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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회사원, 2014~

8/18(수) 장중 소고 (병주고 약주는 그 하우스...)

by hyperblue 2021. 8. 18.

근래에 급등한 달러/원 환율이 여러모로 괴롭게 하고 있다.

1. 대체 환율이 왜 이럼?
2. 언제까지 이럼?
3. 그래서 분기말/연말 환율은 얼마될 것 같은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의미없는 질문 같..)

전주에 종가기준 26.9원 급등이라는 무시무시한 레벨 업을 보여준 이후 이에 대한 원인/향후 전망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왠지 USD/KRW 일봉 차트를 한번 보고 가야할 것 같다.

주요 이평선 정배열 후 속등한 서울환시의 USD/KRW

어제 1,180원 구경하나 싶었는데, 여차저차 막아냈고, 오늘은 지존하신 '당국'에서 구두 개입에 나서자 살얼음이 깨지듯이 오전 장중에 갑자기 하방으로 방향을 틀어서 흐르고 있다.

과장님, 제 생각이 바로 이렇다 이겁니다..ㅠ_ㅠ "오/버/슈/팅"
외환당국 구두개입과 동시에 줄줄줄 흐르고 있다.

장 초에 간밤 달러화 강세에 상승세로 시작한 환율은 1,180원을 0.30원 앞두고 치솟았으나 다행히도 방향을 틀었다. 고아원 가기 전에 짜장면 사주는 느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 모든 난리통의 시발점이라고 하면 좀 거창할지도, 억울할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아래 리포트의 공이 크다고 본다. 글로벌 IB인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섹터 (사실상 매도) 리서치 리포트.

외국인의 최근 국내 증시 투매 씨..아니 시발점 - 모간스탠리의 메모리 섹터 리포트

이 리포트가 시장 여기저기에 돌아다니면서 정말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반도체 섹터에 국한된 투매라고는 하지만, 그 규모가 일일 조 단위였고, 그 여파가 환시로 이어졌다. 외국인이 원화 주식매도자금을 환전하기 위한 해외 역송금 수요가 환시에 유입된 것.

전주에 환율은 기존의 상단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레벨을 도장 깨듯이 하나씩 돌파하고 지난 금요일에 1,170원 턱밑까지 상승했다. 평소 장중에 시황 얘기를 많이 나누는 은행 딜러도 괴로워했다. 함께 '지금은 달러/원 오버슈팅 구간이죠!'라고 결론내리며 동일한 마켓 뷰를 공유했는데, 요 근래에는 둘다 죄라도 지은 것 마냥 거래용 메신저에서의 대화가 영 조용했다. 나야 일반 제조업 회사의 일개 재무 담당자이니 시장 전망 자체가 허접할 수 밖에 없지만, 지난 몇년동안 매일같이 외환시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페셔널도 이렇게 움직임을 맞추기 어려운게 환율, 그리고 외환시장인듯 하다.

"바보야, 달러가 강세여서 그렇잖아!" 라고 나 스스로에게 윽박지르기엔 원화가 유달리 약했다. 정말 허무할 정도로 환율이 속등했더랬다.

전주 등락률 기준 혼자 땅굴을 파내려간 KRW

다른 외사도 비슷한 논조(한국 메모리 섹터 회사들에 대한 신중한 접근 필요)이긴 했지만, 모건스탠리의 해당 리포트가 유난히 강도가 세면서 비관적이었고, 국내사들이 이를 반박하는 리포트를 발간하였지만 변심한 외인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모건스탠리에서 아래와 같은 달러/원 환율 동향 관련 스팟 리포트가 나왔다.

????? WTF,,,,

물론 하우스만 같을 뿐, 서로 다른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다른 분야의 리포트이지만 병주고 약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최근 환율 폭등 상황에 대해 여러 FX 애널리스트들의 심도 있는 분석이 있으나 숫자 없이 시장을 관전한 나의 내러티브는 아래와 같다.

1. 역내(on-shore)에 달러가 부족한 건 아니다. 연준의 무차별 달러 살포로 역외는 물론이거니와 역내에도 달러는 넘쳐흐른다. ☞ 단기 자금시장의 바로미터라고 하는 스왑포인트만 봐도 달러/원 거래시 원화에 더 프리미엄을 부여한다.

2. 무역수지 및 채권시장의 외국인 수급상으로도 역내에 유입된 달러가 나간 달러보다 훨씬 많다.

3. 하지만, 외국인이 단기에 국내주식을 매도해서 KRW로 바꿨고, 그 KRW를 다시 USD를 바꿔서 나가려고 한다. 그럼 달러를 역내 시장인 서울환시에서 사서 내보내야 한다.

4. 모든 주식 매도자금을 일시에 환전하진 않겠으나 평소보다 많은 달러 매수 주문이 환시에 유입됐고, bid값은 계속하여 오른다.

5. 나같은 기업 외환 담당자들은 속절없이 오르는 환율 앞에서 더 이상 달러 매도를 하지 않고 관망세로 돌아선다. 고점이 아직 아닐 것이란 판단으로 달러 매도를 후일로 미루는 것. ☞ ask 사이드가 얇아지니 bid는 계속 오르면서 환율 상승을 견인. 사람들이 생각하는게 다 비슷한지 인포맥스에도 비슷한 뉘앙스의 기사가 메인에 걸려있다. [ 외인 투매에 수출기업도 관망모드?…"환율 급등에도 달러매물 없어" ]

6. 환율 급등락이 불편한 외환 당국은 장중에 달러 매도 개입을 통한 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서지만, 최근의 환율 폭등은 투기적 거래주체들의 파생 포지션 플레이가 아닌 리얼 머니, 즉 실수요 거래이므로 당국이 개입을 통해 레벨을 인위적으로 누르면 외국인들이 값싸게 환전할 수 있도록 돕는 꼴이 될 수 있다. ☞ 외환당국의 적극적 환시 매도 개입 X

7. 주식시장이 흔들리니 환시가 흔들리고, 흔들리는 환시(환율상승 시, KRW로 매수한 자산에 대해 외국인 입장에서 환차손 증가)는 주식시장을 흔드는 vicious cycle이 완성되어 증시 하락/환율 상승에 불을 지피는 위험회피 센티멘트가 금융시장을 지배한다.

써놓고 보니 그럴싸하다. 나처럼 가방끈이 짧은 사람들에겐 숫자보다는 음모론과 같은 소설이 더 그럴싸하게 먹히는 법이다.

외국인에게 조단위로 주머니에 꽂히는 삼성전자 분기 배당금 역송금 이슈도 있고, 아직 환율이 하향 안정화 되려면 갈 길은 멀다. 부디 오늘 장중 하락이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고아원 가기 전에 짜장면 사주는' 격이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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