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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 의무경찰/의경 블루스

11. 괴로운 시선

by hyperblue 2010. 4. 23.


[의경블루스 - 11] 괴로운 시선

의경은 사회속에서 근무하는 군인이다보니 여러가지 장점과 단점이 있다. 늘 민간인을 마주 하며 그들의 일상을 지켜본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큰 장점이겠지만, 이게 가장 큰 아픔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차라리 눈을 감았으면 싶지만, 짬밥이 안되면 안된다고 눈에 힘주고 정면을 주시해야하는(소위 '앞을 뚫다'라고 표현) 쫄병도, 짬이 차서 사람구경 하느라, 이쁜 여자들 구경하느라 눈을 마구 돌리는 고참도 이런 봉변의 예외가 될 수 없다.

긴 말 필요없다. 아래의 사진이 근무중의 그 짜증과 고통을 잘 말해준다.


이 사진은 서울 전의경중대가 늘상가서 '뻗치기 근무'(각잡고 장시간 서있는 근무를 지칭)를 하는 근무지 중의 하나인 경복궁 동문쪽, 동십자각 사거리에서 거점근무중인 의경들과 앞에서 있는 힘껏 염장질을 하는 한 커플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 이 근무지는 외국인 관광객이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거나 길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서, '아, 내가 대한민국의 국위선양과 경찰 이미지 제고에 일조하고 있구나.'란 뿌듯한 마음을 종종 갖게 만드는 곳이지만, 눈에 콩깍지가 씌여서 자신들 외에는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커플들의 염장질이 극에 달하는 분노의 근무지이기도 하다.

그래, 우리를 남자로, 사람으로 안보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불쌍한 군바리 처지 생각해서라도 눈앞에서, 코앞에서 저런 짓은 좀 자제하는게 최소한의 양식을 갖춘 인간의 도리가 아닌가. 정녕 저들은, 아니 저 남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군미필자인가. 혹은, 불쌍한 현역들에게 자비심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예비역인가. 왜 그 많은 으슥한 곳, 아늑하고 쾌적한 모텔방 놔두고 하필 늠름한 자세로 근무중인 경력이 떡하니 각잡고 서있는 저 곳인가. 가끔 저런 분들을 보면 단봉뽑고 달려가서 마구 혼내주고 싶은, 무전기로 예비대 경력을 하차시켜서 고착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해소불가능한 욕구'일뿐. 누구 말마따나 '현실은 시궁창'이다.


이 사진의 커플 또한 마찬가지이다. 저 행동은 경력을 자극하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시위대의 행동이라고 판단된다. 정말 경력을 개의치 않고 순수하게 사랑에 빠져 저러고 있었던 것이라면.....그래도 이런 물불 안가리는 심리전은 너무한다. 차라리 경력에게 욕을 하라. 이건 정말 잔인한 고문이다.

그리고 근무중에 갖게되는 전의경의 시선에 대해 매우 잘 묘사한 그림 한 컷이 있다.


정말 이러하다. 난 교복입은 중고등학생들만 봐도, '쟤들은 언제쯤 군대갈까? 어디로 갈까? 복무기간은 얼마나 단축될까?' 이런 생각을 계속 한다. 가끔 지나가는 육군 개구리복 복장의 현역아저씨들을 보면서도 계급장 짝대기 수를 세어보며 '아직 앞이 안보이는 짬밥이구나', '나랑 비슷하구나'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아는 한, 대한민국 남자는 전역자, 현역, 미필자(입대예정자), 공익, 면제자로 이루어져있을 뿐이다.

얼마 후에 전역하고도 내 눈이 이럴까, 요즘 좀 무섭다. 말년이 되어도 전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놈의 군바리티.............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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