가 5일도 남지 않았을 때 갑자기 행정지휘관이 일방통보했다. 미안하다 어쩐다 말 한마디도 없었다. "이번에 공문 떨어진거 알지? 중대무전병 2박3일 특박도 없어지는 거니깐 그렇게 알아라." "아...예씁니다." 끝. 뭐 다른걸 기대한 나도 바보지만, 서운했다. 나름 모범적이고 충성적인(?) 자세로 2년간의 군생활에 임했고, 약.. 2010. 4. 22.
[EOS-500D] D-6, 전역임박(?) 기념사진 오늘은 관내 집회시위 상황대비를 나갔는데, 집회단체의 성격이 온건한지라 큰 충돌이나 몸싸움없이 원거리에서 우발대비하는 형태였다. 그래서 좀 여유있게 있었는데, 소대장님께서 "날도 좋은데, 너 전역임박한 기념으로 소대 단체사진이나 몇장 찍자."고 제안하셨다. "아이구,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을 사진에 새겼다. 같은듯 다른 사진들도 여럿있다. 이번엔 포토샵으로 과도한 채도수정을 좀 해봤다. 느낌이 좀 사는 것 같은데..다시 보니 너무 인위적이어서 웃긴다. 이들이 있어서 내가 2년이 조금 안되는 짧은 시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떨어지는 벚꽃과 함께 하는 나의 초말년- 모두들, 사랑합니다! 2010. 4. 20.
D-7, 저희 이제 정말 얼마 안남았습니다. "저희 이제 이틀정도 밖에 못봅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나 아직 일주일정도 남았는데?" "제가 내일모레 2차휴가 나갑니다. 저 들어오면 아마 제대휴가중이실 겁니다." "아...그렇게 됐구나." 엊그제 일석점호가 끝나고 행정반에서 기율경 근무일지를 정리하는데, 8개월 차이나는 행정반 후임이 말을 걸었다. 아쉬웠다. 정말 내가 그렇게 밖에 안남았나 싶기도 하고. "저는 덕분에 신병 때 울기도 했는데." "뭐? 내가 널 울렸다고?" 갑자기 옆에 있던 다른 행정반 막내후임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난 누구한테 한두대 맞아보고 욕먹긴 했어도, 내가 후임에게 그렇게 한적은 없었는데...순간적으로 내 지나간 군생활을 돌이켜보며 그렇게 못되게 군적이 있었나 되돌아봤다. "아, 그런 말이 아니라...예전에 저 .. 2010. 4. 19.
D-9, 마지막 외박복귀 다음날 어제 복귀한 8번째, 마지막 정기외박. 4박5일동안 집에서 이런저런 정리를 하며 되도록이면 가족과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대학교 시험기간이라서 친구들과 만나기도 조금 그랬지만, 그래도 만나자며 모여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어서 함께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조금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고 다시 부대로 돌아왔다. '인터넷 강의'를 핑계삼아 노트북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었고, 나름의 복학준비를 했다. 가장 큰 일은 좁은 내방을 정리하는 일이였는데, 짐이 너무 많아서 아무리 정리를 해도 끝이 나지 않았다. 가장 난감했던 문제는 그간 받았던 편지들의 처리문제. 추억이라는 측면에서 간직해야 할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이기 때문에 불태워 없애야 할지 참 난감했다. 결국 계속 고민만.. 2010. 4. 17.
무료한 말년을 보내는 나의 자세 군인할인 50%를 받기 위해 전역휴가 전날 치는 토익시험을 신청해 놓긴 했는데, 책은 손에 잡히지 않을 뿐이고...내 블링블링 아이팟 터치에는 수 많은 드라마가 하나둘씩 자리를 차지해 가고 있을 뿐이고... 이제 2주일 정도 남았는데,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워서 인터넷 서핑하다가 눈에 들어오는 드라마를 죄다 보기 시작했다. :: 미국드라마 :: 1. 24(Twenty Four) - 시즌8 - 입대 전부터 꾸준히 보온 내가 가장 사랑하는 미드. 어느덧 시즌8이라니...잭바우어 役인 Kiefer Sutherland는 늙지도 않는다. 2. 프린지(Fringe) - 시즌2 - 2차휴가 나가서 시즌1부터 시작했음. 지적호기심을 자극해서 끊을 수가 없다. 3. 브이(V) - 시즌1 - 채널CGV에서 '미드의 전설'이.. 2010. 4. 10.
봄날 밤의 개소리 기동대와 전경대는 지방청 소속이고, 경력운용 또한 지방청에서 한다. 112 타격대는 경찰서 소속이고, 경력운용도 경찰서에서 한다. 방범순찰대는 경찰서 소속인데, 경력운용은 지방청에서 한다. 방순대도 경력운용을 경찰서에서 한다면, 타격대만큼 은혜로운 군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판타지성 상상을 해본다...*-_-* 그래봤자, 다 부질없는 것. 어서 마지막 외박이나 나가야지. 이젠 근무일수가 정말 열흘 정도 밖에 안남았어. 꿈만 같다. 하지만, 절대 꿈이 아니었으면. 2010. 4. 9.
나의 기도 그렇게 이 길을 걸어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그리고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돌이켜보면 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수식되는 단편적인 기억들뿐. 목줄 잡힌 개처럼 사는 시간이 종착역을 향해,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주체적인 인간'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다시 세상속으로 던져지겠지. 목줄은 풀렸지만, 다시 '경쟁사회'라는 우리 속에 같인 개가 되어. 잠을 수단삼아 꿈속으로 도피하려고 하지만, 그것마저도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꿈은 언제나 꿈일 뿐. 눈을 뜨는 순간 난 다시 현실이라는 거대한 세계와 마주한다. 참 기쁘지만, 이 순간들을 손꼽아 기다려왔지만, 참 기쁘지 않다. 행복하지만, 행복하지 않다. 즐겁지만, 즐겁지 아니하다. 매번 반복되는 역설적인 감정, 순간들. 난 변했다. 그리고 변하.. 2010.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