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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대학생, 2006~2008

총학생회의 계속되는 본관 점거...이제 어디로..?

by hyperblue 2006. 4. 28.

지난 3월 29일날 시작된 총학생회의 본관 점거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등록금 12%인상 반대!'와 여러가지 구호를 내걸고 시작된 점거는...끝도 없이 계속 되고 있다. 아마 학교 당국과 협상테이블에 앉아 토론할 수 있을 때까지, 더 길게 잡아 등록금 인상안이 수정될 때까지겠지...

본관(左), 언더우드상(클릭!)


하지만 요즘 들어서 그냥 '이러한 수단이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심화된다. 꼭 이 방법 밖에 없었을까..? 학생회 측은 말하겠지. '이렇게라도 안하면 학교는 우리 얘기 들어줄 생각도 안한다.' 뭐,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난 학교는 과연 고충이 없을까 생각해보게된다.

학교 행정에 어느 정도 차질이 생기는 것은 이미 예전부터 시작되었고, 총장실은 학생들의 시험기간 독서실과 짜장면 시켜먹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란 말인가?

학교는 꿈쩍도 않고 있다. 한 선배가 말해주길, 몇 년 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총학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학교가 어느 정도 물러서서 학생 개개인의 계좌에 10만원 가량의 등록금을 돌려주었다고 한다.(대부분 부모님께 말씀 안드리고 개인 용돈으로 사용하였다는 후문..) 어쨌든 이번에는 학교 측의 방침이 180도 선회한 것 같다. 미동도 없다. 총학 측은 '학생 개무시'쪽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내겐 그렇게만 보이진 않는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 처럼 '이번에도 물러서면 질질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는 학교 당국 내의 강한 의견표출이라고 보인다.

학생총회 홍보(클릭하세요!)

총학은 백양로 한복판에서 학생총회도 개최했지만 역시나 학교는 꿈쩍도 않는다. 총학은 조목조목 이유를 대며 학교 측과 재학생들에게 등록금 인상의 부당함을 알리고 설득하려 하지만 큰 반응은 없다. 재학생들도 냉담하긴 마찬가지이다.

좀 민감할 수도 있는 사안이지만, 친구들이나 친한 선배들에게 '총학이 이번에 하는 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질문을 던졌더니 대부분 '등록금 내려가면 우리야 좋지~ 어차피 총학이 알아서 할꺼야' 이런 논조였다. 총학과의 적극적 연대를 통해 무언가를 쟁취한다기 보다는 그저 그들이 하는 일에 적어도 훼방은 놓지말고 방관(?)하자는 쪽이었다. 특히 그 뚜렷한 '정치적 색깔' 때문에 적잖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물론, 나도 포함..)

이들의 의견으로 '2만 연세인 모두가 그렇습니다'라고는 못하겠지. 하지만 총학 측에서는 상당히 가슴 아플꺼다. '우리는 당신들을, 아니 우리 모두를 위해 학점을, 다른 생활을 희생해가면서 이런 일을 해요!'라고 하고 말할테니깐 말이다.

이번에 고려대학교의 교수감금사태에 따른 가해학생 출교조치 등 전국 대학교 당국의 대응방침이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총학과 같은 대학교 자치 단체들은 아마 기가차겠지. 하지만, 국민 여론은 어느정도 학교 측의 손을 들어주는 듯 하다. 굳이 줄이자면...'해도해도 너무한다' 이런 거겠지.

확대하려면 클릭!

얼마 전에 오른쪽과 같은 현수막이 본관 앞 쪽과 백양로 한 쪽에 붙어있었다. 한 고학번 선배가 익명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한 것이었다. 예상했던 데로 총학관계자들은 분노(!)를 금치못했다. 현수막에 '비겁하다. 실명걸고 나와서 토론하자'와 같은 원색적 비난문구들이 적히고, 현수막은 오래가지 않고 철거되었다.

가슴이 아팠다. 오죽 실명 밝히고 공개된 루트로 총학에게 말하기 어려웠으면 이런 방법을 썼을까. '우린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라고 말하지만, '親민주노동당'과 같은 정치코드를 너무나 자랑스럽게 내걸고 있는 그들에게 그 누가 용기있게 '내 생각은 이러해요'하고 말할 수 있을까.

학교는 우리 모두의 공간이다. 또한 개개인은 모두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 이 가치관을 모두 표용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그렇다면 최소한 투쟁방법이라도 온건하게 가야하는 것 아닐까. '투쟁방법이 온건하면 원하는 것을 쟁취없다'라고 말할까. 그럼 투쟁방법이 강력하고 막가파식으로 갈 수록 학교 측이 '네~네~'하고 꼬리를 내릴까.

