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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회사원, 2014~

그렇게 또 8년이 흘렀다.

by hyperblue 2021. 12. 24.

# 35살 막바지의 나를 박제하다.

6개월 정도만 지나면 회사생활 9년차가 되고, 나중에 다시 회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해인 2021년 또한 곧 마침표를 찍게 된다. 땀에 온 몸이 흠뻑 젖은 채로 사무실에 출근해서 7시 5분에 인포맥스 모니터를 켜고 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눈 깜짝할 사이에 영하의 날씨가 되었다. 누가 뭐래도 난 올해 참 열심히 살았다. 잘 살지는 못했던 것 같지만, 열심히 살았노라고 가슴에 손을 얹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지금의 회사에 입사할 때 변변한 증명사진도 제대로 없이 학교에서 찍은 졸업사진으로 갈음했다. 그리고 그 사진은 입사 후에 치른 모든 자격증 시험 및 회사 그룹웨어에 나를 대표하는 사진으로 쓰였고, 그렇게 거의 8년의 시간이 흘렀다. 사진 속 내 모습이 지금과 너무 다르다며 면박을 준 회사 동료들은 없었지만, 올해가 인생의 전환점과 같은 해이기도 해서 사진을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보니 이 시국에 유료 독서모임의 모임장이 되어서 해당 사이트에 게시될 사진이 필요하기도 했다.

올해 소개팅(절/대/맞/선/아/님)을 진짜 역대급으로 많이 했는데, 따로 일상 사진이 별로 없다보니 주선왕인 형이 "넌 제발 사진 좀 찍어라."라고 종종 핀잔을 주기도 했다. 물론, 그가 언급한 사진이 보정이 잔뜩 들어간 증명사진이 아니란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와 어울리는 투박한 사내놈들끼리는 서로 오글거리는 일상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 그런걸로 우애를 다지기에 우린 너무 늙어버렸기도 했고, 사진 속 늙어버린 우리의 모습이 이제 피차 마음에 들지 않는 시점이 되어버렸다.

애매하게 눈발이 날리는 2021년 크리스마스 이브, 위와 같은 온갖 이유를 다 갖다붙여서 향후 몇년동안 나를 대표할 증명사진을 촬영했다. 스튜디오에서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알아서 보정까지 해서 파일을 줬는데, 조금 과한듯 싶다. 사진을 받아본 나의 모친 독산동 신여사님은 "실물과 똑같은데?"라며 묻지마 고슴도치표 코멘트를 카톡으로 날리셔서 피식했다.

이상하게 연도가 뒤바뀐 느낌

사진만 놓고보면 이상하게 8년만에 회춘을 한 것 같기도 하다. 워낙 2013년에 찍은 사진의 해상도가 형편없기도 하지만.

뜬금없는 증명사진 촬영 소식에 '대놓고 이직을 준비하냐'고 물어보는 회사 동료들이 많았다. 그들도 내가 이 회사를 떠나고 싶을만큼 힘든 한 해를 보냈다는 걸 알아서일까.

큰 마음 먹고 새로 찍은 증명사진 속 나의 옅은 미소처럼 2022년에는 미소 지을 일이 올해보다는 많았으면 좋겠다.

며칠 후에 30대 후반에 진입하는 서른다섯의 12월 24일, 내 모습을 박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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