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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수험생, 2010~2012

영광스러운 전역, 그리고 새로운 출발!


아침 8시, 단잠에서 깨어나 잘 먹지도 않던 아침짬밥을 먹으러 취사반으로 내려갔다. 평소와는 다르게 꿀맛이었다. '마지막 짬밥 맛있게 드십쇼!'라고 웃으며 말을 거는 취사반 후임이 고마워서 식판을 깨끗이 비웠다.

단화를 질질 끌며 내무실로 다시 올라가서 이제 더이상은 입을 일이 없을 경찰근무복을 마지막으로 차려입었다. 여섯명의 부대동기가 함께 모여 경비계로 향했다.

제대휴가 나오는 날까지 두발상태가 불량하다며 휴가증을 안주고 애먹였던 전경관리반장님도 오늘은 말없이 수고했다며 전역증과 자그마한 전역 선물을 하나씩 손에 쥐어주셨다. 그렇게 싫어했던 경비과장님께서도 밖에 가서도 하는 일 모두 다 잘 되고 건강하길 빈다며 한 명씩 악수로 전역을 축하, 격려해주셨다.

눈물의 전역증 :)


아, 난 왜 눈물이 이리 많은걸까.
밖으로 흘러내리진 않았지만, 그렇게 전역증을 손에 쥐며 자세히 보자마자 마음 속에선 갑자기 울컥했다. 저 조그마한 증서 하나를 얻기 위해 지난 2년간 내가 겪은 여러 고통과 눈물의 시간, 기쁨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2년 전 이맘 때, 내 마음은 혼돈 그 자체였다. 광우병 미국 소고기 수입반대 시위로 서울시내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고, 의경들은 근근히 시위대와 대치하며 중간에서 온갖 생고생을 다 하고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이런 시국에 서울에서 의경생활을 하겠다며 자원입대하려는 나를 불효자라고 하셨고, 결국 내 고집을 꺾진 못한채 논산육군훈련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손을 꼭 잡고 말없이 눈물만 흘리셨을 뿐이셨다. 그 때를 생각하면 너무 큰 불효를 행했다고 밖에 생각이 안든다. 지금도 참 죄송스럽지만, 어쨌든 난 이렇게 다치지 않고 몸 건강히 세상 밖으로 다시 나왔다.

자대배치 1주일 전에 의경기본훈련을 받는 서울지방경찰청 신병교육대에서는 우리를 훈련하는데 전념해야 할 조교들마저 시위진압에 동원되어야 한다며 저녁 때 간간히 서울시내 어딘가로 달려나가곤 했다. 그렇게 두려움에 떨며 자대배치를 받았는데, 하늘이 도왔던 것인지 2008년 8월 초인 그 때는 시위가 한풀 꺾여 진정국면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렇게 난 서울중대에서의 의경생활을 시작했다. 관내 방범근무를 나가서 의경 예비역이라는 아버지뻘 아저씨들한테 용돈도 몇번 받아봤고, 아들이 전경이라는 아주머니께서 먹을 것을 사주기도 하셨다. 크고 작은 시위현장에 서면 난 언제나 '전경 개새끼'였지만, 적어도 방범근무, 교통근무를 할 때는 민생치안에 일조하는 자랑스러운 군인이고 의경이였다.

2009년이 밝자 내 군생활의 1/2가량을 채운 빅이벤트가 찾아왔나니- 이름하야 '용산참사'. 추운겨울에는 집회가 뜸해서 입을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두꺼운 완전진압복을 껴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광화문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제2의 촛불집회'서막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거기까진 가지 않았고, 보통 용산 안에서 힘든 근무로 근 1년이 좀 안되는 시간동안 나를 많이 힘들게 했다.

항상 웃으면서 살려고 노력했다.

