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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 의무경찰/의경 블루스

11. 괴로운 시선



[의경블루스 - 11] 괴로운 시선

의경은 사회속에서 근무하는 군인이다보니 여러가지 장점과 단점이 있다. 늘 민간인을 마주 하며 그들의 일상을 지켜본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큰 장점이겠지만, 이게 가장 큰 아픔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차라리 눈을 감았으면 싶지만, 짬밥이 안되면 안된다고 눈에 힘주고 정면을 주시해야하는(소위 '앞을 뚫다'라고 표현) 쫄병도, 짬이 차서 사람구경 하느라, 이쁜 여자들 구경하느라 눈을 마구 돌리는 고참도 이런 봉변의 예외가 될 수 없다.

긴 말 필요없다. 아래의 사진이 근무중의 그 짜증과 고통을 잘 말해준다.


이 사진은 서울 전의경중대가 늘상가서 '뻗치기 근무'(각잡고 장시간 서있는 근무를 지칭)를 하는 근무지 중의 하나인 경복궁 동문쪽, 동십자각 사거리에서 거점근무중인 의경들과 앞에서 있는 힘껏 염장질을 하는 한 커플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 이 근무지는 외국인 관광객이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거나 길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서, '아, 내가 대한민국의 국위선양과 경찰 이미지 제고에 일조하고 있구나.'란 뿌듯한 마음을 종종 갖게 만드는 곳이지만, 눈에 콩깍지가 씌여서 자신들 외에는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커플들의 염장질이 극에 달하는 분노의 근무지이기도 하다.

그래, 우리를 남자로, 사람으로 안보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불쌍한 군바리 처지 생각해서라도 눈앞에서, 코앞에서 저런 짓은 좀 자제하는게 최소한의 양식을 갖춘 인간의 도리가 아닌가. 정녕 저들은, 아니 저 남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군미필자인가. 혹은, 불쌍한 현역들에게 자비심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예비역인가. 왜 그 많은 으슥한 곳, 아늑하고 쾌적한 모텔방 놔두고 하필 늠름한 자세로 근무중인 경력이 떡하니 각잡고 서있는 저 곳인가. 가끔 저런 분들을 보면 단봉뽑고 달려가서 마구 혼내주고 싶은, 무전기로 예비대 경력을 하차시켜서 고착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해소불가능한 욕구'일뿐. 누구 말마따나 '현실은 시궁창'이다.


이 사진의 커플 또한 마찬가지이다. 저 행동은 경력을 자극하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시위대의 행동이라고 판단된다. 정말 경력을 개의치 않고 순수하게 사랑에 빠져 저러고 있었던 것이라면.....그래도 이런 물불 안가리는 심리전은 너무한다. 차라리 경력에게 욕을 하라. 이건 정말 잔인한 고문이다.

그리고 근무중에 갖게되는 전의경의 시선에 대해 매우 잘 묘사한 그림 한 컷이 있다.


정말 이러하다. 난 교복입은 중고등학생들만 봐도, '쟤들은 언제쯤 군대갈까? 어디로 갈까? 복무기간은 얼마나 단축될까?' 이런 생각을 계속 한다. 가끔 지나가는 육군 개구리복 복장의 현역아저씨들을 보면서도 계급장 짝대기 수를 세어보며 '아직 앞이 안보이는 짬밥이구나', '나랑 비슷하구나'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아는 한, 대한민국 남자는 전역자, 현역, 미필자(입대예정자), 공익, 면제자로 이루어져있을 뿐이다.

얼마 후에 전역하고도 내 눈이 이럴까, 요즘 좀 무섭다. 말년이 되어도 전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놈의 군바리티.............퓨우...
  • 기동대전경 2010.04.27 16: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생활 많이남은 외박나온 전경입니다. 블로그내용이 참 공감가는게 많네요.

