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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독후감

관상은 정말 과학이다.(우울할 땐 뇌과학<앨릭스 코브 著>)

by hyperblue 2020. 7. 12.
우울할 땐 뇌과학
국내도서
저자 : 앨릭스 코브(Alex Korb, PhD) / 정지인역
출판 : 심심(푸른숲)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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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도발적인 이 서평의 제목은 책을 쭈욱 읽어내려가던 가운데에 가장 깊게 공감한 부분을 내멋대로 해석하여 이렇게 썼다. 대학교 1학년 때 들었던 '심리학 입문' 수업 이후로 종종 심리학과 관련된 사회과학 서적을 읽을 수 있었는데, 교양수업이었던 '심리학 입문'은 내가 생각했던 심리학이 아니었다. 연'애' 관련 프로그램에서 정신의학전문의가 나와서 '여럿이 있을 때 우리는 호감있는 사람 쪽으로 배꼽이 향한다'고 이야기하는 식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온데간데 없고, 우리의 뇌를 부분별로 뜯어서 기능을 암기하는 식의 수업이었다. 전두엽이 어쩌고, 해마가 어쩌고... 물론 교양수업이었으니 이 정도 커버리지에서 끝나는 것이었겠지만 그닥 흥미있지는 않았다.

이 책 역시 뇌의 부분별 기능과 호르몬 몇개의 이름이 계속 반복된다. 전전두피질/변연계/해마/시상하부, 세로토닌/옥시토신/노르에피네프린 등등. 문과라는 핑계로 마지막에 책장을 덮으면서 각각에 대한 감만 어느 정도 잡고 모두 기억 저편으로 흘려보냈다. 적당히 책장을 다시금 뒤지며 여기에 옮겨적어도 되지만, 뭔가 그건 솔직하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고 생각보다 두꺼웠던 이 책을 읽고 남는 것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번역이 굉장히 잘 되어 있어서 부담없이 읽었다. 늘상 번역된 외서(外書)를 읽고나면 내가 주관적으로 행하는 '번역품질' 평가에 있어서 최상이라고 평하고 싶다.

책에는 위에 언급한 뇌의 각 부분, 호르몬 간의 상호작용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이 왜 쉽게 하강나선(downward spiral)으로 진입하는지를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또한 후반부에는 어떻게 상승나선(upward spiral)으로 끌고갈 수 있는지와 그 외 몇가지 뇌과학 관련 최신이론을 간략하게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뇌과학/심리학 서적을 종종 읽었던 터라(근데 왜 제목은 제대로 기억나는게 없을까)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 특별히 새로운 사실이라고 할만한 것은 딱히 없었다. 어찌보면 내가 별로 안좋아하는 자기계발류 서적과 비슷한 점이 많다.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바꾸려면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보세요'라는 식의 조언이 많았기 때문. 이 조언이 틀렸다기보다는 너무나 당연하게 다가왔다. 작년에 감명깊게 읽었던 책 중에 '아주 작은 습관의 힘<제임스 클리어 著>'라는 책이 있다. 그 때는 생각보다 울림이 커서 책에서 저자가 조언한대로 사소한 것부터 바꿔보려고 정말 노력했다. 예를 들면, 일부러 시간내서 헬스장에 가기 힘들 땐 계단으로 집이 있는 12층까지 퇴근해서 걸어올라가자는 식의 습관 들이기. 결론은 당연히 실패. 작심삼일까지는 아니었으나 2주는 못넘겼던 것 같다. 지금은 아무런 죄책감이나 찝찝함 없이 퇴근 후 엘레베이터에 몸을 맡긴다. 나는 정말 인간적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저자가 비슷한 뉘앙스로 하는 조언에는 약간 실소가 새어나왔다.

나머지 책의 챕터도 대부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내용이었으나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에 대해 논하는 챕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흥미로웠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서평의 제목도 여기서 느낀 부분으로 뽑았다.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다양한 인간군상을 마주할 수 있다. 저렴한 표현으로 존잘/존예/존못 들도 눈에 띄지만, 지금은 나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런 것보다는 사람의 인상을 보게 된다. 깊이 패인 주름살에 한 사람의 수심이 보이고, 그 사람의 인생행로를 감히 어림짐작하게 된다.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직접 얘기하지 않으면 무슨 상관인가. '웃으면 복이와요'라는 말이 있다. 복이 와야 웃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지만, 그만큼 매사에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웃을 수 있고, 그러면 일도 잘 풀릴 가능성이 높다는 어찌보면 참 꼰대스러운 격언이다. '아프니깐 청춘이다'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하면 비약이려나.

