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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대학생, 2006~2008

불가능한 도피.

by hyperblue 2007. 10. 14.

도피하려해도 할 수 없는 현실.

인정할 수 없는 내 미래.
지속할 수 없는 이 관계.

술도 못하면서 술이 자꾸 생각난다.

얼굴 보기 힘들다는 어머니께 죄송. 그리 생산적 활동을 하지도 않으면서 허구언날 귀가시간은 새벽1시 + 알파. 그 밤을 함께 해주며 아무런 progress도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에게도 죄송. 가벼운 만남과 대화는 싫지만 애써 가벼워지려 노력한다. 안그러면 안되니깐. 골치 아파지니깐. 난 아쉬움에 동네 놀이터를 배회하며 쉽사리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불꺼진 집에 들어서서 바라본 안방에는 생업의 피곤에 찌든 아버지께서 곤히 주무시고 계신다. 몽롱한 기분이 싹 사라지며 자책감이 가슴 속을 파고든다. 근래에 글쓰면서 눈물이 흐르는 경험이 부쩍 많아졌다. 원래도 많은 눈물이지만 이젠 지겨워지려한다. 제3자가 아무 말없이 내 옆에서 이 모습을 바라본다면 얼마나 우스울까. 그래 웃어라 씨발놈아. 난 그렇게 너에게 우스운 존재인 내 모습에 너무 익숙하니깐.

행복? 그런게 내게 있긴 있는거냐? 기타와 음악을 말미암아 2년 동안 행복했다고 늘 최면걸었지만 그게 정말 내 행복의 종착역이었던거냐. 마약 아니었을까. 머리아픈 일들을 모두 잊게 해주는 마약 아니었을까. 마약을 한다면 정말 그런 기분일까.

아무도 없는 곳으로, 보고싶은 사람들을 볼 수 없고, 그 사람들도 날 찾을 수 없는 슬픈 나락으로 떨어지고 싶다.

어제 밤부터 더 힘들어졌다.

씨발 말그대로 존나 좆같다. 나란 놈은 구제불능에 병신이다.

오늘 아침엔 정말 오랜만에 꿈을 꾸고 일어났다. 훈련소에 갔더니 1주일 만에 집에 가라고 보내줘서 집에 와서 침대 맡에서 친구들에게 그 기쁜 소식을 마구마구 전화와 문자로 전하고 있었다.

너무 또렷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다. 이런 꿈을 꾸며 히죽히죽 웃던 내가 병신같고,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쪽팔려서 한 30분을 어머니의 기상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 자는 척 했다.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 거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5개월 여의 시간. 하고픈 말도 못하고,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마냥 죄인인냥 병신처럼 사형선고를 기다리는 내 모습에 울화통이 터진다.

난 그냥 병신이다. 당신들 모두가 알듯이 그냥 병신이다. 이 나라를 분단치하에 몰아넣은 모든 개썅년놈들을 저주한다. 씹새끼들아. 너희들의 같잖은 이념과 욕심 때문에 목숨을 잃고, 꽃다워야할 젊음과 혈기를 몇 년동안 잃어가는 셀 수도 없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사람들을 기억해라. 낫으로 목을 따도 시원찮을 새끼들. 지하 저 깊은 곳, 영원한 고통에서 헤어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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