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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수험생, 2010~2012

[조선일보] "전·의경 구타는 왜 계속되나?"//다들 알면서 왜 그래?

by hyperblue 2011. 1. 12.

※ 기사링크 : [軍부대선 사라지는데… 전·의경 구타는 왜 계속되나] '사회 노출로 군기 빠질라' 엄한 규율에 '긴박한 시위현장 투입' 스트레스 겹쳐


신문기사는 따로 포스팅하지 않았다 : 기사링크
요즘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는, 가혹행위로 죽은 의경도 알고보니 우리 대학교 09학번 후배였다. 부모입장에서는 고이고이 잘 키워서 대학도 보내고 늠름한 모습으로 군대도 보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니 그 마음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위의 삽화는 조선일보의 기사에 있는 것을 그대로 퍼왔다. 경찰청 내부 자료라는데, 역시 그들은 '모두 알고 있다'. 모르는 척하지만, 그간 수 많은 전역자가 있었고, 내부 고발자가 있었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도 여러번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몰라서 조치를 못취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직무유기요, 거짓말이다.

기사에서 본 가혹행위들에 대한 예시 또한 굉장히 익숙했다. 나 역시 짬밥이 안되던 막내 시절, 고참들의 이부자리를 펴고 개기 위해서 내무실에서 늘 뛰어다녔으며, 샤워를 하는 고참들의 속옷을 챙겨서 갖다주기도 했으며, 경력수송버스 안에서 방패의 '경 찰'글자만 뚫어지게 바라보기도 했으며, 내무실에서 '예, 아니오'만 말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당연히 힘들었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사람이 참 무서운게, 내 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래왔고, 나를 부려먹는 저 고참도 나 때는 그랬다는 생각을 하니 모든게 당연해졌다. 일종의 현실타협이랄까.

난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있던 그 집단은, 계속 그런 식으로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유지될 것이라고 믿었다. 나 역시도 나이 어린 고참한테 뺨도 맞고 발길질도 당하고, 욕도 셀 수 없이 많이 들었지만 그냥 순응했다. 그리고 내 주변의 대부분의 동기, 선후임도 다 그랬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로 나를 때리거나 하지 않는다면, 난 '여기는 군대니깐'라는 마인드로 항상 받아들이려고 했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그건 불의에 타협하는 것이다. 용기가 없는 것이다'라고. 하지만 나를 비롯한 모두는 단순히 그것이 불의에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모두를 위한 선택이었다. 내가 내부고발자가 되면 우리 부대원과 지휘관 모두가 말로 다 할 수 없는 곤경에 빠진다. 그리고 내가 자대에 전입하기 바로 전에 우리 부대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다.

한두대 맞거나 욕을 들어도, 아무 이유없이 그랬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난 물론 '내가 고참이 되면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늘 다짐했고, 혼자만 자랑스러울지 모르지만 그대로 실천하고 전역했다. 부대의 최고참이자 신이라고 할 수 있는 '기율경'으로 100일동안 부대를 지휘하는 동안 최대한 '좋게좋게'하려고 애썼다. 내가 봐왔던 몇몇 기율경들처럼 괜한 것으로 트집잡고, 갈구고 가혹행위를 하진 않으려고 애썼다.

전역할 때는 시원섭섭하기도 하면서, 너무나 풀어져버린, 나사가 풀려버린 부대의 분위기를 보며 우려하면서 경찰서를 나섰다.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은 기분을 느끼며 전역한다고 하지만, 괜히 '내가 잘 한 걸까?'라고 되물으며 부대를 떠났다.

가혹행위. 난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무작정 '나쁘다'고만 하지는 못하겠다. 신문기사에 나온 여러가지 가혹행위들의 예시가 난 모두 가혹행위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무작정 때리고 짓밟으려 하지만 않는다면, 어느 정도는 '선후임 줄세우기'의 일환으로, 최소한 '저 놈은 내 고참, 난 쟤 후임'이라는 기본적인 군대식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기강유지를 위해 약간은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물리적인, 정신적인 폭력행위는 반대하지만 말이다.