  • ㅋㅋ 2010.05.04 15: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 전경 전역자입니다. 전역한지 좀 됐죠.
    요즘 그리운게 전의경 반바지(이거 너무 편함ㅋㅋ)랑 포돌이잠밬ㅋㅋ
    제대할 때 촉감 별로였던 회색으로 바뀌었던데 ㅋ
    제대할 때 하얀색 근무복 안가져온게 좀 아쉽고
    단화 더 못챙겨 놓은게 아쉽네요. 단화가 세상에서 제일 편하죠.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애엄마도 미인 아줌마도 미인ㅋㅋㅋ 차마 그린 사람이 할머니는 못그렸군요 ㅋㅋㅋ

    • 옷 바뀌던 시절에 전역하셨군요~
      단화는 정말 세상에서 제일 편한 신발입니다ㅋㅋㅋ

      저는 어쩌다보니 의경츄리닝이 집에 있어서 잘 입고 있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비밀댓글입니다

    • 서장부속실 근무는, 행정전의경으로 분류되는 보직입니다. 일반적인 의경중대원들과 달리 소속이 중대가 아닌 '경찰서 경무계'입니다. 시위진압이나 방범순찰 및 기타 여러 잡스러운 의경들의 근무에 동원되지 않죠. 간단히 말하면 서장님 운전대원입니다. 당연히 공무를 이유로 핸드폰도 쓰고, 머리도 좀 기르며 사복을 입고 다닙니다. 제가 포스팅에서 다루지는 않았죠. 의경 중에서는 극소수니깐요 :)

      항상 서장님 일정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자는 시간도, 기상시간도 밥먹는 시간도 일정치 않습니다.

      서울의 경찰서장 부속실 대원의 경우, 보통 소속 경찰서 방범순찰대 중대에서 뽑혀가서 중대와는 독립된 공간에서 숙식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내무생활 자체는 좀 자유롭습니다. 약이나 책, 영양제 이런 것들은 부담없이 보내셔도 무방할겁니다.

      서장님의 운전대원이자 비서이기 때문에 자유도가 매우 높고, 생각하시는 것들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다 가능합니다.

      한가지 참고할 점은, 제가 말했다시피 부속실 대원은 의경중의 극소수이다보니 자유도가 매우 높고, 그에 따라 군인신분에 벗어나는 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종종 있어서 상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뭘 해줄 때는 조금이나마 참고는 해야 합니다.

      확실한 것은, 육군과는 전혀 다른, 시위막고 방범도느라 매일 으쌰으쌰하는 일반 의경중대원들과는 차원이 다른, 솔직히 말하면 '편한' 군생활을 누린다는 거죠.(물론, 매일 잠도 제대로 못자고 힘들다고 툴툴거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 ㅎㅎ 2010.05.24 04: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04년 8월군번인데, 오랜만에 보니 참 재밌네용...ㅎㅎ
    아래 포스트에서 철망 산해한게... 창문을 안 갈아끼운게 있었다니 좀 충격적인 사실이네요 ㅡㅡ;;

    • 저한테는 까마득한 군번이시군요. 반갑습니다!

      버스 철망은 다 뗐는데, 따로 교체하지 않고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선팅만 한채 돌아다니는 놈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만큼 시위문화가 민주적으로 변해서 굳이 보호기능을 서둘러 넣을 필요가 없다는 방증일까요...?

      제가 보기엔 단순히 예산때문에 이런 것 같습니다.

  • 비밀댓글입니다

    • 90년생이면 올해 22이네요. 저도 22살에 입대했구요, 그 정도면 의경에서는 늦은 편에 속합니다. 같이 입대하는 기수에 '늦깎이'들이 많지 않다면 평균적으로 늦은 나이일껀 확실한듯한데요?

      강원도에서 떨어져서 서울로 배치가 되면 서울에서는 나이순, 즉, 군번순으로 자대배치가 이루어집니다. 그러면 제가 위에 써놓은 정보를 기초로 할 때 군번이 빠르다면 방순대에 자배대치가 될 확률이 높겠죠? 물론 이건 군번순 자대배치가 아직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맞는 결론입니다.

      이게 확실한지 여부는 서울지방경찰청 전경관리계쪽에 다시 알아보심이 좋을듯 합니다.

  • Jongmin Han 2014.08.18 13: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내년 중반에 의경 지원 계획하고있는 유학생입니다 .
    글 전부 재밌게 읽었습니다~
    뭔가 여러가지 감정이 섞이네요 ~ㅁ~

    • 요즘은 이거랑 전~~~혀 다르다고 하니 마음 편히 지원하세요! 제가 복무하던 08~10년에서도 세월이 더 흘렀고,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 의경전역자 2015.06.04 19: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역 2개월 된 의경 전역자입니다

    검색을 통해 우연히 들어왔는데 정말 추억에 젖네요...ㅋㅋ 좋은 글들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