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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대학생, 2006~2008

꼬이고 꼬인 내 병역의무 이행의 길(現, 입대 D-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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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진압은 대부분 의경이 합니다.

시간은 참 잘도 간다.

의경 시험에 합격한 1월 말경. 처음 카운트를 셀 쯤에는 '이왕 갈꺼 빨리 가는게 낫겠다..'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세 자리는 옛날에 깨지고 이젠 두 자리에서 조금씩, 숫자가 줄고 있는 요즘엔 조금씩 두렵다.

사실...그렇다.
누구도 '아주 순진(혹은 무지)'하지 않다면 군입대를 생각할 때 처음부터 '전의경(전투경찰+의무경찰)'을 꿈꾸지는 않을 것이다. 다들 '복학시기 맞추려고..' 혹은 '재수 없게 훈련소에서 전경으로 차출..'과 같은 이유를 달고 군복무에 임하게 된다.

※ 짧막한 전의경 개념잡기.(틀린게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전경(전투경찰)100% 훈련소에 차출되며, 의경(의무경찰)100% 지원제이다. 하는 일은 약간씩 다르며 흔히 시위진압은 전경이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시위진압은 대부분 의경이 한다.'가 옳다. 의경은 크게 시위진압에 특화된 기동대, 각 경찰서 관내 업무 보조가 주업무인 방범순찰대(방순대)로 나뉜다, 시위가 있을 때는 방순대도 시위진압에 참여하며, 시위가 없을 때는 기동대도 순찰 등의 일상치안업무 보조를 한다. 간단히 정리하면...'웬만한 경찰의 잡일은 방순대, 기동대 모두 다 한다.'가 맞다. 단지, 그 비율과 특화 정도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경찰의 일반직원들만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하는게 바로 의무경찰이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늘 보도되는 전의경 집단 내의 가혹행위 사고와 사회적인 몰이해는 심지어 "의경들은 잠은 집에서 자는거죠?"와 같은 어이없는 질문을 수반하기도 한다.

엄연한 현역복무이며 대체복무인데...막상 내가 의경에 입대하려하니 이런 사회적 의식이 참 밉다.

대학교 신입생 새터 때, 04학번 선배 한 명이 '새터 끝나고 다음 날 입대한다.'고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한 적이 있었다. '아...드디어 나도 군대를 생각할 나이가 된건가?'란 생각을 처음 했을 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06년 1학년 2학기 어느 날. 누구나 목말라하는 카투사에 친한 대학친구와 같은 달 입대를 희망하며 동시지원했다. 참 설랬다. 대학 입학 때까지 운발 하나는 누구에게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나였기에 성적 순이 아닌 '무작위 추첨'이라는 카투사 선발 방식이 약간은 찝찝했지만 희망은 버리지 않았었다.

학교 컴퓨터실에서 그 친구와 나란히 앉아 모니터에서 실시간 추첨으로 뜨는 합격자 명단을 말없이 바라봤다. 잠시 후 '헉!'소리를 내며 기쁨에 겨워 그 친구는 뛰쳐나갔고, 난 망연자실한채 계속 내 이름을 연신 두드려대며 합격자 명단을 뒤졌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카투사...'라는 그 때의 믿음에 깊은 내상을 입고 시험기간인 것도 잊은채 합격한 친구와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작년 11월에 입대한 그 놈은 동두천에서 헌병대 행정병으로 야금야금 짬을 채우고 있다. 가끔씩 '내가 왜 그 때 하필 그 놈과 술을 먹었지?'란 생각이 많이 든다..-_-;

그 후, 눈물을 머금고 소위 '땅개'라는 08년 3월 입영 육군 일반병을 지원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흘러 07년 2학년 2학기. 예상치 못한 이벤트(?)의 발생으로 난 '땅개는 안되겠다.'란 생각에 휩싸여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의무소방에 지원하게 되었다.

병무청의 안일한 행정처리 때문인지, 내가 상담원 답변을 오역했기 때문인지 난 의무소방에 지원하기위해 예정된 육군까지 취소하고 시험에 응시했다.

