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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의무경찰, 2008~2010

군대에서 받는 어머니의 편지.

by hyperblue 2010. 1. 8.
오랜만에 관물함 정리하다가, 지저분하게 한쪽에 가득 쌓아둔 편지들을 발견했다. 나중에 반갑게 볼, 지금은 소원해진, 혹은 전역 후에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이름이 발신인으로 되어있는 많은 편지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이게 편지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인 것 같다. 이 기분을 가끔씩 느끼고 싶어서. 추억을 반추할 수 있어서. 아픈 기억도, 좋은 기억도 모두 훗날 추억이라는 단어로 가슴 한켠에 넣어둘 수 있으니깐.

그런 와중에 손에 잡힌 꼬깃꼬깃한 A4용지. 어머니의 편지였다. 무수히 많은 편지를 내게 쓰셨지만, 이 편지는 지난 2009년 여름에 내게 보낸 과자박스 한켠에 쪽지처럼 접혀져서 있던 것이라서 나의 편지함 한켠에 변변한 편지봉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구겨진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한창 잦은 시위로 몸과 마음 모두 지쳐가고 있던 시점에 받은 과자와 편지라서 받는 순간 마음이 참 짠했더랬다. 바쁘신 가운데 A4용지에 생각나는대로 빨리 쓴 흔적이 역력한 편지. 이런게 자식을 군에 보낸 어머니의, 부모의 사랑일까.

오늘도 아무 생각없이 펼쳤는데 갑자기 멍해졌다. 내일모레 외박나가서 어차피 볼껀데, 그래도 멍해졌다.
내일모레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보고싶은 사람, 어머니.

정말 제대하면 효도하고, 성공해서 이 모든 사랑 조금이나마 돌려드리고 싶다.

사랑해요, 어머니 :)

아들에게,

더운 여름 두번째 맞는구나.

논산훈련소에서의 눈물의 이별(?)이 엊그제 같은데 그래도 1년이 또 지났구나. 그간 많은 애환이 있었으리라 믿는다. 돈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리라...

시위 현장에서 없는 자들의 절박한 생존의 절규도 보고 들었으리라 믿는다.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되길 빈다.

무조건 마음으로나마 돌팔매질 하지 말고 힘겹게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가슴으로 느끼렴.
문득 네 소대원들 생각나서 적지만 과자 보낸다. 같이 나눠먹고 항상 가슴이 따뜻한 선임이 되렴.

...(중략)

2009년 여름 어느날, 어머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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