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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의무경찰, 2008~2010

D-9, 마지막 외박복귀 다음날


어제 복귀한 8번째, 마지막 정기외박. 4박5일동안 집에서 이런저런 정리를 하며 되도록이면 가족과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대학교 시험기간이라서 친구들과 만나기도 조금 그랬지만, 그래도 만나자며 모여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어서 함께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조금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고 다시 부대로 돌아왔다. '인터넷 강의'를 핑계삼아 노트북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었고, 나름의 복학준비를 했다. 가장 큰 일은 좁은 내방을 정리하는 일이였는데, 짐이 너무 많아서 아무리 정리를 해도 끝이 나지 않았다. 가장 난감했던 문제는 그간 받았던 편지들의 처리문제. 추억이라는 측면에서 간직해야 할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이기 때문에 불태워 없애야 할지 참 난감했다. 결국 계속 고민만 하다가 서랍 한 구석에 '짱박아두고' 돌아왔다. 쌓이고 쌓여서 그런지 부피가 장난이 아니다. 원래 난 이것저것 모으기 좋아하는 성격이긴 하지만, 편지와 같은 것들은...잘 모르겠다.

몸살이 났다. 말년에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데 감기몸살을 집에서 달고 복귀했다. 덕분에 지휘관님들께 '얼마나 진하게 놀다왔길래'라는 일종의 비아냥을 들었다. 가볍게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렸다. 1주일 후면 다 안녕, 바이바이.

오늘도 몸살의 여파로 약을 먹고, 그 약에 취해 계속 잠만 잤다. 그나마 자면 몸살로 인한 근육통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다. 이게 아마 군대에서 된통 앓는 나의 두세번째 '시름시름 몸살'이 아닐까 싶다.

주말이고, 날도 풀려서 그런지 서울시내에는 집회가 한가득이다. 우리중대는 운좋게 오늘 출동대기가 떨어졌다. 내일은 근무를 하겠지. 아, 정말 딱 1주일만 참으면 다 끝이다. 아쉽고, 설레고, 두려운 나날이다. 정말 상상도 못했던 그 날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남은 일주일동안 계속 최면만 걸 생각이다. "제대하면 열심히 살아야지"

인터넷뉴스를 클릭할 때면 자꾸만 속에서 눈물이 난다. 나와 전역일이 비슷한 천안함 한 병장의 사연. 나와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 다가오는 전역의 그 날만을 기다렸겠지. '이제는 그만 집에 가고싶다'며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그가 적은 그 한 마디가 내 가슴을 후벼판다. 그는 죄가 있어서 그렇게 차가운 서해바다 한가운데서 전사했고, 난 운수가 복터진 놈이라서 이렇게 한가로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살아남은 천안함의 생존자들이, 나를 비롯한 이 땅의 수 많은 군인과 젊은이들이, 먼저 떠나간 이들의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가야, 조국의 영토, 영공, 영해와 치안을 위해 힘써야 그들의 값진 죽음이 헛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부디 좋은 곳에 가서 국토방위의 부담은 잠시 덜어두고 편히들 쉬소서. 이 땅에 남은 우리들이, 내가 당신들의 몫까지 힘써서 유사시에 끝까지 자유대한을 지켜내겠습니다.

설레는 마음보다는 차분한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집에 가는 그 날을 조용히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