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쓰는 이 글을 어떤 카테고리에 넣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여기가 좋을 것 같아서 '노병가' 카테고리에 넣어본다.
2013년 회계사 1차 시험이 얼마 안남은 요즘도 이따금씩 블로그에 들어와보곤 하는데, 리퍼러 로그가 '노병가'란 키워드로 도배되어있고 이 검색어로 인한 유입 방문자가 일정 시점부터 꽤나 많이 증가한 것을 알게 되었다.
분명히 '노병가' 포스팅은 내가 의경시절이던 몇년 전 것이어서 갑자기 왜 이런가 생각해봤는데, 아마 포털 '야후'의 한국사업 철수로 인한 야후웹툰의 공중분해 때문인듯하다.
내 기억에 노병가 작가인 기안84님의 블로그도 야후블로그였고, 이 블로그에 포스팅된 정식연재 이전 분 또한 그 블로그에 있던 것을 퍼와서 짧은 내 코멘트를 덧붙여 가볍게 단순 업로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후에 야후웹툰을 통해 정식연재된 부분은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정식으로 서비스되고 있었기에 괜히 비슷한 방식으로 내 블로그에 포스팅했다간 저작권 문제가 불거질 듯 하여 가만히 있었는데...막상 서비스가 폐지되었다고 하니 '그것도 개인적으로 저장해둘걸' 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현재 이 블로그에 포스팅 된 노병가도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허나 상업적 이용의도가 전혀 없으니 저작권자가 너그럽게 이해하고 놔두어주길 바랄 뿐이다.
관련 정보 검색도중에 기안84님이 의무경찰 839기 기동대 출신이었다고 스스로 고백(?)한 인터뷰 기사를 발견했다. 보통 전국 대부분의 의경중대가 행정기수로 쓰고 내가 950기이니... 얼추 복무시절을 추측하게 된다. 분명히 웹툰이 연재되던 당시에는 '난 전의경과 무관하며 전의경 출신 친구의 경험담을 만화로 엮은 것이다'라고 해서 난 그걸 또 순진하게 믿었는데... 컷 하나하나의 깨알같은 디테일이 단순히 얘기만 듣고는 그릴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고 그 당시에도 감탄하며 글을 썼던 것 같은데... 그걸 철썩같이 믿은 내가 바보였지.
'노병가'를 알게 된게 입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고, 마음속에 나름 큰 부담감을 안고 훈련소에 입소했었다. 훈련소에서 동기들과 수다를 떨 때도 빠지지 않던 부분이 바로 '노병가' 얘기였다. 다들 그 만화를 통해 두려움이 증폭되었고 그렇게 저마다 자대배치를 받고 헤어졌더랬다.
자대배치 받은 후, 비록 웹툰에 묘사된 정도는 아니었지만, '노병가 소프트 실사판'을 경험하며 나도 조금씩 짬을 먹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야후 웹툰에 정식 연재되던 그 요일만을 기다리다가 소대원들과 함께 컴퓨터로 보던 기억이 난다.
'우리(선배)들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매주 만화로 본다는 그 기분... 노병가 안에서는 선후임간의 온갖 가혹행위가 난무했고 만화를 함께 보던 당시 우리들도 가끔 비슷한 짓을 했지만, 그 만화를 한 모니터 화면으로 함께 보면서 각자 킥킥대던 그 때 그 기억은 뭐랄까...참 묘했다.
외압때문인지, 뭔지 모를 이유로 갑작스레 연재가 끝났을 때 허탈감과 상실감도 나름 컸다. 소대원들이 잠시나마 짬밥차이를 잊은채 함께 누리던 몇 안되는 문화생활(?) 하나가 끝난 것과도 같았었기에...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니지만 다 같이 아쉬워했다.
이따금씩 노병가 포스팅에 달리는 전역자, 혹은 현역들의 댓글을 보며 동시대를 살며 비슷한 경험을 한 우리네의 애환을 잠시나마 돌아볼 수 있어서 좋다.
비록, '노병가' 속엔 어둡고 우중충한 그림들과 에피소드가 가득했지만, 웹툰 완주 후에는 히터때문에 엔진소리가 늘 시끄러웠던 겨울철의 경찰버스가 생각난다. 강남빵돌이 시절에 주간방범 나가서 자주 사먹은 은마아파트상가의 뻥튀기아이스크림이 생각난다. 개처럼 갈궈대던 고참들은 어디서 뭐하려나. 특히 본부소대 취사반 짬장새끼 몇놈들은 지금 생각해도 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 출동도 안나가고 내무반에 깔아지는 것들이 철야 다녀와서 식기사역 들어가면 왜 지들이 철야한 것 마냥 히스테리 부렸는지..ㅅㅂ
어느덧 나도 예비군 3년차. 이 자리를 빌어 만화를 그렸던 기안84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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