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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 의무경찰/의경 블루스

9. 그 많던 '닭장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by hyperblue 2010. 3. 5.


[의경블루스 - 9] 그 많던 '닭장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서울광장 옆.

서울시내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경찰버스. 사람들은 '전경버스', '닭장차' 등으로 많이 부른다. 하지만 요즘에는 '닭장차'를 찾기 힘들 것이다. 아니, '닭장차'는 더 이상 없다. 대신 왼쪽과 같이 새것으로 보이는 깔끔한 버스들이 많이 보일 것이다.

이렇기 때문인지 몇몇 사람들이 착각하는게, '경찰청에서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닭장차를 죄다 새것으로 바꾸었다'라는 루머이다. 뭐, 관심도 별로 없고, 생각 없는 사람들이나 이런 생각을 하겠지만, 이렇게 버스들이 하나하나씩 교체되던 과도기에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더랬다. 또, 약간의 '두근거림'도 있었다.

'우리 부대 버스도 곧 바뀌는 건가?!'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아니, 역시나 그랬다. 일단, 저 깔끔한 버스들은 거의 다 '도색된' 차량이다. 물론, 새것으로 교체된 버스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이 도색된 것이었다. 아래에 볼 수 있듯이 경찰청의 계획에 따라 전국 모든 경력수송버스의 도색이 이루어졌다. 내가 짬밥이 안됐기 때문일까..한창 광화문과 종로로 출동을 나가던 시절 꿈꿨던 '신형 버스의 꿈'은 그렇게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촛불시위 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봐오던 오른쪽과 같은 닭장차들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내가 부대에 전입한 2008년 8월 초에는 모든 버스들이 다 이러한 형태였다. 우리 부대의 버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도 그 닭장차 안에서 바깥세상을, 두꺼운 철망이 달린 창을 통해 힐끗힐끗 봐야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촛불시위가 사실상 종료되면서 우리 부대 버스도 철망을 벗었다. 어찌나 무겁던지, 운전대원이던 고참의 명령에 따라 그 쇳덩이를 떼어서 나르던게 아직도 기억난다. 더 열받는 사실은, 그런 상태로 있다가 또 큰 시위가 있으면 철망을 옮겨와서 다시 부착했다는 것. 정말 말그대로 짜증났다. 그러던 때에 갑자기 방송뉴스와 신문 등에 경찰버스와 관련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 동아일보기사 링크 : 경찰버스, 철망 대신 쇠파이프 견디는 ´PC창문´ 교체

두꺼운 철망이 없어졌다.


간단하게 말하면 '닭장차라는 오명 탈피 및 대민이미지 제고'를 위해 기존의 철망을 제거하고 위와 같은 특수 창문으로 교체한 것이다. 근데, 난 아직까지도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 있다. '왜 모든 부대의 버스에 적용하지 않았나'하는 점이다. 이런 창문교체는 시위진압전담인 기동대와 전투경찰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내가 속한 방범순찰대는 아직도 그냥 일반버스와 같은 유리창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어찌보면 일의 순서를 따졌을 때 당연한 일이다. 방범순찰대 보다는 기동대와 전경대가 집회관리 및 시위진압에 동원되는 빈도나 정도가 높기 때문에 우선적인 교체가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일부 부대의 경우, 1년이 훨씬 넘은 지금도 그대로라는 것이다. 철망을 제거한 뒤 아직도 '강화창문'으로 교체되지 않았다. 그냥 일반버스와 같은 유리창에 외부에서 내부를 볼 수 없도록 선팅만 되어 있는 상태이다. 우리부대 버스의 모습은 아래와 같다.

평택쌍용차공장 지원 때, 우리부대 버스.


현재 서울시내의 방범순찰대 중에는 위와 같은 상태로 운행되는 버스가 많다. 강화창문으로 교체된 버스가 있어도 부대의 버스 3대중에 일부만 그러한 경우가 많다.(c.f. 일반적인 의경중대는 출동시에 3개 소대로 운용되며, 각 소대가 1대의 버스에 나눠 탑승한다.)

난 굉장히 황당했다. 내가 지금도 타는 이 버스는 돌이나 기타 시위용품, 화염병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어떠한 자기방어기제도 갖추지 않았다. 물론, 요즘의 시위양상을 볼 때, 화염병이나 기타 극렬시위용품이 쉽게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나? 정말 최악의 경우, 철야근무를 위해 정차되어 있는 경찰버스에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고 창문 안쪽으로 인화성 물질을 투척하면 부대원 모두가 다 죽을 수 있다.

