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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대학생, 2006~2008

군대가 다가온다. 그리고 여러 생각들.

by hyperblue 2007.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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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개강이 다가오고 있다. 2007년 2학기. 그리고 군대가기 전 나의 마지막 학기. 왼쪽과 같은 모드로 얌전히 학교 도서관에 앉아 공부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쯤되니 뭘해도 연결되는 것은 '군대'라는 말 뿐이다. 뭐 대학 동기들 중에는 이미 옛날옛적에 입영하여 전역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도 소수 있지만...막상 입대를 기다리는 사람의 입장에선 꼭 그렇지만도 않다. 고등학교 친구들도 이번 7월을 기점으로 하나둘씩 훈련소로 떠나기 시작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내 나이 어언 21살. 내년이면 22살이다. 많은 사람들은 22살인데 군대안갔다고 하면 "무슨 일 있어요? 아직도 안가다니...."라고 말을 하지만 실상 내 주위만 놓고 보면 그렇지가 않다. 고등학교 친구들도 그렇고, 대학 동기들도 보편적으로 대학교 2학년 1학기 마치고, 혹은 2학년 2학기 마치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도 뭐 '대세'에 따르는 것일 뿐.

  여튼 남의 일만 같던 '군대'라는 단어가 이렇게 뼈저리게 다가오는 걸 보면 그저 신기할 뿐(?)이다. 가는 세월은 정말 막을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시간은 또 흘러흘러 나도 직장인이 되고 '결혼'을 논하는 나이가 되겠지. 이렇게 '굵직굵직'한 이벤트만 몇 개 나열하여 생각해보면 한 인간의 일생은 참 짧고도 단촐하다. 근데, 많은 사람들이 거치게 되는 저 큰 사건들도 중요하지만 다분히 한 인간 즉,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 중간을 채우는 수많은 소규모 이벤트들이 삶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것 같다.

  약 20년이라는 어찌보면 길고 어찌보면 짧은 시간동안 내가 경험한 큰 이벤트는 그리 많지 않다. 뭐,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까지도 그저 '학생'으로서 살아온 시간이 대부분이었기에 '○○학교 입학, 졸업'과 같은 것이 대부분이다. 후에 입사지원과 같은 사회진출이나 공개적인 프로필에나 쓰일 법한 것들이다.

  지금까지의 내 삶이 남부럽지 않게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지금 생각해보면 다 소소한 기억들이다. 다른 많은 사람들과, 혹은 나 혼자서 뭔가 사소한 것이라도 해낸 것이 기억에 많이 남고, 가끔 웃음짓게 해준다. 정말, 객관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아무 의미 없는' 혹은 '특별한 가치를 생산하지 않는' 것들이지만, 내 기억속엔 강하게 각인된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위와 같은 많은 기억들이 날 행복하게, 행복하다고 믿게 해준다. 갑자기 과거를 돌아볼 때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내가 무슨 위인이라도 되어 훗날 "아, 내가 민족과 국가를 위하여 무엇을 했나?"를 되뇌일 일도 없을 듯하고..그저 나만이라도 웃고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는 추억들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앞으로 예상 입영일까지 남은 약 5개월동안 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에 요즘 내 고민이 집중되어 있다.

  오늘 아침, 상쾌한 일요일 아침....이었어야 하지만 잠도 덜깬 상태에서 부주의하게 거실 전등을 박살을 내버리는 대형사고를 치는 바람에 오랜만에(?) 어머니로부터 고음의 꾸지람을 들었다.

"빨리 군대나 가! 너같은 놈은 해병대에 가야해. 제발 인간 좀 돼라!"

  요즘들어 부쩍이나 사용빈도가 높아진 표현이다. 어머니께서도 은근히 가슴 속에 이 부분(군대)이 많이 걸리시는 것 같다. 하지만 막상 혼날 때는 이런게 머리에 안떠오르는 법. 뭐가 잘났는지 난 홧김에 병무청 사이트에 접속해 내년 3월 육군일반병 모집에 지원해버렸다.(사실, 좀 흥분하긴했어도 가까운 날짜에 클릭할 용기는 쉽게 나지 않았다.)

  저 3월 입영은 말그대로 모든 지원 입대가 실패했을 때 훈련소로 떠나는 마지막 방법으로 박아놓았다. 그 사이에 해양경찰과 공군 등에 더 지원해볼 생각이다.

  얼마 전에 만난 친척형과도 어김없이 군대이야기로 상담을 했다. 육군병장을 만기 전역한 그 형은,

"군대? 별거 없어. 아무 생각말고 그냥 육군 땅개로 들어가서 2년동안 가만히 있다가 나와. 복잡한 생각은 필요없어. 어느 곳이든 군대라는 곳은 밖에서나 통하던 합리적 사고, 상식 같은 건 통하지 않는 곳이거든. 지원해서 가는 공군 같은거 다 필요없고 그냥 육군 짧게 끌려갔다가 나와라."

  이렇게 말했다. 형의 말이 정답 같아 보이기도 하고...그래도 2년 여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보람차게 써보고 싶은 것이 당연한 마음. 다른 사람이 보면 뭣모르고 나불거리는 애송이같은 생각이라고 매도할지라도 끝까지 고민을 더 해보기로 했다.

  두서없이 인생한탄조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노라니 만감이 교차한다. 남은 5개월...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20년 인생의 것과 비교하여 손색 없는 이벤트들이 가득했으면..하는 바람이다.

  1년 전만해도 '신성한 병역의무'라고 하면 킥킥거리던 생각이 난다. 내가 곧 하게되니 그런 웃음은 조금이나마 사라졌다. 참 나란 놈은 간사하다. 그래도 '내가 부모형제, 친구를 지킨다'는 생각을 가지면 조금이나마 군생활이 수월치 않을까...?

  지금 이 시간에도, 내가 느긋하게 컴퓨터로 웹서핑이나 하는 순간에 전방에서 또렷한 눈으로 경계근무를 서고 있을 국군장병 여러분...아니, 형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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