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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3

잔인한 8월, 아직까지는 잔인한 2021년 10년여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언제나 생각이 많을 때는 서강대교 위에 오른다. 한강 건너 여의도에서 보이는 회사 로고가 '너는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어'라고 날 비웃는 것만 같고, 10년의 세월이 돌고 돌아서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만 같다. 그와중에 갑작스레 시원해진 밤 공기는 가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고, 나의 서른다섯도 속절없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대체 얼마나 좋고 행복한 일들이 내 앞에 기다리길래 이렇게 힘든 2021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지난 한 주간은 입사 이래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잔뜩 쌓여있는, 답도 없는 일들과 거의 매일 야근하며 외롭게 싸워야했다. 그렇게 혼자 사무실의 불을 여러날 밝혀도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일들이.. 2021. 8. 29.
참 고약한 나의 취향 (하루의 취향<김민철 著>) 하루의 취향 국내도서 저자 : 김민철 출판 : 북라이프 2018.07.25 상세보기 취향, taste.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취향'을 갖고 있다. 음악, 음식, 영화, 관계, 여행, 성(性)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해서 그러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다짜고짜 본인의 취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자신의 취향을 A부터 Z까지 유려하게 하루종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사회는, 그리고 이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하부 조직들은 일반적으로 '튀지 않는 것'을 일종의 덕목으로 여긴다. 12년 전 논산 육군훈련소에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도 항상 '중간만 해라'였으며, 나 역시 고참 반열에 들고 난 뒤에는 늘상 후임들에게 그런 류의 조.. 2020. 5. 4.
당신은 이 나라의 군인이어서 행복한가? Q. 당신은 이 나라의 군인이어서 행복한가? A. 응, 난 행복하다. 입대 전만해도 너무 힘들었고, 훈련소에서 눈물 젖은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속으로 함께 울었고, 자대배치를 받고 처음에 이 곳이 정녕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개처럼 끌려왔다는 생각에 훈련소에서의 첫 하루, 이틀은 쓰라렸다. 한창 놀고, 자기계발(?)에 열중해야 할 이 시간에 왜 난 머리를 빡빡 깎고 처음 보는 남자들과 때론 악을 쓰고, 때론 굴러야하나. 억울했다. 공익간다는 주변 친구들이 부러웠고 배가 아팠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버린 지금, 난 내가 하는 일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내게 '경찰아저씨, 안녕하세요'라고 반갑게 인사하는 꼬마, 광화문과 종로 등지에서 조심스럽게 주변지리를 물어보는 외국인, '수고.. 2009.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