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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의무경찰, 2008~2010

감출 수 없는 실망감, 그리고 허물 수 없는 벽(incl. 의경만세歌)


갑자기 군생활이 늘어났다. 전역일이 늦춰진게 아니라 제대휴가 2박3일이 공중으로 증발했다. 중대무전병에게 주어지는 중대재량 '노고치하 특박'이 사라진 것이다. 서울청의 감찰로 '중대재량 특박을 없애라'는 공문이 떨어져서 없앴다는데, 예정된 제대휴가를 채 일주일도 안남겨두고 맞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할말을 잃었다.

애초부터 없다고 생각하고 근무를 해왔다면 괜찮았겠지만, 예정된 제대휴가가 5일도 남지 않았을 때 갑자기 행정지휘관이 일방통보했다. 미안하다 어쩐다 말 한마디도 없었다.

"이번에 공문 떨어진거 알지? 중대무전병 2박3일 특박도 없어지는 거니깐 그렇게 알아라."
"아...예씁니다."

끝. 뭐 다른걸 기대한 나도 바보지만, 서운했다. 나름 모범적이고 충성적인(?) 자세로 2년간의 군생활에 임했고,  약 100일 전에 중대무전병이란 보직을 내 의사와 상관없이 지휘관에 의해 "네가 해라."라고 선임으로부터 물려받았을 때, 군소리 없이 지금까지 맡은바 임무에 최선을 다 했다. 보통 중대기율&중대무전병은 제대를 2~3개월 남겨둔 말년에 하는게 보통이지만, 난 어쩌다보니 3달이 훌쩍 넘는 100일을 하게 됐다. 하지만, 내가 말년에 받는 취급은 내가 지금까지 봐온, '말썽꾸러기' 막장고참들이 받는 취급보다 더 차갑다. 오히려 말썽부린 고참들은 '또 사고치지 않을까' 뒤에선 욕하면서도 앞에선 살살 달래면서 제대시켜주더니, 말썽도 안피우고 충성을 다한 내겐...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 '어차피 제대하는 놈이 3일 늦게 나간다고 죽냐'라는 식으로 지휘관들은 다들 내게 말한다. 그래, 그 말이 맞다. 이러나 저러나 곧 제대한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그래도..군인, 사병에게 1박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데...매일 집으로 출퇴근하는 직원, 간부들은 알 수 없다.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것 같다. 다들 군대생활 했으면서 정말 섭섭하게 대한다.

어차피 내 의사와 상관없이 '국방의 의무'라는 미명하에 끌려왔으니 난 '무사히 제대시켜주는 것'외에는 더 바랄 것이 없어야하는게 맞지만, 어디 사람이란게 그러한가. 자신들과 상관없으니, '나몰라라'식으로 그저 방관하는 그들에게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낄 뿐이다.

말년에는 낙엽도 조심하라니 어쩌니란 충고랑은 맞지 않게, 오늘도 난 잠시 후 여의도에 집회시위 상황대비 출동을 나간다. 평일인데 무슨 700명씩이나 모여... 그럴 일은 없겠지만, 차라리 근무중에 다쳐서 경찰병원에 입원했다가 집에 가고싶은 생각도 든다.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고참들이, 왕고가 모범이 되어야...'라고 등을 토닥이다가 단물(?)이 빠지면, 쓰임새가 사라지면 차디차게 외면하는 그들. 다른 군대도 다 이러한가? 역시 아무리 좋고, 편하고, 민주적이라고 홍보해봤자 군부대는 군부대일뿐. 제대하면서 그 문을 나설 때, 고개돌린채 모든걸 다 묻고 다시는 제 발로 찾아오고 싶지 않게 만드는 요즘이다.

다시 근무일이 3일 늘었다. 괜시리 울적하다. 근무일이 늘었다는 아쉬움보다는 지휘관들의 나에 대한 대우가 생각과 많이 달라서 섭섭하다.

다들 말하지, '병사의 주적은 간부'라고.
전의경도 똑같다. '대원의 주적은 직원'이다.

제대하면 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잊혀지겠지만, 하루하루 손가락으로 세고있는 초말년의 나에겐 큰 충격이 되어 다가온다. 그놈의 '중대왕고, 전국왕고'소리는 개나주면 좋겠다.

아무리 친해지고 싶어도, 인간적으로 소통하고 싶어도 직원과 대원사이의 허물 수 없는 벽의 한계를 실감하며 오늘도 난 집같은 경찰버스에 몸을 싣고 여의도로-


덧) 재미있는 노래 발견, 이름하야 '의경만세가'. 그래, 아무리 지휘관이 밉고 짜증나도, 의경만세다乃

의경만세가

나이스물 신검받아 꼼짝없이 군대가네.

육군갈까 생각하니 두메산골 막막하네.

친구놈이 꼬드기네 우리편한 의경가자.

옳다거니 지원했네 나는이제 의무경찰.

근데이게 웬말인가 편하기는 뭐가편해.

심심하면 상황출동 아차하면 시위진압.

몸싸움이 시작되네 못막으면 나는가네.

계란맞고 입원할까 짱돌맞고 제대할까.

이런저런 생각하니 부모님이 아른아른.

방패쥔손 고쳐잡고 있는힘껏 밀방하네.

오늘하루 지나갔네 남은날은 며칠인가.

세월가면 제대하지 그때까지 참아보세.

편하다던 의무경찰 알고보니 무적군단.

세계최강 진압기술 자랑스런 우리의경.

우리모두 다시보자 천년만년 의경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