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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수험생, 2010~2012

내 인생의 목표, 그리고 꿈

by hyperblue 2010. 5. 13.

누군가가 갑자기 내게 와서, "네 꿈은 뭐니?"라고 물었을 때 바로 일목요연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나 또한 그럴 수 없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과연 내 꿈은 뭘까?

어릴 때는 대통령이니 군인이니 경찰이니 허구언날 바뀌면서도 바로바로 얘기했는데, 이제는 20대 중반의 문턱에 와서 정말 현실적인 꿈을 찾아나설 때가 왔다. 입대 전에는 '일단 남자가 군대는 갔다와서...'란 생각으로 잠시 미뤄뒀는데, 막상 제대를 하고 나니 더이상 자기자신에게 변명할 거리가 없다.

한창 적성이니 뭐니 하면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교 때, 진지하게 꿈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있다. 결국 그 때 잠정적으로 결론내린 것이 '국제변호사'였다. 글쎄...단순히 그 직업이 어감상 있어보여서였을까? 난 그렇게 대학전공을 법학과로 정해놓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다가 고2가 됐는데 갑자기 경영, 상경계열이 또 뭔가 있어보였다. 돈을 벌려면 그 곳으로 진학해야 하는 것 같았다. 그냥 그랬다. 있어보였기 때문에,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희망전공을 경영학과로 바꾸었고, 운이 잘 따라줘서 원하던 대학, 원하는 과에 성공적으로 입학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난 허우적거리고 있다. 결국 졸업한 선배들은 이곳저곳에 취직을 한다. 그들의 꿈이 절대 '회사원'은 아니었을텐데 말이다.(물론, 선배들이 다 단순한 회사원이 된다는 말은 아니다) 난 지금 제대한 바로 다음날에 학교도서관에 와서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고 있다. 회계사가 되고 싶다는 꿈. 내가 뼛속부터 원해서가 아닌 나의 필요와 주위의 필요에 의해 선택된 꿈. 솔직히, 대학에 입학할 때 까지도 난 회계사가 무슨 직업인지 몰랐다. 근데 좀 머리가 굵어지니 선배들은 다 회계사 시험 준비에 인생을 올인하고 있더라. 나도 어느덧 그 대열에 자연스레 합류했다.

이 어려운 시험을 추후에 합격할지 여부도 미지수. 다들 행정고시, 사법고시, CPA시험에 달려드는 사람만 가득하다. 현실이 이 세상의 대한민국 젊은이들을 모두 이렇게 만들었다.

사실 나에겐 정말 '꿈'이 있다. 음악이다. 음악, 바로 그 자체가 나의 꿈이다. 내게 대단한 음악적 재능이,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내게 세상에서 가장 친근한 것이 바로 음악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부터 팝음악, 댄스음악, 락음악을 고루 접하며 대학입학 후에도 의기투합한 친구들과 밴드를 구성해 공연과 합주를 하러 다니면서 희열을 느꼈다. '있어보여서'가 아니었다. 정말 좋았다. 사랑했다.

'아, 이것이 정녕 나의 길인가'싶었다. 학교에 갈 때는 일렉기타와 무거운 이펙터, 조그마한 연습장과 볼펜 한자루만 챙겨서 집을 나섰다. 오죽하면 학교갈 때 마다 어머니께서는, "너 대체 학교가는거 맞니?"라고 물으실 정도였다. 사실 학교에 가서도 수업에 잘 안들어갔다. 교수님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출석체크만 한 후 유유히 강의실을 걸어나와 햇살좋은 풀밭에 앉아 기타를 치며 합주와 공연을 준비하던게 일상이었다.

2학년 2학기 때, 남들은 전공공부에 여념이 없던 그 때, 난 진지하게 학교를 휴학하고 홍대클럽을 전전하며 음악을 해볼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때 내겐 군입대라는 벽이 있었고, 힘들게 명문대를 보낸 부모님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싶지 않아 수차례 고민 후 포기했다. 난 서태지처럼 음악 하나로 성공할 자신이 없었고,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변변치 않은 벌이를 하며 자신들의 음악을 하는 인디밴드처럼 살기는 싫었다.

결국 이쯤 되어서야 내 목표는 확실해졌다. "현실적인 직업을 갖고, 돈을 벌자. 그리고 여유가 생겼을 때 상업성에 구애받지 않고 남들이 쓰레기라고 하든 뭐라 하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자." 바로 이것이다.

난 트랜스테크노와 같은 일렉트로니카쪽도 좋아한다. 입대 전에 잠시 디제잉을 배울까도 싶었는데, 밴드활동에 골몰하느라 희망사항에 그쳤더랬다. 어쨌든, 괜찮은 직업을 갖고 음악적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음악 자체를 즐기자는게 내 인생의 목표다.

인류애적인, 보편적인 가치는 꿈을 통해 추구할 생각이 아직 없다. 그러기엔 내 그릇이 안되는 것 같다. 난 그저 마음놓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아직은 어색한 두꺼운 책들과 씨름하며 시간을 보낸다.

'능력있는 딴따라'가 되기 위해 나의 소중한 오늘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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