용산참사의 여파로 실컷 고생하던 와중에 있던 촛불집회 1주년 기념 대규모 집회, 김대중 前 대통령, 노무현 前 대통령의 서거 등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남을 빅이벤트의 한가운데에도 나는 있었다. 방패를 들고 광화문 곳곳을 날아다니며 노무현 前 대통령님의 운구행렬을 바로 뒤에 등지고 있기도 했다. 정말 만감이 교차하던 순간, 앞에 있던 시민은 내게 욕을 하기도 했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게 묵묵히 내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서서 명령받은대로 로보트 마냥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연예인 구경도 실컷했다. 소녀시대, 카라 등 굳이 찾아가서 보지 않으면 보지 못할 아이돌 연예인들을 경호, 혼잡경비 한답시고 바로 옆에서 실컷 봤고, 강남에 위치한 우리 경찰서의 특성 때문에 관내에서 심야음주단속을 하며 TV에서나 보던 연예인들의 음주측정을 하다가 속으로 신기해하던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365일 늘 있는 자잘자잘한 소규모 집회에서 가지지 못한 자의 한맺힌 절규를 들었고, 가진 자의 횡포도 보았다. 난 군생활을 하며 사회적 강자와 약자 사이의 싸움을 그들의 전쟁터에서 직접 경험했다. 보통 나는 가진 자의 편에서 약자들을 막아냈지만, 이런 경험은 내가 의경이 아니었다면 절대 얻을 수 없는 정말 소중한 경험이 아닐까.

고참들의 갈굼 속에서 '확 뛰어내릴까' 싶었던 적도 많았고, 내가 겪은 설움을 겪지 않게 하려고 후임들을 혼내다가도 친동생처럼 토닥여주던 것도 여러 번이었다. 난 나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

제대휴가 복귀일 밤, 소대원 모두가 둥글게 둘러앉아 다음 날 제대하는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 명씩 했다. 눈물을 참으려고 했지만 조금씩 새어나오는 그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내게 '그동안 봐왔던 고참 중에 최고'였다며, '조금만 함께 더 하자'며 울먹이는 몇몇 후임들을, 이젠 동생인 그들을 보는데 아쉬움과 미안함, 고마움의 감정을 도저히 숨길 수 없었다.

어쨌든, 난 길고긴 2년의 터널을 뚫고 세상으로 나왔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더 이상 안에서 잘 일이 없는 정든 경찰서와도 안녕- 365일 24시간 경찰서 정문을 열심히 지키는 타격대 아저씨와도 가벼운 목례를 하며 안녕-

새로 태어났다. 햇살도 나의 새출발을 축하해주는듯 그 어느 때 보다 따사로웠다. 전역증과 예비군훈련 때 신을 워커를 들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를 와락 안았다.

이 날 이 때 까지 날 보살펴준 우리 중대의 많은 지휘관분들과 나보다 앞서 제대한 많은 고참들, 나를 옆에서 보필해준 사랑하는 후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너무나 고마웠다는 말을 다시한번 전하고 싶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자 누구나 그렇듯이 난 국방의 의무를 하라는 국가의 부름에 응답했고, 이런저런 이유에서 의무경찰을 지원해 자원입대했다. 후회한 적도 많았지만, 난 내게 맡겨진 임무를 그 누구보다 성실히 수행하려고 노력했다. 나를 지금까지 국가라는 울타리 안에서 잘 보살펴준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이 나라를 보다 더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오늘도 어김없이 집회 때문에 우리부대는 출동을 나갔다. 이상하게 밖에 나오니 주위에 지나다니는 경찰버스만 보면 계속 중대명을 보게 되고 애틋한 마음에 괜한 관심을 갖게 된다. 다들 다치지 않고 나처럼 무사히 전역하길 바란다.

의무경찰은 대한민국의 내부를 수호하는 이 나라의, 경찰의 방패같은 조직이다. 개인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여러가지 문제점으로 볼 때 차츰 없어져야 할 조직이라고 생각하지만, '의무경찰'이라는 이름이 역사속에서 그 자취를 완전히 감추는 그 날까지 난 뒤에서 수 많은 의경전역자들과 함께 묵묵히 그들을 응원할 것이다.

