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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회사원, 2014~

맥과 5개월을 함께한 후 느낀 점

맥북을 들인지도 5개월이 훌쩍 넘었다. 그 전까지는 뭔가 허세(?)때문에 구입한 친구들이 쓰는 노트북으로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지난 기억을 돌이켜보면 학교 캠퍼스에서도, 그리고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도 수 많은 맥북을 볼 수 있었는데, 가까이에서 보면 그 중 2/3 정도에는 익숙한 윈도우 화면이 구동되고 있었다. '비싼 맥북도 역시 윈도우머신일뿐이구나.'란 나름의 성급한 결론을 내고 맥은 나의 wishlist에서 지워졌다.(사실 금전적 이유가 더 컸지만.)


그렇게 윈도우 기반 노트북으로 잘 살고있던 와중에 예상치 못한 뽐뿌를 마주하게 됐다. 문제의 발단은 일주일에 한번씩 가던 기타강습 선생님의 책상 위에 올려져있던 맥북 프로이다. 15인치 레티나 모델이었는데 높은 해상도와 쨍한 화면, 그리고 윈도우 화면과는 다른 아기자기한 UI앞에 왠지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맥은 OS가 달라서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애써 지름신을 쫓아냈다. 그러던 와중에 기타 레코딩을 비롯한 전반적인 음악편집 작업 이야기가 나왔고, 적어도 이 분야에 있어서는 맥과 윈도우는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기타 선생님의 열변이 이어졌다. "어설프게라도 음악을 하고 싶으면 맥을 사는게 좋다."라는 선생님의 말씀.


사실, 컴퓨터를 이용한 레코딩을 안해본 것은 아니다. 대학교 1~2학년 시절이었던 2006, 2007년에도 난 큰 PC 본체에 Line6의 멀티이펙터인 POD XT Live를 usb로 연결하여 종종 레코딩을 했었다. 이 블로그에는 그 결과물 또한 고스란히 보관중이다.(링크 : [딴따라 코스프레] - 자작곡(?) - Blue Berry. )


시퀀서로는 Cubase와 Sonar를 사용했었는데, 온갖 시행착오를 다 겪었던 기억이 있다. 무지막지한 Latency 앞에 좌절하기도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별의별 드라이버를 다 깔고 지우고 했었는데, 기타 선생님은 맥을 쓰면 윈도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이런 셋팅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Mac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시퀀서가 있었는데, 애플의 Logic Pro X가 바로 그것이었다. 선생님도 대부분의 음악 작업을 Logic으로 하고 계셨다.




나는 프로뮤지션도 아닐 뿐더러, 대단한 음악작업을 할 것이 아니기에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별다른 세팅을 하지 않아도 구현되는 안정성이 중요했는데, 이런 핑계로 평소에는 전혀 고려 안하던 맥북 프로를 덜컥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약 2주일여간 인터넷의 대부분 중고시장을 밤낮으로 눈팅한 끝에 업어온 물건이 바로 지금도 매일 애용하는 맥북 프로 레티나 2014mid 13인치 모델이다. 주변에 사용자도 따로 없거니와 이 나이(?)에 새로운 것을 접한다는 사실이 뭔가 두려웠는데, 이미 이런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기도 전에 내 손에는 맥북이 들려있었다.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맥북을 부팅하자마자 첫번째 멘붕이 찾아왔다. 한영전환을 할 수 없었다. 분명히 조선반도에서 사용하는 한글 자모가 키보드 여기저기에 각인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디에도 '한/영 토글 키'가 없었다. 윈도우 피씨 키보드의 한영 토글키 자리에 위치한 Command 버튼을 연타했으나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이 때 바로 '다시 팔아버릴까..?'란 생각이 찾아왔다. 물론 지금은 Karabiner란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Command키를 한영토글 키로 잘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여차저차 첫번째 고비를 넘기고,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는 마음으로 맥을 몇개월째 잘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인터넷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맥북이용 꿀팁 포스팅 및 Back to the Mac 블로그의 힘이 컸다. 애플은 정말 이 분께 뭐라도 해드려야 한다. 물론 보따리장사꾼 수준의 마인드로 우리나라에서 장사하고 있는 애플이 그럴리는 만무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Steinberg의 오디오인터페이스인 UR242까지 구매해서 맥북을 이용한 나름의 뮤직라이프를 만족스럽게 즐기고 있다. 비싼 윈도우 머신이 될까봐 걱정했는데, 윈도우는 Parallels Desktop를 깔아서 이따금씩 인터넷 결제 및 관공서 접속할 때만 쓸 뿐 맥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구매한지 얼마 되지 않아 El Capitan으로 업데이트해서 잘 쓰고 있다. 참고로, 대부분의 음악 관련 3rd party 제조사들은 자사의 기기와 최신 운영체제인 El Capitan의 호환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업데이트를 말렸지만, 나는 '여차하면 롤백하면 되겠지'란 생각으로 업데이트해버렸다. 다행히도 Steinberg의 UR242는 내가 쓰는 기본적인 기능에서는 El Capitan 업데이트로 인한 특별한 오류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사양은 아래와 같다. 2014 Mid 모델이며, 256GB SSD에 16GB 램을 달고 있다. 부족한 저장공간은 몇달 전에 마련한 WD My Cloud(3TB)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지 특별한 불편함은 느끼지 못한다.


