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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늦었지만,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돈의 속성 <김승호 著>) http://www.yes24.com/Product/Goods/90428162 때가 되면 알아서 들어오는 월급은 당연해졌고, 어느 시점부터는 더 이상 설레거나 기쁘지도 않다. 그냥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무뎌진다는 게 이런걸까. 심지어 회사일마저 작년부터 하드코어 레벨로 치닫다보니 월급날을 기다리던 마음의 여유 마저 사라져버렸다. 그냥 정신없이 야근하고, 주말에도 고통받다보면 어느새 월급날이 다가온다. 그냥 그랬다. 나는 회사가 내게 던지는 고통 속에서 늙어갔고, 적지도 많지도 않은 월급은 나를 어떤 식으로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그저 거리낌없이 쿠팡이츠를 시켜 먹게 하는 소소한 여유를 가져다줬을뿐. 이것도 일종의 시발비용이라고 해야하나. 이 시발비용은 과도한 지출과 건강 악화의 부메랑으로 돌아왔.. 2022. 1. 22.
실패는 찬란한 삶의 증거이다. (복자에게 <김금희 著>) http://www.yes24.com/Product/goods/92077827?art_bl=13013012 오랜만에 심금을 울리는 소설책을 만났다. 제주도 옆에 위치한 가상의 섬, '고고리섬'에서 유년시절을 잠깐 함께 한 친구들의 이야기가 작가가 옆에서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듯한 아름다운 문체를 통해 눈 앞에 펼쳐진다. "복자에게"라는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종교서적인가?' 란 생각을 했다. 천주교에서 '복자'란 교황청에서 성인으로 추대되기 전 단계인 분들을 일컫는다. 책에서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이영초롱'과 제주의 어린시절을 함께 한,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 친구의 이름으로 소개되지만, 작가도 이 부분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것이 내용 중에 소개되어 있긴 하다. 영초롱이 어렸을 때는 성당에 .. 2021. 11. 7.
보다 더 인간다운 삶에 대한 고민(앨저넌에게 꽃을 <대니얼 키스 著>) http://www.yes24.com/Product/Goods/99192646 일요일 내내 카페에서 쭈욱 읽어내려간 책장을 덮으며 여운이 오랫동안 남았다. 지적능력과 인간의 감정, 진정한 자아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 없는 고찰이 뜨거운 한낮의 열기를 차분하게 식혀주는 밤공기처럼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주인공 찰리는 지적장애가 있었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다소 비윤리적인 프로세스를 거쳐 지적능력을 되살려주는 모험적인 뇌 시술을 받는다. 이 시술은 실험용 쥐인 앨저넌에게서 효과가 입증되었다는 이유로 인간에게는 처음 행해진 것. 하지만, 이 시술은 찰리를 단순히 일반인 수준으로 지적능력을 복원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대학교수를 비롯한 여타 일반인들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으로 지적능력을 올려주고, 그는 차.. 2021. 6. 14.
책 인쇄에 쓰인 종이와 잉크가 조금 아깝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제이슨 솅커 著>) 코로나 이후의 세계 국내도서 저자 : 제이슨 솅커 / 박성현역 출판 : 미디어숲 2020.05.30 상세보기 코로나19가 연초부터 매스컴에 등장하여 팬더믹으로 진행되며 전세계에 맹위를 떨친지 어언 9개월차. 이제는 마스크 없는 외출은 상상하기 힘들어졌고, 맞교대 재택근무를 계속 하다보니 얼굴을 못본지 오래된 회사 동료들도 많아졌다. 이미 일상이 된 소위 '코로나 시대'에 우리의 미래가 궁금했기에 이 책을 꼭 한번 읽고 싶었다. 시의적절한 제목과 표지 때문인지 각 서점에서도 쉽게 눈에 띄었다. 큼직큼직한 글씨와 주술관계 호응이 어색하지 않은 번역 덕분에 토요일 반나절만에 술술 읽어버렸다. 하지만, 읽고 나서 마음 속을 휘감는 '속. 았. 다.'는 기분은 지금 이 순간도 떨쳐내기 힘들다. 명료한 제목과 저자.. 2020. 9. 12.
관상은 정말 과학이다.(우울할 땐 뇌과학<앨릭스 코브 著>) 우울할 땐 뇌과학 국내도서 저자 : 앨릭스 코브(Alex Korb, PhD) / 정지인역 출판 : 심심(푸른숲) 2018.03.12 상세보기 조금은 도발적인 이 서평의 제목은 책을 쭈욱 읽어내려가던 가운데에 가장 깊게 공감한 부분을 내멋대로 해석하여 이렇게 썼다. 대학교 1학년 때 들었던 '심리학 입문' 수업 이후로 종종 심리학과 관련된 사회과학 서적을 읽을 수 있었는데, 교양수업이었던 '심리학 입문'은 내가 생각했던 심리학이 아니었다. 연'애' 관련 프로그램에서 정신의학전문의가 나와서 '여럿이 있을 때 우리는 호감있는 사람 쪽으로 배꼽이 향한다'고 이야기하는 식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온데간데 없고, 우리의 뇌를 부분별로 뜯어서 기능을 암기하는 식의 수업이었다. 전두엽이 어쩌고, 해마가 어쩌고... 물론 .. 2020. 7. 12.
금단의 열매는 늘 달콤하기만 할까?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에스터 페렐 著>)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국내도서 저자 : 에스터 페렐(Esther Perel) / 김하현역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2019.12.16 상세보기 대놓고 '외도'에 대해 논하는 책이라고 했다. 알고나서 왠지 불편했다. 이 책 역시 한글제목보다 영제(英題)인 'The State of Affairs'가 더 와닿는다. 있어보이게 각색한듯한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한글제목은 덜 19금스럽게 보이려고 애쓴 느낌이다. 책의 무지막지한 두께에 1차로 불편했고, 책이 다루는 주제에 2차로 불편했다. 역시나 외도를 다루는 책답게 예상대로 책의 대부분에 '섹스'라는 단어가 가득했다. 하지만, 평소에 이 단어가 주는 자극적인 느낌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무겁고 씁쓸하게 다가왔다. 무엇이.. 2020. 6. 14.
참 고약한 나의 취향 (하루의 취향<김민철 著>) 하루의 취향 국내도서 저자 : 김민철 출판 : 북라이프 2018.07.25 상세보기 취향, taste.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취향'을 갖고 있다. 음악, 음식, 영화, 관계, 여행, 성(性)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해서 그러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다짜고짜 본인의 취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자신의 취향을 A부터 Z까지 유려하게 하루종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사회는, 그리고 이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하부 조직들은 일반적으로 '튀지 않는 것'을 일종의 덕목으로 여긴다. 12년 전 논산 육군훈련소에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도 항상 '중간만 해라'였으며, 나 역시 고참 반열에 들고 난 뒤에는 늘상 후임들에게 그런 류의 조.. 2020.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