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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 코스프레

Hoobastank 내한 공연 관람 후기 - (1)

by hyperblue 2007. 1. 26.

hoobastank!

아무래도 지금의 혼미한 정신상태로는 제대로 된 공연 정리가 되지 않을 것 같아, 생각 나는 것만 끄적거리고, 추후에 디테일하게 관람 후기를 연재하도록 하겠다.



오늘 저녁 6시 반쯤, 지하철 5호선의 끝과 끝이라고 볼 수 있는 우리집(개화산역)에서 광나루역까지 정확히 1시간10분을 지하철로 달려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2번 출구로 나왔더니 딱 봐도 콘서트 홀 같은 간지나는 건물 한 채가 저 멀리 보였다. 후다닥 뛰어갔다.

MTV이벤트 당첨의 주인공 주모양이 덜덜 떨며 잠바 속에 휩싸여 홀 앞에서 맞아 주었다. 그리고 내게 건내준 한 장의 빛나는 티켓. 아하하하...하지만 입장번호 1100번 대. 안습.

기다리고 있는데 Channel [V]에서 특파(?)된 사람들이 기다리는 사람들을 헤집고 다니며 인터뷰를 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아 정말 내가 hoobastank를 보러왔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7시 15분. 입장이 시작된다. 그리고 난 입장번호라고 적힌 '1149'던가? 이게 아무 의미 없단 걸 깨닫는다-_-; 확인도 안하고 그냥 "표 미리 뜯어서 주세요"이러더니 통과....;

사람들이 생각보다 적다; 불안했다. 후바스탱크 오랜만에 서울까지 왕림하셨는데 상처만 받고 돌아가는게 아닌가... 하지만 그런 우려도 잠시.

어쨌든, 처음에는 난 관객을 기준으로 무대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정면 무대에 보인건 다름 아닌 Ampeg 베이스 앰프. 현재 베이시스트가 탈퇴하고 3인조로 'hoobastank'이름을 걸고 뛰고 있는 그들이기에 분명히 세션베이시스트가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 분은 죄송스럽지만 나의 out of 안중.

무대 왼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무대 정면에 보이는 Mesa Boogie의 Dual Rectifier 앰프 헤드와 캐비넷. 그리고 플로어에 자리잡은 멀티이펙터 POD XT LIVE와 여러 색깔의 꾹꾹이들. 그렇다 필시 이 곳이 기타리스트 Dan이 활개를 칠 곳이었다. 난 거기에 말뚝을 박았다.

8시 5분이 될 즈음, 캐간지 오프닝과 함께 그들이 등장한다. 첫 곡은 Crawling in the Dark. 정말 눈 앞에서 3미터 정도도 안되는 거리에서 Dan이 그의 PRS cu22를 들고 딜레이 등으로 이펙팅 된 기타리프를 내뿜기 시작한다. 그는 역시 사진에서 보던 것 처럼 탄탄한 몸과 조각 얼굴을 지닌 초미남이었다. 남자인 나도 그 때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그 후로 여러 곡이 흘러나왔다. 공연 초기에는 나름 블로그 포스트를 준비하며 곡명과 순서를 외우며 심지어는 Dan의 기타 change까지 유심히 머리 속에 이미지로 저장하고 있었다.
'이 곡에서는 cu 22쓰다가 24로 바꾸는구나. 이 곡은 다시 cu 22를...'

하지만 그것도 잠시. 드디어 관객이 모두 하나 되어 달리기 시작했다. 난 이성을 잃고 감성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짐승이 되어 미친 듯이 그들의 노래 하나하나를 따라 외치며 날뛰었다. 슬램이라고 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열심히 부대끼며 땀에 쩔어 나름 ecstasy 상태를 경험했다.

