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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의무경찰, 2008~2010

군대에서 맞는 첫 생일.

by hyperblue 2009. 4. 11.
어김없이 시간은 가고, 이렇게 만22세 생일도 찾아왔다. 그것도 군대에서.

생각보다 덤덤한 기분. 오늘은...서울시내에 집회가 많은 관계로 아침일찍 중대원 전체가 출동을 나갔다. 나는 '중대자체지침(?)'에 의해 생일자근무열외. 아무도 없는 조용한 내무실에서 이렇게 블로깅을 할 수 있다니..신기하기도 하고, 왠지 모를 느낌이 몸 전체를 휘감는다.

심심해서 예전에 써갈긴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한 페이지씩 펼쳐봤다. 나의 화장실(?)이라고 해도 다를 바 없는 그 곳.

2008년 4월 10일 -

스무해가 넘는 세월동안 뭘 위해 살았나
살기위해 살았나, 죽기 싫어 살았나

요지경세상, 메스꺼운 내 속.
아직까지도 이런 날 거둬줄 위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당신을 기다린다.

내 모든 것을 휘감고 날 지배할 당신을 기다린다.

내 눈을 멀게하고, 내 귀를 먹게 할,
영원히 날 당신의 것으로 만들 그 사람을
난 기다린다.

조용히, 어두운 방구석에 홀로 웅크린채
난 기다린다.


2007년 4월 11일 -

생일축하해. 너를 위해 5분간 피똥싸며 연주했다.

Title : Happy Birthday, Leo
           (부제 : 자축song)

기타 1 : 나
기타 2 : 나
기타 3 : 나

캄사합니다.

07년 다이어리에 있던 레코딩파일은 사라져버렸다. 벌써 2년이 흘러버린 시간. 그동안 숱한 일이 있었고, 숱한 고민속에 살았고, 행복하고 잊지못할 기억도 많았다.

아직도 철은 들지 않았다. 그냥 군대라는 곳에서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일 전날 밤에 선 새벽3시~4시 불침번. 아무런 느낌도 없다. 여느 때와 같은 무덤덤한 기분.

이렇게 모든 것에 무뎌져가는걸까. 삶의 의미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게 아닐까.

그래도 난 행복하다. 이따가 뵐 부모님 얼굴을 떠올리면 저절로 웃음이 :)

날 낳아서 지금까지 애지중지 잘 길러주신 우리 부모님, 그외 많은 가족과 친척, 친구들, 군대의 선후임들 모두에게 내가 이렇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내년 생일은 전역일을 카운트다운하며 더 밝은 모습으로 있을 수 있길..^^

Herzlichen Glueckwunsch zum Geburts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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