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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대학생, 2006~2008

아름다운 캠퍼스에서의 추억.

by hyperblue 2007.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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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02 짜장면 먹던 그 날.

옷이 없어서 항상 반팔에 학교 잠바 혹은 아무 잠바나 걸치고 다니는 내게 황금같은 때가 찾아왔다.
하늘 색깔도 부쩍 이뻐지고, 날씨도 뭔가 따뜻한게, 작년 이맘 때를 떠올리게 한다.

새내기의 설레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미팅자리 들쑤시고, 날 좀 더 풀리면 수업 끝나고 중앙도서관 앞 풀밭에 돗자리 깔고 앉아 짜장면을 시켜 먹으며 동기들과 이런 저런 얕고도 깊은(?) 이야기들을 나눈게 엊그제인 것 같은데 어느 덧 1년이 되어가는구나.

이제는 요즘에 조금이나마 친해진 많은 후배들이 그 로망을 즐겨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작년에 항상 선배들이 그랬다. "이놈들아 낮술과 이런저런 무모한 짓은 지금 아니면 못한다. 해라! 2학년만 되어도 그런거 못해."

그 말 안들었어도 난 잘 했을 것 같지만, 여튼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그 주장에 혹해서 정말 지금 생각하면 웃음 밖에 안나오는 여러 이벤트를 벌였다.

생일 날 중도 앞 풀밭에서 고량주+소주 한 컵 원샷하고 정치학 시간에 알콜 내음 힘겹게 내뿜으며 잠 퍼자기, 짜장면 먹고 인생이 무엇인가 논하다가 다음 수업 자체 휴강하기, 날씨가 너무 좋다며 즉흥적으로 소주랑 새우깡 사들고 와서 퍼먹고 다음 수업시간에 뻗어서 자기.

지금 생각하니 참 그렇다(?). 근데 확실한 것은 이런 짓은 앞으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 학년 하나 진급된 것 뿐인데, 학부대학에서 경영대학으로 소속도 변경되어 있고 나름 sophomore라는 감투 아닌 감투가 씌워졌다. 4개나 되는 전공과목과 싸워야 하는 2학년 1학기에 낮술과 자체휴강은 큰 결심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

20살. 무엇을 해도 용서된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20살. 단지 한 살 더 먹었는데 88년생 후배들의 나이가 탐나는 것은 괜한 욕심일까.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하루 빨리 꽃샘추위도 가고 따뜻해져서 꽃잎이 백양로의 가로수 사이로 눈처럼 흩날리는 봄이 왔으면 한다.

넓고 아름다운 연세의 교정에서 파릇파릇한 후배들이 1년 동안 많은 추억을 쌓고, 내년에, 더 먼 훗날에 웃음지으며 반추할 수 있길 소망한다.

내게 조언을 해주던 많은 선배들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러 거의 다 떠나버렸다.
내년 이 맘 때면 나도 그들의 뒤를 따라 떠난다.

군바리가 되기 전에, 복학생이 되기 전에, 평생 잊지 못할 많은 것들을 남기는 2007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캠퍼스는 여기에 다 쓰지 못할, 많은 사람과의, 수 많은 추억들을 선물해주었다.
왜 많은 교수님들이 수업시간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대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시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하루였다.



아,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는 날 들의 연속.
그래도 혼자 생각하고 글을 쓰는 이 시간이 하루 중에 가장 행복한 때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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