나의 관심 대상은 기타리스트 Dan이었기에 난 이제 대학교 2학년이라는 내 신분과 나이를 훌훌 털어버리고 소위 '빠순이'라 불리는 사람들과 같은 부류가 되어 괴성을 지르며, 양 손가락으로 lml을 만들어 환호하고 그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_-; 내 앞에서 힘껏 파워풀 스트로크를 내뿜던 Dan과 드디어 눈이 마주쳤다. 그는 나름 간지를 부리려는 건지 공연 초기부터 무표정으로 가끔 점프도 하면서 보는 사람 혼을 쏙 빼놓고 있었는데 눈이 마주치는 아주 잠깐, 그 순간, 갑자기 입꼬리를 과장스럽게 과장스럽게 올리며 미소를 씨~익 지어주곤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가 연주에 열중했다.

아, 정말 황홀 그 자체. 전지현이 미소지어줘도 내 가슴이 이렇게 뛰었을까.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Noise Heaven 속에서 내게 날아온 그의 미소는 나를 완벽한 짐승으로 승화시켰다. 그 때부터는 머리 속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것 같다. 대부분 아는 노래였기에 미친듯이 크게 노래를 따라 불렀고, 뛰어야 할 때는 정말 사정없이 뛰고 흔들었다.

저녁도 안먹고 관람했기에 몸은 이미 탈진 일보직전 상황. 그 모든 땀의 향연 속에서 두 다리로 힘껏 점프하고 슬램하며 버틸 수 있었던 건 오직 그들의 음악 그 자체였다.

라이브 안습으로 악명이 자자한 보컬 Doug는 온데간데 없었다. 그는 정말 농담 한 마디도 안 섞고 마치 CD에서 듣던 그대로 모든 노래를 소화하고 있었다. 간혹 앨범에서나 가능할 법한 초고음은 가성으로 처리하는 듯 했지만 다른 부분은 완벽했다. 공연 끝나고였나? 관람 온 몇몇 외국인들이 'Doug가 무슨 보컬레슨이라도 받았나?'이러면서 대화를 하는 것도 들렸다. 그 정도로 그의 라이브 실력 발전은 눈부셨다.

공연 중간마다 던지는 멘트도 센스 만점. 곡이 끝날 때 마다 연신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공연 첫 곡부터 온 몸을 내던지는 우리들에게 사뭇 놀랐는지, '당신들 처음부터 그렇게 달리네? 끝까지 그렇게 해주길 바래! you guys are all awesome!'이런 멘트로 즐겁게 해주었다.

중간중간에 농담도 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냈다. 'mp3용 가수' Doug는 거기 없었다.

set list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마지막 곡은 out of control이었다. '과연 이 곡의 보컬을 라이브에서 소화할 수 있을까?' 내심 궁금했는데, 아뿔싸. Doug는 해내더라. 그리고 마지막 곡인 만큼, 곡명이 out of control인 만큼. 관객 모두 out of control이었다. 압사가 걱정될 정도로 신나게 흔들고 싸웠다(?).

공연 중간중간 Dan이 피크를 휙휙 던져줬는게 그것도 하나도 못받고, out of control을 끝으로 막을 내린 후 마구 던져준 수건과 물병, 드럼 스틱, 피크도 하나도 못받았다ㅠㅠ 전리품을 하나도 못챙긴게 너무나 한이 된다.

공연 후반부에 Doug가 약속했다.
"되도록 빨리 asap, 다시 한국에 돌아오겠다. 느그들 보러".
난 믿는다. 그리고, 또 온다고 하면 그때는 돈 내고 제빨리 예매해서 다시 그들과 함께 할꺼다. 내년 초 군대 가기 전에 그 기회가 찾아올 확률이 희박하단게 그저 안습.

아...Dan의 그 과장된 미소가 가슴을 마구 어지럽히는 밤이다.

내 생애 첫 메이저 외국 아티스트 라이브.

그리고, 죽을 때 까지도 잊지 못할 높은 퀄리티의 라이브.

후바스탱크가 절대 실망하지 않게 해준 함께 뛴 멋진 관객들.

오늘 밤,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다.
(솔직히 대학 합격 다음으로...두번째-_-;)


여튼, 후바스탱크의 라이브는.......강했다!

다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heaven을 함께 느끼고 경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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