하루 빨리 총학의 본관점거도 종료되고 예전의 학교로 돌아가면 좋겠다. 나 역시 좀 더 합리적인 등록금 인상률을 바라지만...투쟁방법에 산뜻한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2만 연세인을 모두 포용할 수 없는 그런 수단은 과연 없을까...?

괜시리 머리가 아파지는 하루. 학교 갓 입학해서 물정모르는 새내기의 혼란스러운 지껄임.

이런 광경을 보니 참..힘들어 보이고, 안쓰럽기도 하다.


덧붙여, 얼마 전에 메일로 온 정창영 총장님의 이메일을 첨부해본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에 대한 학교의 입장
  지난 3월 29일 일부 학생들이 물리적 집단행동으로 또 다시 학교본관을 점거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러한 구시대적인 행동에 대해 학교는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는 바입니다.
  그간 학교는 연세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위기상황을 학생들에게 성심껏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고자 많은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 총장도 세 번에 걸쳐 연세가족 모두에게 간곡한 당부를 하였습니다. 또한 3월 17일에는 기획실장과 재무처장이 총학생회 대표들에게 학교 재정상황 및 송도국제화복합단지 추진사업에 관한 사항을 자세히 설명한 바 있고, 3월 21일에는 기획실 주관으로 전체 학생들을 위해 설명회를 개최하였으나 학생들의 참석부진으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등록금 인상의 주요한 이유 및 학교 재정현황 관련 자료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3월 22일에는 총장이 직접 총학생회장단에게 학교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3월 23일의 일차 본관 점거에 이어 3월 29일부터 또다시 점거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대학은 이성과 지성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대학 내의 모든 의사 표현 방식은 어떠한 경우라도 정해진 원칙에 따라 이성적인 방법을 통해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때 대학은 더 이상 교육기관으로서의 올바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됩니다. 이번 총학생회의 본관점거 행위는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되는 비이성적, 반지성적 행위입니다. 총학생회는 즉각 점거농성을 풀고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사랑하는 연세인 여러분
  그 동안 학교에서는 제반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연세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관 점거사태가 발생하여 깊은 자괴감과 함께 교육적 책임을 통감하게 됩니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고집하며 물리적 집단 행동으로 이를 관철시키려고 하는 한국 사회 전반의 비이성적 문화가 대학에까지 침투하여 정치선전장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대학은 무엇보다 모든 구성원들이 상호 신뢰의 기반위에서 원칙과 절차를 존중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무너지고 물리적 해결 방안이 우리의 의식과 행동을 지배하는 순간, 대학은 교육기관으로서의 책무와 사명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아무리 어려운 과제일지라도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진지하고 성실한 모습을 사회에 보여주어야만 우리나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본관 점거와 같은 해묵은 관행이 되풀이되고 원칙과 절차가 무시되는 상황에서는 마음을 열고 신뢰를 기반으로하는 대화가 불가능해집니다.
  연세를 사랑하고 연세의 미래에 대해 함께 걱정하는 일에는 학생, 교직원, 교수, 동문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학교를 진정으로 아끼는 마음에서 본관점거를 즉시 중단하고 학생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기를 간곡히 당부합니다. 연세의 주인은 우리 모두이며 소위 오너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일부 학생들은 마치 학교가 사학자본의 이익을 옹호한다고 보는 구시대의 낡은 이념에 함몰되어 있습니다. 학교를 적대시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존재하는 한 연세는 교육기관으로 바로 설 수 없습니다. 적대감이 지배하는 곳에 교육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대학은 지식만을 전달하는 일개 시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연세는 단순히 지식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신뢰와 믿음이 넘치는 위대한 교육기관이 되어야 합니다. 연세의 오랜 전통에 따라 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성의있게 청취하고 꾸준히 대화하는 노력을 결코 중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총학생회의 여러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일차로 3월 9일 교무처장이 학생대표에게 설명한 바 있으며, 그 외의 관련 실·처에서도 진지하게 그 수용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과의 대화 창구는 항상 열려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열려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교직원 여러분,
  이번 사태로 학교의 행정업무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총장으로서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교직원 여러분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간곡히 당부드리는 바입니다. 학교가 어려운 상황일수록 우리 모두 맡은 바 직분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어려운 위기를 극복해내야만 합니다. 교수님들도 열과 성을 다해 우리 학생들의 교육에 힘써 주시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랑으로 학생들을 성심껏 보살펴 주실 것을 감히 부탁드립니다. 교직원 모두가 힘을 합해 친절과 정성으로 학생들을 가르쳐 훌륭한 인재로 키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학교는 이번 사태에 즈음하여 교육기관으로서의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순리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연세가 한층 발전하는 굳건한 토대가 조성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06년 4월 4일
연세대학교
총장 정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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