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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대학생, 2006~2008

회계. Accounting. 애증의 대상.

by hyperblue 2007. 9. 22.

회계. 입학할 때는 이 학문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게다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회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여러가지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머리만 지끈지끈 아프지 않을까', '약간은 천(賤)한 학문 아닌가' 등등... 하지만 경영학도에게는 피할 수 없는(미이수 시에 졸업불가) 과목이기에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저번 학기에 회계원리(Ⅰ)을 수강했다.

생전 처음 접해보는 '차변, 대변'. 교수님 왈, "이유는 생각하지마라. 외워라." 처음 베이스를 이해보다는 암기로 깔고 가야하는 부분이 몇몇 있었기에 나의 거부감은 더더욱 증폭되었다. 그 후로 이어지는 내용들 또한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 한 학기 동안 다른 과목과는 달리 그 중요성 때문에 3차에 걸친 시험이 있었는데, 내가 원했던만큼의 좋은 성적을 받진 못했다.

그리고 이번 학기에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회계원리(Ⅱ)를 수강신청했다.

아, 연대에는 회계원리가 회계원리(Ⅰ)과 회계원리(Ⅱ)로 나뉘어져 개설되어 있다. 처음에는 재무회계 파트를 두 학기로 나눠서 배우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회계원리(Ⅰ)은 재무회계에서 자본 파트를 제외한 자산, 부채 부분을 다루고 있고, 회계원리(Ⅱ)는 원가, 관리회계의 기초를 다루고 있다.

저번 학기에는 원래 내가 속한 분반을 맡으신 김지홍 교수님께서 갑자기 금융감독원으로 발령이 나셨다며 사라지시는(?) 바람에 급땜빵으로 오신 다른 선생님이 가르치셨는데...수업도 그닥 만족스럽지 않았고, 그것을 메꾸려고 난 시험기간에 혼자 끙끙거리며 숫자와 난해한 단어들과 씨름해야만 했다.

이번에 신청한 회계원리(Ⅱ)도...'혼자 공부할 각오하고 해야겠다'고 곱씹으며 수업에 임했다.

하지만 이번 수업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너무도 다르다.(일단 지금까지는..) 그 무식하고, '어거지'같아 보이던 회계라는 학문에 조금씩 속으로 감탄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식한 한자어와 공식 암기로만 가득찰 듯한 수업이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수업을 맡으신 분은 최종원 선생님. 까마득한 경영학과 선배이자 동네 형과 같은 구수한 선생님은 첫 시간부터 지금까지 몇 안되는 수업시간 마다 줄곧 강조하시는 것이 있다.

"회계는 합리성에 기초한 논리적 학문이다. 무식하게 애초부터 외우려 들지마라."

그러고는 그 모습을 매 시간 칠판을 통해 우리에게 선보이신다. 다른 교재를 보면 '~이러하다'고 설명되어있는 파트가 '~하니깐, ~하다.'로 정리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회계라는 학문은 그 뿌리가 정말 깊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인류가 상거래를 시작한 먼 옛날 그 시점이 회계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수 많은 세월동안 일선 상인들부터 시작해서 여기에 흥미를 갖고 있던 학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합리성과 논리의 결정판이다.

마치 회계에 대해 박식한 전문가인양 틀릴지도 모르는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지만, 확실한 건 이 무미건조하게만 보였던 과목, 학문에 조금이나마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학기, 조직행동론 등의 경영학과 기초 과목을 들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경영이라는 것이 참...뜬구름 잡는 측면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또한 '경영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여러 기초 학문이 짬뽕되어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적호기심 충족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보였다.

그에 비해 '회계'는 정답이 있는 학문이다. 또한 그 자체가 기초학문(적어도 경영학의)으로서  그 논리적 기반 또한 탄탄하다. 이런 측면은 내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요즘의 느낌이 '회계사'라는 직업을 향한 내 관심을 더욱더 키우고 있다. 지금은 비록 머리에 별로 든 것도 없이 어줍잖게 이러고 있지만, 몇 년후 군 전역을 한 뒤에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며 이 녀석과의 지독하고 처절한 싸움을 해보겠다는 전의를 잠시나마 불태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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