특히 2009년 여름, 용산참사의 후폭풍으로 참사현장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근무를 하며 밤을 지새울 때 나는 이런 위협을 많이 느꼈다. 여름에는 너무나 덥기 때문에 버스의 창문을 조금씩 열어놓고 철야하는 경우가 많다. 에어컨이 있지만, 주민들의 민원문제가 있기 때문에 항상 틀어놓고 있을 수가 없다. 고로, 어쩔 수 없이 창문을 조금이나마 열어야 한다. 모든 소대원이 다 자고, 나 혼자 버스에 깨어있을 때, 버스 옆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면 나도 모르게 긴장을 했었다. 차라리 철망이 있는 기존의 '닭장차'였다면, 이런 안전문제에 대한 걱정은 좀 덜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경찰의 이미지 제고'라는 명목 하에 전의경들의 생명을 위험으로 내몰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시민들의 경찰에 대한 악감정이 충분히 고조되어 있었으므로, 더더욱 그랬다. 윗분들이 이 글을 볼리는 없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 버스를 타고 군생활을 오랫동안 해나가야할 내 후임들을 위해서라도 제발 미교체된 버스들에 대해서도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일반시민들에게 버스는 단순한 운송수단이겠지만, 우리 전의경들에게는 이 버스는 '또 하나의 집'이다. 출동 시에 부대의 이동을 비롯한 숙식 등이 모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로와 광화문 등지에서 철제 식판을 들고 있거나 도시락을 집단배식중인 전의경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이 식사는 모두 버스 안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기본적인 휴식도 마찬가지이다. 창문이나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잠깐 잠을 자면서 근무의 피로를 푸는 것도 모두 이 버스 안이다. 철야를 하면서 잠을 자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시위시즌에는 부대보다 이 버스 안에서 더 오래있게 된다.

평택쌍용차공장 지원 때, 우리소대 버스 안.


우리소대 '닭장차'의 내부.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버스에는 하이바와 방패, 진압봉, 방독면을 비롯한 부대의 모든 진압용품이 있고, 우리의 땀냄새와 숨결이 배어있다. 예전에는 가혹행위도 이 버스 안에서 많이 이루어졌다. 아무래도..이 폐쇄적인 공간에 20명 남짓한 남자들끼리 부대끼다보면..여러가지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아, 또 이 경찰버스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 바로 '차벽'기능이다. 말그대로 '차로 만든 벽'이다. 수많은 시위대를 수적으로 열세인 전의경진압부대가 몸으로 다 막아낼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술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바로 이 버스이다. 말 그대로 '벽'이 되어 시위대의 진로를 차단하는데 유용한 기능을 한다. 이런 차벽기능 때문에 경찰버스에 구조적으로 특별히 존재하는 것이 바로 '비상문'이다. 이 비상문은 버스 가장 뒷좌석 왼편에 일반 승용차처럼 여닫을 수 있게 되어 있다. 평소에는 전혀 쓰지 않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차벽으로 쓰이던 버스가 고립되어 앞과 중간에 위치한 일반적인 출입문이 봉쇄된 경우 비상탈출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아래와 같은 '故노무현前대통령 추모'때의 차벽은 촛불시위나 여타 큰 시위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그 촘촘함과 정교함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하는 이 버스를 대부분의 시민들은 애물단지로 취급하며 온갖 민원을 제기한다. '시위가 없는 때에도 종로와 광화문에 늘상있는 전경버스들이 교통불편을 야기하며 흉물스럽다.'라는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종로와 광화문에는 미대사관과 청와대길목 등 경찰이 365일 24시간 단 한시도 그 자리를 비우면 안되는 곳이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이 곳에는 언제나 전의경이 있다. 버스는 이런 많은 부대들의 운송수단이자 유일한 휴식처인데, 그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책없이 무조건 '까기'만 하는 시민들을 보면 좀 많이 야속하다. 당연히 매연과 같이 부정적인 요소가 많지만,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으니 조금만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주면 안되나 싶다. 아직까지는 전의경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서인지 이 버스 밖을 나서면 난 항상 긴장하게 된다. 나는 분명히 자랑스러운 군복무를 하는 것인데, 시민들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현실이 괜시리 서글플 때도 많다.

어쨌든, 경찰버스는 나에게 있어 악몽이요, 추억이요, 내 군생활의 모든 것이다. 이 버스 없이는 의경생활을 논할 수도 없다. 부디 앞으로는 아래와 같은 경찰버스들이 더 이상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촛불시위의 희생양.



전의경들에게는 '경찰버스'나 '전경버스'보다는 그것을 뜻하는 무전음어인 '기X마'라는 호칭이 더 친숙한 이것. 경찰청에서는 하루빨리 모든 부대의 버스를 개선해서 전의경들의 안전을 비롯한 제반 문제에 신경을 좀 더 써줬으면 좋겠다.

p.s. 서울의 경우, 전의경중대의 버스는 대부분 직원(간부)이 아닌 대원(병사)이 운행한다. 부대에서 '1종 보통 면허취득이 1년 이상'인 대원들을 자체적으로 뽑아서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운전교육대에서 입교시킨 후, 소정의 운전교육을 이수하게끔 하고, 1종 대형면허를 취득한 후(물론, 공짜) 부대로 돌아온 대원들을 운전대원으로 운용한다. 지방은 직원들이 한다고 알고 있는데, 요즘에 '운전특기병'을 입대 전에 따로 뽑는 것 같아서 어떻게 될지 잘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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