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iscellaneous/수험생, 2010~2012

제대 직후의 마음가짐?

by hyperblue 2010. 5. 29.
어느덧 나도 제대한지 2주일이 훌쩍 넘었다. 머리 좀 짧은거 빼고 '군바리 스멜'난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주위에 딱히 없음. 원래 난 제대 직전에 아래와 같은 것들을 꿈꿨었다.

1. 원없이 게임이나 하자!

▣ 내가 직면한 현실 : 난 일단 게임에 소질이 없고, 입대 전에도 별로 즐기지 아니함. 제대하기 6개월도 훨씬 전 부터 휴대용게임기 PSP를 장만해서 경찰버스 안과 내무실에서 껴안고 살아서인지 게임은 쳐다도보기 싫음.

2. 잠이나 자자!

▣ 내가 직면한 현실 : 부대에 있을 때, 말년에 하도 시간이 안가서 잠을 한번 미친듯이 자보려고 했었는데, 시간가는건 좋았지만 이게 인간인가 짐승인가 싶어 끔찍했다. '이제는 그만 자고 싶다'고 느낄만큼 원없이 자고 나와서 제대하고 또 잠에 쩔어 살고 싶지는 않았음.

3. 여행이나 가자!

▣ 내가 직면한 현실 : 내 군생활은 그냥 '여행' 그 자체였다. 경찰버스를 타고 종로와 광화문, 여의도 등 기타 여러 집회장소를 우리집 앞마당처럼 오갔고, 방범나가서는 강남의 곳곳을 도보순찰하며 누비고 다녔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정부가 군생활을 빙자하여 내게 선물해준 '서울시티투어'가 아니고 무엇인가. 평택과 과천 을 비롯한 서울 이외 지역도 몇번 갔다오고 하니 굳이 '부대에 갇혀 살았으니 세상 밖을 탐험해야지'란 욕구가 생기진 않음.

결국 난 정말 '할게 없어서' 바리바리 책과 노트북을 싸들고 학교 도서관으로의 출퇴근을 계속하고 있다. 전역한 군인들의 원초적인 니즈를 군생활 속에서 모두 충족시켜줬기 때문에 전역했을 때 다른 잡생각을 안하게 해준 대한민국 경찰, 행정안전부에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덕분에 난 겉보기엔 열심히 살고 있다. 아직까지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