오늘 같은 시간에 각자의 부대에서 전역신고와 함께 전역증을 들고 고향으로 향했을 의무전투경찰순경 909기(행정 950기) 동기들아, 정말 수고 많았다. 다들 성공해서 훗날 사회에서 만나자!

옆집아저씨가 된 소대장님, 그리고 나의 전우, 동기들과.

  • 굿 2010.05.12 16:20

    우와 전역 축하드립니다ㅋㅋ
    저는 20살인데 신검신청이랑
    의경, 카투사 등 알아보다 이 블로그에 들어오게 되었네요
    정말 쉴새없이 의경에 대해 글 읽다가 보니까 마침
    오늘이 전역날이셨네요

    여기 블로그에는 정말 얻어갈게 많은 것 같아요 ㅋㅋ
    앞으로 자주 방문하겠습니다~

    • BlogIcon hyperblue 2010.05.12 16:25 신고

      이젠 전역하니 그쪽과 관련해선 업데이트가 뜸하죠? 아마도 거의 없을듯 해요~ 그래도 얻어갈꺼 많다고 하니 다행이란 생각이..ㅋㅋㅋ

      이거저거 잘 알아보고 선택해서 멋진 대한민국의 군인이 되시길!^^

  • 앗싸리37중대 2010.05.12 19:05

    전역 축하드립니다.오늘 하셨네요..음..제 친구녀석도 두달전쯤에 영등포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이었는데 전역했습니다.ㅋ_ㅋ.역시 전역은 좋아요~..같은 1987년생이라서 그런지 정겹네요~^(하지만 저는 빠른87이라서 86이랑 동년배로 초,중,고,대학교-군대를 일찍가는 바람에..올 2010년 06월 15일 2010-남아공월드컵기간에 예비군동원훈련/ 2박3일 잡혀있네요..ㅠ_ㅠ줸장..뭐..어쩔수없죠...
    연세대학교학생이신가봐요?
    저는..연세대학교는 아니지만 한국사이버대학교라고.^^;;거기 지원할려고하거든요..^^
    그럼 공부열심히하시고..@-@

    • BlogIcon hyperblue 2010.05.12 21:48 신고

      두달 전쯤 전역한 친구라면..907,908기쯤 되려나요~ 올해 예비군 가시는걸보니 작년에 전역하셨군요! 전 내년이라서 신경안쓰고 올해를 즐기렵니다~

      37중대면 주상용 청장님 시절에 정뷁삼 격대로 불려다니던 중대가 아닌가요? 아마 우리 같이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서 연합훈련 했을 거에요~ 지금은 우리중대가 2기동단 소속이지만, 작년에는 3기동단 소속 방순대였거든요ㅎ

      어쨌든, 고맙고 반갑습니다^-^

  • 축하드려요~ 2010.05.13 01:42

    먼저 전역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저는 이제 7월15일에 입대하는 예비의경입니다. 두달 밖에 안남았네요ㅋㅋㅋ 우연찮게 이 블로그에 들어와서 정말 앞으로 할 의경생활에 대하여 배운것과 얻은게 참 많아요! 아무래도 서울사람이라 저도 서울에서 군생활을하겠죠... 걱정반 기대반이네요ㅋㅋ
    전역 축하드리고 앞으로 하시는 일 다 잘되시길 바래요~

    • BlogIcon hyperblue 2010.05.13 07:31 신고

      감사합니다~ 이왕 군생활 하는거 서울에서 하는게 여러모로 남는 것도 많고 좋을 겁니다. 선택에 후회가 없길 바랄게요. 입대할 때 까지 하고싶은 거 다 하고 당당하게 입대하세요!

  • 제이크박사 2010.05.18 12:50

    의경은 전역할때 사복입고 전역하나요?

    • BlogIcon hyperblue 2010.05.18 14:17 신고

      부대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에는 대부분 사복을 입고 나옵니다.