지금은 경찰청장인, 내가 복무할 당시에 서울청장이셨던 조현오 치안총감도 말했던게 있다. 그 역시 전의경 복무환경 개선에 나름 신경을 많이 썼던 청장 중 하나였는데, 항상 '미군처럼 민주적이면서 기강이 센 전의경 조직'을 원했다. 근데 이게 우리나라 전의경의 현실에서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

정말 현실을 너무 모르고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미군같은 분위기를 원하면 정말 미군같이 빵빵한 보급과 보수, 근무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촛불시위를 기점으로 엄청나게 창설된 경찰관기동대(직원으로 구성된)가 차라리 그런 미군의 모습에 다가간 예시가 아닌가 싶다.

2005 FTA시위를 기점으로 정말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오가는 극렬한 폭력시위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촛불시위 때도 그랬고, 용산참사나 무수히 많은 집회시위에서 봐왔듯이 정말 편한 군생활을 누릴 수 있는 몇몇 전의경을 제외하고는, 상설진압중대에 속한 전의경들은 국가가 국민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인간 샌드백이나 다름없는 존재이다. 언제나 '인내진압'을 외치며 길바닥에서 철야를 반복하며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예민해지고, 나약해진다. 아직도 기억난다. 2009년 5월, 촛불집회 1주년 기념행사라며 벌어진 난장판에서 방패를 들고 로봇처럼 정면을 바라보며 우발대비하는 내게 한 취객이 와서 방패에 소변을 갈겼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배웠다. 화도 나고 슬프기도 했지만 이런게 대부분 대원들의 현실이다.

궁극적으로 인간 샌드백으로 쓰이는 전의경 조직은 없어져야 한다. 난 물론 그 생활 속에서 많은 추억을 쌓았고, 나름 보람있는 군생활을 했다고 자부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너무나 많다. 일반 군조직과는 다른 경찰의 시스템상 직원(간부)들은 군인의 신분으로 복무하는 대원들을 제대로 통제를 할 수가 없다. 단순히 인사고과 때문에, 순환보직 때문에 전의경 부대에서 근무하는 그들에게 전의경조직은 '무사히 있다가 나와야 할' 관문 중의 하나일 뿐이다.
 

백양로

내가 지금 걷는 이 백양로를 걸으며 미래를 향한 꿈을 키우다가 숱한 부조리에 괴로워하며 저세상으로 간 후배님의 명복을 빈다.

경찰조직은 전의경 조직의 존립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하며, 현 시스템 상 어찌할 수가 없다면 확실한 관리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12년 전의경 제도 폐지'를 외치며 육군훈련소에서 이루어지던 전경차출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들은게 얼마 전 같은데, 결국 '어쩔 수 없다'며 전의경제도 폐지 계획을 또 다시 백지화했다. 그 전의 정부에서도 늘 '축소 및 폐지'를 검토하고, 계획을 했었지만 결국에는 다 보류, 번복했다. 한 달 월급 10만원이면 개처럼 부려먹어도 찍소리 않는 의경만한 조직이 대한민국에 또 있을까. 엄밀히 말하면 '군대'가 아닌 경찰이기 때문에 온갖 사안에 모두 동원이 가능한, 참 저렴하고 말 잘 듣는 정권의 친위대와 같은 조직. 절대 없앨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이번에도 또 보여주기식 대책발표와 관련자 징계를 통해 쉬쉬하며 끝낸다면 이 비극은 계속 반복될 것이란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끝으로, '조선일보 기자'씩이나 되는 사람이 기사 말미에, '전·의경의 복무기간은 21개월로 군 복무기간(육군기준 24개월)보다 짧다.'며 잘못된 정보를 떡하니 적어서 기사에 냈다. 이러면 다들 뒤도 안돌아보고 의경지원하게?

기사를 쓰기위해 관심있게 전의경 조직에 대해 해부했을 기자마저 기본적인 부분을 잘 모르듯이 의무경찰은 저들의 눈에 '군대도 아닌데, 군대인척 하면서, 자기들끼리 치고 박고 하는' 불쌍한 마이너리티 조직일 뿐이다. 물론, 그걸 잘 알면서 자의로 '지원'해서 복무했고, 복무하는 대원들이 대부분이니 별로 할 말은 없다.

그저 안타까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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