어쨌든, 이 말이 꼭 틀린 말은 아닌게, 내가 소속된 여러 집단에서 나와 여러 사람들이 '참 인상이 별로다'라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잘/못생김과는 별개의 카테고리이다. 잘 생겨도 인상이 어두운 사람이 있고, 못생겨도 인상이 좋은 사람이 있다. 내가 누군가의 외모를 평가할 계제는 아니지만, '인상'이란게 주는 느낌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조심스레 타인과 공유해보면 그 평가는 대동소이하다. 사람 보는 눈이란게 이런 측면에서는 다들 비슷하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그렇게 인상이 안좋은 사람들은 실제로 성격이 조금은 별로인 편이 많다. 성격이 별로여서 인상을 찡그리니 주름이 생기고, 자주 인상을 찡그리니 성격이 더욱더 부정적으로 변해갈 수 있다는 것이 내가 고개를 끄덕거린 '바이오피드백'의 요지. 난 어딜 가도 잘 웃는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사는 편인데, 그래서 그런가 내 인생이나 상황에 딱히 불만이 없다. 이 역시 다분히 주관적인 자아성찰이다. 사무실에서도 내 자리 근처는 항상 웃음소리가 많고 좀 시끄럽다. 어릴 때 부터 한결 같았는데, 아래 증거자료를 통해 거짓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난 참 일관성 있게 성장했다.

초등..아니 국민학교 1학년 때 일기('94.10.01)

'떠들다 = 웃다'는 아니지만, 태생적으로 웃음이 많아서인지 소위 '웃는 상'의 얼굴이고, 삶도 종종 부침은 있었어도 그럭저럭 만족스럽다. 책에서는 우울함을 떨치기 위해서 사소하더라도 감사할 일을 생각해보라고 하고, 웃으라고 하지만 굳이 이렇게 의식적으로 감사해야 할 대상을 고민하지 않아도 이 세상 도처에는 감사하고, 웃음짓게 하는 일/사람들이 천지이다. 자기중심적인 관점에서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도리어 신기할 정도.

또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든 부분은, 우울할 때는 '사람들과 함께 하라'라는 저자의 조언이었다. 굳이 타인과 뭘 하지 않아도 좋으니 사람 많은 커피샵에 그냥 앉아있으라는 조언이 매우 와닿았다. 혼자놀기 끝판왕인 나도 20대까지 품어왔던 '나는 혼자서도 즐거워'라는 생각을 전면수정하여 독서모임 같은 소셜라이징을 하고 있다. 그만큼 나이가 들면서 인간으로서의 내 본성에 보다 충실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어딜가나 '나는 너희들과 달라'라는 중2병스러운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는 본질적으로 같은 종인 인간이기에 유전자의 위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런 중2병 환자들은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저자가 너무 우울증을 '뇌과학'의 측면에서 설명하는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작년에 읽었던 '당신이 옳다<정혜신 著>'라는 책에서 저자는 우울증을 지나치게 정신과적 질환 측면에서 접근하여 각종 약으로 그 기전을 컨트롤하여 치료하려고 하는 현대 정신의학의 기조를 비판했다. 때로는 이런 약의 처방보다는 그 사람의 사연을 묵묵히 들어주는 것이 우울증 치료의 특효약일 때가 많다는 논지. 이 책의 저자도 심리상담과 항우울제 투약 병행이 효과가 더 좋다며 권했으니 오로지 뇌의 기관과 호르몬의 기전으로만 우울증 치료를 주장하지는 않는듯 싶기도 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지금 이 시간에 당신이 읽을 것을 상정하고 시간을 내어 뻘글을 쓰고 있는 나도- 서로가 있기에 의미가 있고, 때론 웃음짓고 삶의 한 순간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은가. 우울증을 앓는, 혹은 우울감을 느끼는 이들에겐 괘씸하게 들리겠지만 우울함을 느끼기엔 고마운/좋은/재미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너무 많다. 우울함이 긴 시간 우리 일상의 순간을 갉아먹도록 놔두기엔 우리네 인생이 너무 짧다.

아직까지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말 한마디 제대로 못나눠봤을지언정 혹은 만나보지도 못했을지언정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제 몫을 다 해주는 당신도 나처럼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길 기원한다. 우리 같이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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