      외박, 휴가, 외출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동복이나 근무복을 착용하지 않습니다. 단순한 군복이 아니라 경찰제복이기 때문에 뜻하지 않게 주변의 사건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고, 한창 시위가 심한 시즌에는 시위대 쪽의 사람들에게 불의의 습격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창 시위가 격하던 옛날에는 정말 기동복을 착용하고 있다가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가끔 있어서 지금은 근무가 아닌 영외활동을 할 때는 경찰제복의 착용을 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에는 이런 기준이 느슨한 편입니다.

  • 의경맘 2010.06.10 19:44

    궁굼하여 여쭙니다
    배치되는 경찰서가 어디어디인지 알수 있을런지요
    참고로 우리애는 성남에 거주하는데 이번에 의경입대하여 자대배치를 앞두고 있음니다
    각경찰서 마다 의경의 배치가 되는것인지 아님 의경이 배치되는곳이 어디어디인지좀 부탁드림니다

    • BlogIcon hyperblue 2010.06.10 23:53 신고

      서울의 경우에는 총 31개 경찰서가 있고, 그 경찰서가 모두 1급서에 해당되어 '방범순찰대'라는 부대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경기도의 경우에는 잘 모르겠지만, 구타 등에 의한 부대해체로 1급서라고 해도 방순대가 없는 곳이 많습니다. 방순대가 아니더라도 운전, 행정 등으로 소수가 각 경찰서에 배치될 수는 있습니다.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것은 여기까지 입니다. 자세한 의경자대배치과정 등이 궁금하시면 저의 다른 글(http://www.hyperblue.net/178)을 참고하세요.

  • 2012.10.09 21:54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hyperblue 2012.10.10 00:26 신고

      기동복 정도는 갖고 나와도 됩니다. 원래는 경찰피복류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갖고 나오지 못하는 것이 맞지만, 기동복은 육군의 전투복처럼 일반적인 전의경들의 땀과 눈물, 애환이 묻어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기념으로 갖고 나오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저 역시도 갖고 있고요.

      하지만 근무복은..좀 위험합니다. 기동복은 시위진압이나 기타 경비경찰 업무시에만 입는 것이 보통이지만, 근무복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경찰관들이 대부분의 치안업무 시에 착용하는 옷이기 때문에 경찰신분이 아닌 이가 외부로 반출하는 것은 엄격히 금해야 합니다. 이유는 말 안해도 잘 아시겠죠? 부대마다 다르긴 하지만, 오죽하면 전의경들의 외출이나 기타 영외활동시에도 되도록 착용을 금하고 있겠습니까.

      직업경찰 중에 근무복 입고 출퇴근 하는 사람 본적 있나요? 절대 근무중 외에는 입지 않으며, 입길 꺼립니다. 근무복은 말그대로 '근무할 때 착용하는 옷'이며 경찰의 공권력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 대부분의 경찰관들은 그 점을 부담스러워해서 근무시간 외에는 절대 근무복을 착용하지 않습니다. 생각처럼 그렇게 '가오'도 살지 않을 뿐더러, 원치 않게 갖가지 사건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기념'이라는 명목으로 근무복을 외부로 반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합니다. 참고로 저도 그렇고, 제 수 많은 고참들도 그렇고 아무도 전역시에 근무복은 들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생각도 하지 않고요.

      뭐...근무복에 대한 로망은 아직 입대 전인 미필이기에 있는 것 같은데, 전역할 때 되면 철들 것이라라 믿습니다.

  • 2012.10.10 12:38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hyperblue 2012.10.10 17:24 신고

      눈치껏이 아니라 그냥 갖고나옵니다-_-; 질문이 참..... 지금 한 질문들은 마치 수능을 앞둔 고3이 대학교 졸업식 때 뭐 준비해야하는지 물어보는 것과 같아요.

      궁금한 건 이해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그냥 열심히 놀다가 입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