근데 또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학교수업까지 자체휴강하며 찾아간 잠실경기장에서 제자리멀리뛰기 205cm 기준에 204cm를 뛰어서 1차 체력시험에서 불합격하고 만것이다. 이 일로 난 의무소방지원자까페에서 잠시동안 스타(?)가 되기도 했다.

하늘이 노랬다. 빨리 군대는 가야겠는데 그나마 있던 육군까지 날려버렸으니..가슴이 턱턱 막혔다. 그렇게 또 몇날 몇일을 병무청 사이트와 인터넷을 헤매며 여러가지 병역의무를 알아봤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의무경찰이었다.

<의무경찰의 장점>

1. 육군과 동일한 복무기간.(2년 → 계속 줄고 있음.)
2.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군복무.
3. 타군에 비해 잦은 정기외박과 외출, 특박 등.

이것만 보면 참 좋아보인다. 하.지.만. 그렇다면 지원자로 늘 박터져야 할 의무경찰이 아닌가, 그 장점을 모두 상쇄시키며 지원자 기피현상을 야기하는 단점들이 있었나니..

<의무경찰의 단점>

1. 타군에 비해 아직 활발한(?) 구타 및 가혹행위.
2. 의경에겐 '빨간날'이 없다. 타군 대부분이 주5일제인데 비해 오히려 휴일에 더 힘들다.
3. 변동이 많은 일과와 불규칙한 수면시간.
4. 군생활 내내 일상이 '실전'이다.(시위 진압 및 치안유지&교통보조. 참고로 서울에는 1년 내내 언론에 나지 않는 작은 시위도 거의 끊이지 않는다. → 소위 '병x되기 쉽다.')

그래도..내가 처한 상황에서는 의경 말고는 답이 없었다. 그렇게 서울청 242차 지원에 합격하여 받게 된 입영날짜가 2008년 6월 26일. 원래는 5월 입영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장자 우선주의'에 따라 밀려서 저 날짜를 받게 되었다.

87년생이면 나도 많이 늦은건데...밀려서 적잖이 충격받았다. 나름 5월 입대를 생각하고 입대 전후 계획을 다 짰었는데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했다. '설마'하며 2008년 1학기 학사일정을 보니 기말고사가 6월 21일에 마무리되는게 아닌가. 더 볼 것도 없이 이번 학기를 다니며 3학년 1학기까지 이수하게 되었다.

기말고사 끝나고 5일 후 입영하는 기막힌 타이밍. 바라지도 않았던 칼복학의 꿈(?)까지 실현되어 오히려 현실에 감사하게 되었다. '회계사 시험준비'라는 큰 목표 앞에서 '내가 옳은 길을 선택하는 것인가' 수 많은 고민을 했고, 결국 내게 쥐어진 것은 의경합격통지서였다.

올해 군생활은 왠지 기대보다 더 드라마틱할 것 같다. 경찰에게 힘을 실어주는 척하며 민노총 등의 상습시위집단(?)을 건드리는 이명박 대통령 덕분에 절대로 쉬운 한 해가 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줄여서 쓰긴 했지만 이것이 지금까지의 나름 파란만장한 군입대까지의 사건들이다. '군대가기 직전 학기'라는 이유로 저번 학기도 망쳤는데, 이번 학기 또한 그 어설픈 자기합리화에서 자유롭지 못해서 스스로가 답답하다.

그래도 나는 해내야한다. 나를 믿고 지금까지 함께 해준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떳떳하기 위해...특히 지금의 실망스런 내 모습에 한숨만 내쉬시는 부모님을 위해..내가 속한 곳에서 성실하게 병역의무를 수행하여 다시금 신뢰를 얻고 싶다.

지금 한창 여러 사건으로 인해 이미지가 한 없이 추락하고 있는 대한민국 경찰.
군생활 2년 동안 경찰이란 조직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P.S. 대한민국 현역, 예비역 전의경 여러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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