특이사항으로는, 기본 케어가 끝나기 1주일 전에 모니터 왼쪽 하단에서 나타나는 화이트 스팟 문제때문에 무상으로 상판을 교환했다는 것. 그 후에 바로 애플케어를 먹여서 보증기간이 2017년 까지 연장됐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새롭게 먹인 애플케어 만료 이전에 중고로 판매하진 않을 것 같다.



5개월여간 맥을 쓰면서 느낀 장점은 아래와 같다.




1. iOS와의 유려한 연동


일반적으로 나를 비롯한 많은 일반인들은 아이폰, 아이패드를 통해 맥을 알게 된다. 개발자 및 디자이너와 같이 직업상 일찌감치 맥과 함께 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보통 어렸을 때 부터 '컴퓨터 = 윈도우 운영체제가 깔려있는 것'이란 개념을 갖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아이팟터치와 아이폰의 출시를 통해 iOS가 친숙하게 다가오고, 'iOS는 OS X의 축소판'이란 것을 들으며 맥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게 된다.


사실, 지금은 갖고 있지 않은 아이패드는 '큰 아이폰'에 불과하다는게 나름의 결론이다. iOS 구동 기기들로는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데에는 큰 한계가 있었다. 컨텐츠 소비형 플랫폼이라는 한계를 아직까지는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대화면의 아이폰6플러스를 들이자 아이패드는 그 용도가 좀 애매해져서 방출했더랬다. 그에 반해 OS X은 윈도우와 같이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운영체제이다. '어색함'에서 다가오는 진입장벽은 있지만, 그것만 넘어서면 정말 편하게 사용가능하다. 마우스 없이도 트랙패드로도 큰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는 것도 매우 놀랍다. 직접 써보니 그들의 '트랙패드 허세'가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쨌든, OS X은 iOS의 뿌리답게 거의 완벽한 연동을 자랑한다. Hand Off기능이 그것이다. 아이폰에서 하던 작업을 맥에서 할 수 있고, 반대도 가능하다. 물론 연동되는 프로그램 등에는 한계가 있지만, 아이폰, 아이패드 사용을 통해 애플의 생태계에 들어온 후 맥을 통해 보다 더 완전한 '통합'을 경험하게 된다. 단순히 드랍박스와 같은 클라우드 저장공간으로 연계되는 것보다는 한 차원 위의 통합이다. 


지금은 이처럼 애플의 플랫폼 자체에 익숙해지니 아무리 사양이 좋다고 해도 윈도우 노트북에 대한 '뽐뿌'가 쉽사리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반전은, 이 글을 작성중인 지금은 갤럭시노트5로 바꿨다는 것. 특별히 아이폰에 대한 불만족때문이라기 보다는 소위 말하는 '기변증' 때문이다.


2. 안정성


이 부분은 솔직히 윈도우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시스템 가용자원을 많이 사용해서 하드한 작업을 하는 헤비유저가 아닌 이상, 최신 윈도우와 맥에서 블루스크린, 혹은 커널패닉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예전에는 맥이 넘사벽으로 안정적이었다고 하지만, 윈도우도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여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올라왔다는게 세간의 평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뮤직 인더스트리와 같은 특정 카테고리에서는 맥을 신봉한다. 윈도우 플랫폼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많지 않다. 흔치는 않지만, 맥에 기타를 연결하여 라이브 공연을 하는 밴드도 있고, 유명 DJ들 역시 맥북으로 작곡 및 실시간 디제잉을 하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이러한 섹터들이 지향하는 안정성에 있어서는 윈도우 운영체제가 맥을 넘어서기엔 힘들어 보인다.


3. 폐쇄적 환경에서 느끼는 개방적인 느낌(?)


iOS는 애플의 폐쇄적인 사용자 정책때문에 커스터마이징의 여지가 매우 적다. 일반적인 어플리케이션은 애플이 운영하는 앱스토어에서만 받을 수 있고, 모든 것이 애플이 만들어 놓은 통제구역 안에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정책은 타 플랫폼에 비해 강력한 보안과 안정감을 제공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답답함을 지울 수 없다. 분명히 기계의 소유권은 나에게 있지만, 온전한 관리자 권한이 없기에 느껴지는 답답함이랄까. 이것때문에 탈옥을 하지만, 탈옥은 iOS의 보안 취약점을 이용한 것이기에 애플이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언제 완전히 불가능해질지 모를 일이다. '창과 방패의 싸움에서는 결국 창이 이긴다.'는 말로 탈옥의 미래를 낙관하기에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또한 탈옥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EULA를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후에 찝찝한 일을 마주할 수 있다.


OS X은 어쨌든 컴퓨터 운영체제이다. iOS처럼 앱스토어가 있지만,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아도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고, 커스터마이징 역시 iOS에 비해 자유로워서 iOS와 같은 답답함은 그닥 느껴지지 않는다. 마음에 안들면 OS X을 싸그리 밀어버리고 부트캠프로 윈도우 운영체제를 설치하여 예쁜 윈도우 머신으로 쓸 수도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모바일 기기와 이렇게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약간의 어폐가 있지만, 결론적으로 컴퓨터 운영체제이기에 훨씬 더 자유롭다. 애플이 iOS에서 제공하는 폐쇄적인 독점기능과 개방성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맥을 사용하다가 iOS를 사용하는 사람이 아닌, 반대방향으로 사용자 경험을 갖고 왔기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나같은 라이트 유저에겐 과분한 16GB램, 눈이 호강하는 레티나 스크린, 유려한 맥 전용 어플리케이션 등 여러가지 장점 덕분에 맥북은 요 몇년간 한 '지름' 중에 가장 잘 한 지름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해서 맥을 잘 사용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