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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의무경찰, 2008~2010

당신은 이 나라의 군인이어서 행복한가?

by hyperblue 2009. 12. 15.
Q. 당신은 이 나라의 군인이어서 행복한가?

A. 응, 난 행복하다.

입대 전만해도 너무 힘들었고, 훈련소에서 눈물 젖은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속으로 함께 울었고, 자대배치를 받고 처음에 이 곳이 정녕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개처럼 끌려왔다는 생각에 훈련소에서의 첫 하루, 이틀은 쓰라렸다. 한창 놀고, 자기계발(?)에 열중해야 할 이 시간에 왜 난 머리를 빡빡 깎고 처음 보는 남자들과 때론 악을 쓰고, 때론 굴러야하나. 억울했다. 공익간다는 주변 친구들이 부러웠고 배가 아팠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버린 지금, 난 내가 하는 일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내게 '경찰아저씨, 안녕하세요'라고 반갑게 인사하는 꼬마, 광화문과 종로 등지에서 조심스럽게 주변지리를 물어보는 외국인, '수고가 많다'며 따뜻한 오뎅국물이나 마시고 가라며 손짓하시는 포장마차 아저씨가 있어서 난 행복하다.

때론 좌(左)와 우(右)가 만나는 갈등의 대척점에, 정치놀음의 최전방에, 국민치안의 일선에, 난 서있다.
내가 아니었다면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 난 내가 있어야할 곳에 있는 것이다.

군에 입대하고 무수한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아니, 많은 것을 잃었다. 사람을 잃고, 기회를 잃고, 믿음을 잃었다.
하지만 또한 얻었다. 사람을 얻고, 자신감을 얻고, 교훈도 얻었다.

바보같은 푸념도, 자기위안도, 쓸데없는 자존감도 다 거쳐갔다.
난 공부한다, 일한다며 지금 이 시간도 바쁘게 살고있을 사회인과 달리 무념무상의 상태.
해야할 일만 열심히 하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지금, 군인인 내가 참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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