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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의무경찰, 2008~2010

단상

by hyperblue 2010. 5. 9.

#1

민간인처럼 살고 있으니 부대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아직 전역증은 받지 않았지만, 제대휴가중이니 마음은 그냥 민간인이다. 지난 2년의 부대생활이 이렇게 머리에서 쉽게 잊혀지나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이제 11일 밤에 들어가서 전역휴가 귀대신고식을 하고, 부대에 남은 후임들과 옛이야기를 하며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고, 부대에서의 마지막 잠을 잔 후, 다음날 아침 전역신고식을 하고 부대를 완전히 떠날 날만 기다린다.

믿기지 않는다.

#2

확실히 2년의 공백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방을 2박3일을 넘게 정리해도 내 맘에 들지 않는다. 없어진 것도 많고, 바꿔야할 것도 많다. 차차 해가야지. 시간을 갖고.

무엇보다 가슴아팠던 것은, 부모님이 2년 전보다 나이들어 보인다는 것. 이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단지 2년 밖에 안흘렀을 뿐인데, 왜이리 많이 변한듯이 보일까. 난 정말 나쁜 아들이다.

#3

왕고놀이 실컷하다가 다시 사회품으로 돌아와 '신병생활'을 하니 기분이 좀 그렇다. 많은 것이 reset 됐다. 마치 엄마뱃속에서 태어나 처음 세상살이를 시작하는 기분이다. 정적만이 감돈다. 왜 전역을 대한민국 남자 제2의 인생의 시작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입대전의 인간관계도 거의 다 싸그리 정리됐다. 내가 앞으로 해야할 일을 생각해볼 때, 더 이상 억지로 어떤 관계를 만들려고 몸부릴 칠 상황은 없지 않을까 싶다. 이제 고독의 시간만이 기다린다.

내가 고독을 즐기는 은둔형 외톨이인가? 어떻게 보면 그런 것도 같고, 어떻게 보면 단 한시도 혼자 있다는 상황을 인정하지 못하는 '의존형 인간' 같기도 하다. 군대까지 다녀왔어도 아직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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