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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의무경찰, 2008~2010

나의 기도

그렇게 이 길을 걸어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그리고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돌이켜보면 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수식되는 단편적인 기억들뿐. 목줄 잡힌 개처럼 사는 시간이 종착역을 향해,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주체적인 인간'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다시 세상속으로 던져지겠지. 목줄은 풀렸지만, 다시 '경쟁사회'라는 우리 속에 같인 개가 되어.

잠을 수단삼아 꿈속으로 도피하려고 하지만, 그것마저도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꿈은 언제나 꿈일 뿐. 눈을 뜨는 순간 난 다시 현실이라는 거대한 세계와 마주한다. 참 기쁘지만, 이 순간들을 손꼽아 기다려왔지만, 참 기쁘지 않다. 행복하지만, 행복하지 않다. 즐겁지만, 즐겁지 아니하다. 매번 반복되는 역설적인 감정, 순간들.

난 변했다. 그리고 변하지 않았다. 외부의 자극에 무감각해졌다. 하지만 가끔씩 뇌리를 스쳐가는 순간의 기억들에 툭하면 터져버릴듯이, 부서져버릴듯이 민감해졌다. 정복당하면 안되는데, 가끔씩 자리를 내주고 있다.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하는데 그 힘이 너무 강해서 쉽사리 떨쳐낼 수가 없다.

후회한다. 또한, 후회하지 않는다. 그렇게 다시 시작되겠지. 난 다시 무거운 책가방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심한 지하철 2호선에 매일 몸을 싣겠지. 쳇바퀴를 도는 햄스터 마냥 살아갈 전역 후의 삶에 대해 난 가끔 주님께 기도한다. 늘 그랬듯이 내 귀를 간지럽혀주는 좋은 음악들과 함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가끔 그 삶의 피로를, 우울함을, 기쁨을 공유할 수 있는, 서로의 등을 토닥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에 무조건적인 진리, 진실은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공리(公理) 또한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일 뿐이지, 이 우주의 절대적인 진리(眞理)는 아니다.

내가 가는 길이 진리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진실이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행복하길,
조용히 나의 신께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